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병역의 신’, 범행 증거 게시하고 ‘성공률 69%’ 자화자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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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포츠 선수 중심으로 알려졌던 '뇌전증 병역비리' 사건이 고위 공직자 및 법조인 자녀, 연예인까지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그 규모와 파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국방부 수사관 출신이라고 소개한 구씨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병역 관련 행정사무소를 운영하며 병역면탈 방법을 알려주고 거액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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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면제 신체검사 결과서도 홍보용으로 올려
검찰 “특정 직군 표적 수사는 아냐”
프로스포츠 선수 중심으로 알려졌던 ‘뇌전증 병역비리’ 사건이 고위 공직자 및 법조인 자녀, 연예인까지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그 규모와 파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애초 10명 안팎으로 알려졌지만 현재까지 검찰 수사범위 안에 들어온 대상자만 1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드러난 주요 병역면탈 수법은 과거 신체 부위를 의도적으로 손상시키는 방식 등이 아닌, 뇌전증으로 위장하는 방식이다. 병무청 특별사법경찰과 ‘병역면탈 합동수사팀’을 꾸린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 박은혜)는 뇌전증과 같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질병과 관련된 허위 진단서를 통해 병역을 면제하거나 감면시켜주고 사람당 수천만원씩을 챙긴 혐의(병역법 위반)로 벙역 브로커 구아무개씨와 김아무개씨를 수사하고 있다. 구씨는 지난 21일 구속기소됐고, 김씨는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고 있다.
국방부 수사관 출신이라고 소개한 구씨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병역 관련 행정사무소를 운영하며 병역면탈 방법을 알려주고 거액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포털사이트 중개서비스에 올라온 구씨 프로필에는 ‘군대 신검(신체검사), 재검, 현부심(현역복무부적합심사), 복무전환, 이의제기, 생감면(생계유지 곤란사유 병역감면) 전문가’라고 적혀 있다. ‘병역의 신’으로 닉네임을 설정한 블로그 소개글에는 “병역을 면탈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국방부·병무청에 해당 사실을 통지한다”며 불법이 아닌 합법적 병역 상담이라고 강조했지만, 블로그 게시판에는 1급 판정 뒤 4급 사회복무요원으로 판정이 바뀌었다는 후기글 등이 올라와 있다. 구씨는 지난해 하반기·상반기 자신이 상담한 재검 사례 중 69%가 ‘등급 변경’을 받아냈다며 실적을 홍보하기도 했다.
브로커 김씨도 구씨와 동업 관계는 아니지만 비슷한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초구 반포동에서 사무실을 운영한 김씨는 포털사이트 중개서비스에 구씨와 비슷한 홍보글을 올리고 영업을 했다. 김씨도 자신을 직업군인 출신이라고 홍보했다.
검찰은 브로커들의 통화 내역과 자금 거래, 병원 진단서 등을 통해 병역면탈 의뢰인, 비리에 가담한 의료진, 또 다른 병역 브로커로 수사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2004년에는 연예인과 야구선수들이 조직적으로 연루된 병역비리 사건이 드러나 관련자 136명 중 43명이 구속되고 48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모든 연루자가 재입대 조처를 받았다. 2007년에도 가수 싸이 등 연예인과 고위층 자녀가 연루된 병역특례 비리 사건이 드러나 산업기능요원 127명이 적발됐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프로스포츠 선수 등 특정 직군을 표적으로 수사하는 것은 아니다. 병무 판정이라는 것이 의학 부문과 연계된 만큼, 그동안 시스템에서 미흡한 점이 없었는지도 전반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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