[ET시론]K-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실천적 원년

박종진 2022. 12. 2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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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

새해를 앞두고 2022년을 뒤돌아보면 코로나19 팬데믹, 새 정부 출범과 정치 환경 변화, 세계적 인플레이션과 경제위기 고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경제 안보 갈등, 미국의 자국우선주의, 북한의 평화 위협 등 경제·사회·외교·안보·환경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우리나라는 어려운 시기를 지나왔다.

2023년 계묘년의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 세계 경제는 더욱 악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국제 정세나 세계 자원 패권 전쟁도 우리나라에 호의적이지 않다. 우리나라를 비약적으로 성장시킨 정보통신 기반 성장동력에도 악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내외적 위기 속에서 지속 성장을 통해 대한민국을 미래 선도국가로 만들기 위한 핵심 동력도 다름 아닌 디지털 경쟁력이다. 새해를 맞아 대한민국이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억해야 할 2022년의 과거와 2023년의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가장 크게 기대한 것은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자율규제로의 전환 노력이었다. 민간 자율은 디지털 경제를 이끄는 핵심인 창의성을 증폭시켜서 새로운 혁신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스타트업의 출현이나 기존 디지털 경제의 지속 발전에 자양분이 된다.

그러나 SK㈜ C&C 데이터센터(IDC) 화재 사고에 따른 카카오톡 등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의 장애 발생으로 플랫폼에 대한 다양한 규제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자율규제 논의가 퇴색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는 민간 자율규제의 성공 경험이 그리 많지 않고, 특히 대기업에 대한 정부나 국민의 신뢰가 성숙하지 못하기 때문에 디지털 경쟁력을 견인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자율규제 성공 모델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통해 국민적 신뢰를 형성하고 모든 산업 부분으로 확장할 수 있는 촉매제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23년은 성공적 자율규제를 실천하는 원년이 돼야 한다.

올해에는 메타버스·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국정운영을 위한 디지털플랫폼정부, 전 분야 마이데이터 등 디지털 경쟁력이라는 새로운 씨앗이 뿌려졌다. 다음 세대 인터넷 환경이라 할 수 있는 메타버스로의 성공적 전환을 위해서는 네트워크, 디바이스, 서비스플랫폼, 콘텐츠 등 모든 관련 분야의 경쟁력이 제고돼야 한다.

단순 개념 단계에만 머무르지 않고 미래 메타버스를 어느 나라보다 빨리 현실화하기 위한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디지털플랫폼정부도 개념 구상 단계에서 출발해 현재 구체화하는 단계다. 인공지능(AI)이나 데이터 기반 디지털플랫폼정부의 목표와 과제를 신속히 구체화해서 확정하고, 실천을 통해 현실화해야 한다.

마이데이터 일반법적 근거인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처방전이나 진료기록, 각종 증명서와 같이 실제 국민이 효과를 체감할 분야 중심으로 전 분야 마이데이터 확산을 위한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2023년은 메타버스, 디지털플랫폼정부, 마이데이터 등 새로운 디지털 경쟁력의 싹이 트는 실천적 원년이어야 한다.

지난 몇년 동안 우리나라는 미래 경쟁력의 핵심 기반인 AI와 데이터 정책을 집중 추진해 왔다. 관련 법·제도를 정비하고, 국가 차원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데이터와 AI 기반으로 전 산업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민간의 노력도 이어졌다. 그러나 민간과 정부의 노력은 파편화되거나 실제 부가가치 창출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데이터와 AI 기반 디지털 대전환은 한순간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속 투자와 법·제도적 전환 노력, 규제 합리화, 실제 부가가치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 혁신과 연계가 필요하다. 디지털 대전환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산업 디지털전환 촉진법'이나 '데이터 산업진흥 및 이용촉진에 관한 기본법' 등 진흥법제 확충만으로는 부족하다.

혁신을 가로막는 '대못'뿐만 아니라 '목에 걸린 가시' 같은 소소한 규제를 꼼꼼하게 제거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데이터에 대한 권리관계 명확화와 제도적 뒷받침도 뒤따라야 한다. 혁신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장치로 규제 샌드박스가 활용돼 왔지만 디지털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규제 혁신 분야는 개인정보 규제다.

그러나 개인정보 규제는 데이터를 둘러싼 국민의 기본적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핵심 기반이고, 디지털 대전환에 따라 개인정보의 활용만큼이나 보호의 필요성은 증대될 수밖에 없다. 개인정보 규제는 불가피한 면이 있으며, 디지털 시대에 맞는 개인정보 규제체계로의 개편도 본격화해야 한다.

다만 개인정보 규제가 디지털 혁신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에 디지털 혁신을 위한 개인정보 규제의 합리적 기준 설정이나 혁신 실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기존 '규제 샌드박스' 제도는 이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했다. 데이터 기반 디지털 혁신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기존 규제 샌드박스에 데이터 규제 샌드박스가 더해져야 한다.

2023년은 AI와 데이터 기반 부가가치 창출을 실현하는 원년이자 정교한 규제 합리화와 데이터 규제 샌드박스의 원년이어야 한다.

예나 지금이나 디지털 경쟁력을 이끄는 근간은 반도체·휴대폰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제조업과 유·무선 통신사업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디지털 기반 K-콘텐츠와 온라인 플랫폼 등 디지털 소프트 파워가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방송과 통신 간 경계가 무너진 지 오래고, 플랫폼이 디지털 경제를 이끌고 있다.

기간 통신 사업과 전통적 방송 중심 규제체계를 손봐야 할 때가 무르익었다. 방송과 통신 발전은 법적 규제 틀 안에서 이뤄져 왔지만 이제는 새로운 디지털 경제 환경에 맞는 합리적 규제 설정과 온라인 플랫폼·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를 포괄하는 전체 방송통신 규제체계를 전면적으로 쇄신해야 한다. 2023년은 디지털 환경에 맞는 규제체계 개편을 마무리 짓는 실천적 원년이어야 한다.

2022년은 힘겨운 국내외 상황에서도 디지털을 매개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다양한 노력이 있었던 해다. 이를 밑거름으로 삼아 2023년은 K-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혁신'과 '실천' 원년이 되길 바란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 kjchoi@gachon.ac.kr

〈필자〉최경진 교수는 가천대 법학과 교수이자 인공지능(AI)·빅데이터 정책연구센터장이다. 우리나라 전자상거래·데이터 법 전문 연구자이자 ICT·미디어 분야에서도 연구 업적을 쌓은 법·정책 대표 전문가다. 현재 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 개인정보보호법학회장, 한국정보법학회 부회장, 유엔 국제상거래법위원회 정부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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