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문화가산책] 신간을 만나다…<인간 이하> 외
김문영 2022. 12. 29. 17:51
인간 이하
인간이 다른 사람을 인간이 아닌 존재로 비인간화하는 이유와 그 방법을 정교하게 파고든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인류 역사에서 인간은 식민지 전쟁을 벌이고 홀로코스트(대학살)를 저지르거나 노예제를 구상했으며, 반대로 그러한 잔혹 행위의 피해자가 되기도 했습니다.
저명한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데이비드 리빙스턴 스미스 뉴잉글랜드대학교 교수는 인간이 타자를 비인간화하는 능력을 어떻게 얻었는지 알기 위해 그동안의 비인간화와 관련한 모든 인류 역사를 탐구합니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선하다'는 명제에 대한 질문도 던지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공감 능력과 연대가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 책은 인류애와 평등을 부르짖음에도 여전히 차별과 혐오를 거리낌 없이 저지르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냉철한 분석을 담았습니다. 또한 역사와 진화심리학, 생물학, 인류학과 철학을 넘나들며 비인간화가 만연한 이유를 밝혔습니다.
어떤 고독은 외롭지 않다
평생 꼭 만나봐야 할 고전 명저들 속에 담긴 고독에 대한 관점이 어떠했는지를 모은 책이 나왔습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에드거 앨런 포, 장 자크 루소 등은 진정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으로서 혼자만의 시간을 찾아 왔습니다. 끝없이 밀려드는 외부의 소음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는 자신만의 당당하고 자유로운 공간을 찾았던 것입니다.
여성 작가인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도 돈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으며, 10대 때부터 생계를 위해 동화와 시를 써온 소설가 메리 E. 윌킨스 프리먼도 독신 여성 작가의 삶을 다루는 한편 '고독은 거리가 아니라 시간으로 세는 것'이라며 자신의 관점을 밝혔습니다.
이 책에는 엘리스 메이넬이나 엘리자베스 케이디 스탠턴의 에세이처럼 국내에 처음 번역되는 글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생에 감사해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 김혜자가 지난 60년간 수많은 배역으로 살며 느낀 삶의 모순과 고통, 기쁨의 시간을 독자에게 전합니다.
김혜자는 "우리 모두 조금씩은 부조리 연극의 배우들이고, 단지 그렇지 않은 것처럼,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절망감과 우울감 속에서도 스스로 힘을 내어 살아가는 것"이라며 "그것이 삶이고 그것이 인간"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연기는 그녀에게 직업이 아니라 삶이며 모든 것이고 그렇기에 모든 것을 걸고 한다고 말합니다.
이 책은 연기 활동 외에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는 국민 배우의 내밀한 고백과 연기 인생에 대한 풍부한 성찰이 담긴 책입니다.
이 책은 지난해와 올해 두 해에 걸쳐 진행된 구술과 대면 및 전화 인터뷰, 그리고 평생 써왔던 일기 형식의 글과 언론 인터뷰를 토대로 편집자가 초고를 만들고, 저자인 김혜자가 다시 기억과 사실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인간의 내면을 다채롭게 이해할 줄 아는 김혜자는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되면 좋겠다는 따뜻한 염원도 밝힙니다.
플랫폼 임팩트 2023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메타버스에 세상이 주목했지만, 각 산업군에서 플랫폼 발전이 미치는 영향과 그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사회 문제에 대한 예리한 분석과 성찰은 부족했습니다.
한국사회학회에서 주최하고 네이버가 후원해 국내 대표 석학 12명이 심포지엄 '플롯팸 사회의 거시적, 미시적 다이나믹스'에서 발표한 내용을 기반으로, 기업-정부 간 관계, 플랫폼 노동, 문화예술의 양극화 문제까지 다양한 이슈를 담아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 책은 과시적으로 미화되는 포스팅들을 보며 각 개인이 겪는 우울감과 플랫폼 상의 따돌림 등으로 인한 마음 건강 문제, 그리고 스트리밍 서비스로 인해 오히려 특정 소수 예술인을 제외하고는 살아남기가 쉽지 않은 문제 등을 꼬집습니다.
또, 뉴스포털과 사회 갈등의 관계를 전수 분석해보니, 클릭수 기반 보상 정책이 언론사로 하여금 갈등 기사를 양산하도록 하게 한다는 객관적인 기대는 갖기 어려웠으며, 갈등을 일으키는 주체는 오히려 언론이 아닌 외부 정치 일정에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이어 기성 언론을 향해 '기레기'라는 비판만 할 경우, 언론의 감시보다는 언론의 찬사를 원하는 정치 엘리트와 기성 언론을 쫓아내고 대체하려 하는 일부 세력이 이득을 보게 될 뿐, 문제의 진짜 주체는 가리게 되는 부작용이 생긴다는 해석도 내놓습니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고양이 백과사전
한국인이 가장 사랑한 현대 외국 소설가 중에 한 명인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고양이 탐구서를 내놓았습니다.
베르베르는 데뷔작 <개미>를 집필할 때부터 꾸준히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에 대해 왕성한 호기심을 갖고 세밀한 관찰을 하며 기발한 소설을 탄생시켜왔습니다.
전작인 <고양이 3부작(고양이, 문명, 행성)>에서도 한계에 다다른 인류 문명을 조감하며 이를 대신할 고양이 문명의 탄생을 그려낸 베르베르는 새로 내놓은 책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고양이 백과사전>에서 고양이의 모든 것을 담아냈습니다.
베르베르는 실험용 고양이 사육장에서 태어난 샴고양이 '피타고라스'를 화자로 설정한 글 속에서 고양이와 인간이 함께 한 역사와 함께 고양이의 심리를 세세하게 담아냈습니다.
베르베르는 실제 도미노라는 암고양이를 기르는 집사입니다.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과학 잡지에 개미에 관한 글을 발표해오다가 소설가로 데뷔하게 된 베르베르는 20대 때는 고양이와 살며 글을 쓰는 전업 작가가 되겠다고 생각했으며 그런 자신의 꿈을 이룬 인물입니다.
[ 김문영 기자 (kim.moonyoung@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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