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정의 지난날 "아빠가 '고생 그만해'라고 말할 정도" [인터뷰]
고생의 연속이었다. 손과 발이 얼어붙도록 노력했는데도 자신을 알아봐 주는 이는 없었다. 배우 이민정의 시련을 보던 아버지는 결국 "야, 고생 그만해"라고 말했다. 자신을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이의 진심이 느껴지는 조언이었지만 그럼에도 이민정은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우리가 지금의 이민정을 볼 수 있는 이유다.
이민정은 2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영화 '스위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스위치'는 톱스타 박강(권상우)이 크리스마스에 인생이 180도 뒤바뀌는 순간을 맞이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작품이다. 이민정은 수현 역을 맡아 첫사랑의 추억을 소환하는 청순함부터 생활력 뛰어난 아내의 소탈함까지 다양한 매력을 발산했다.
11년 만 스크린 복귀의 의미
이민정의 스크린 복귀는 무려 11년 만이다. 그는 2012년 개봉한 영화 '원더풀 라디오'에 출연한 바 있다. 이민정은 스크린에서 활약하지 않는 기간 동안에도 영화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작품을 신중하게 정해 돌아오고자 노력했단다. 그는 "드라마를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영화 출연에 더 신중하긴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드라마는 TV를 켜면 다 볼 수 있는 건데 영화는 그렇지 않다. 좋은 작품들이 내 컬렉션으로 남길 원해 쉽게 결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시기에 '스위치'가 개봉해 기쁘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이민정은 "영화관에 사람이 못 오는 시기가 있었는데 사실 이런 영화는 가족, 친구랑 같이 봐야 한다. TV의 경우 친구들에게 '집에서 8시부터 함께 보자' 이런 건 거의 없지 않나. 영화관에서 친구, 가족과 따뜻하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차라리 개봉이 미뤄졌던 게 나은 듯하다"고 전했다. 영화를 찍는 동안에도 큰 즐거움을 느꼈단다. 배우들, 감독과의 호흡이 좋았다고도 했다.
남편 이병헌과 아들
'스위치'에는 다양한 웃음 포인트가 있다. 그중 하나는 이민정 남편 이병헌이 언급되는 장면이다. 이민정은 "오정세 오빠가 '요즘 이병헌 (몸값) 싸잖아'라는 대사를 쓰기 위해 허락을 받아야 할 거라고 했다. 남편에게 물어봤더니 '사람들이 그 부분에 (웃음이) 터지면 당연히 해도 되는 거지'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대사가 이병헌이 배우로서 잘 달려나가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병헌 몸값이) 진짜 싸졌으면 할 수 없는 농담 아닐까. 농담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잘 하고 있어'라는 뜻일 수도 있다"며 미소 지었다.
아들 이야기를 하는 이민정에게서는 따뜻한 엄마의 모습이 느껴졌다. 그는 과거 아들이 자신이 출연한 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를 시청하며 혼란스러워했다고 밝혔다. 이민정이 아무도 없는지 묻는 장면이 있었는데 아들이 그 모습을 보고 "왜 나를 안 찾냐"고 했단다. 그는 "아이에게 엄마가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다고 하더라. 사실 아이는 엄마가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지 모르니 모든 게 막연하게 느껴질 거다"라고 했다. 이민정은 녹화 분량이 많지 않은 날 아들을 촬영장에 데려가 자신의 일터를 보여줬다. 아들은 호기심을 보이며 "이건 진짜 밥이야? 먹을 수 있어?" 같은 질문들을 했다. 이날은 이민정에게 추억으로 남게 됐다.
무명 이민정에게 아버지가 건넨 말
이민정은 '스위치' 전에도 드라마 '꽃보다 남자' '빅' '돌아와요 아저씨',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 등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하며 존재감을 자랑해왔다. 그러나 그는 무명 생활 없이 순식간에 스타덤에 오른 배우는 아니다. 고생도 많이 했고 주변에서 우려 섞인 시선을 받기도 했다. 이민정은 "아빠가 '야, 고생 그만해'라고 했을 때 난 '내가 서른이 되기 전까지 세상이 나를 모르면 (배우 일을)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그때 만약 그만뒀다면 '스위치'에도 출연하지 못했을 거다"라고 이야기했다.
아버지의 말이 이민정에게 더욱 크게 와닿았던 이유는 그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가족이 건넨 조언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이민정은 실제로 힘든 시기를 견뎌내고 있기도 했다. "영화를 찍고 있을 때였는데 체감 영하 30℃쯤 됐다. 화장실은 촬영장에서 30분 거리에 있었다. 손발이 간질간질했고 하얗게 일어났다. 돈도 많이 안 받았으며 사람들이 알아주는 역할이 주어지지도 않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이민정은 고생을 하면서도 계속 꿈을 키웠고 결국 '꽃보다 남자'로 빛을 보게 됐다. 인기 배우 중 한 명이 된 이민정은 "그때 그만하기로 결심했다면 내 인생이 어떻게 바뀌었을까"라며 추억에 잠겼다.
이민정과 SNS
이민정은 SNS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그에게 SNS는 팬들과의 중요한 소통 창구다. "아이도, 오빠(이병헌)도 있고 하니까 팬미팅 같은 걸 할 시간, 공간, 상황을 만들기 어렵다"는 이민정에게 SNS에서 이뤄지는 대화는 각별하다. 어떤 네티즌의 댓글에 답해주고 다른 이에게 침묵한다면 서운함을 느끼는 사람이 생길까 봐 걱정하기도 했지만 '설마 그런 걸 이해 못 해주겠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단다. 이민정은 "중간중간 소통을 하면 팬들과 더 잘 교류할 수 있을 듯했다"고 전했다. 팬을 생각하는 그의 진심이 느껴지는 지점이었다.
작품에서도, SNS에서도 유쾌함을 뽐내온 이민정은 '오늘 하루 행복하게 살아야지'라는 마음가짐으로 일상을 즐기는 중이다. '과거로 간다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기도 했지만 최선의 길을 걸어왔다고 믿으며 살아가고 있다. 일상의 행복을 아는 이민정이 앞으로 팬들에게 전할 같은 감정들에도 기대가 모인다.
한편 '스위치'는 다음 달 4일 개봉한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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