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구현모, 국민연금 `변수`… 연임성공해도 `가시밭`
주총 표대결 승리 가능성 있지만
국민연금 의견 현정부 의지 담겨
정치적 압박에 하차 전망도 나와
KT 차기 CEO(최고경영자) 선임이 복잡한 시나리오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구현모 대표가 연임에 성공할 가능성이 여전히 높지만, 최대주주가 실질적인 반대표시를 하면서 변수가 불거졌다. 국민연금의 의사 표시에는 사실상 현 정부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는 만큼 구 대표가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지난 28일 KT는 사외 인사 14명, 사내 후보자 13명 등 총 27명에 대한 차기 대표이사 적격 여부 검토와 7차례 심사를 거쳐 구현모 현 대표를 차기 CEO 최종후보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구 대표는 우선심사 과정에서 적격 여부를 받았음에도 경선을 자청한 바 있다.
이에 대해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은 같은 날 보도자료를 통해 "현직 대표를 최종 후보로 확정해 발표한 것은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면서 "불공정한 선임 절차인 만큼 의결권 행사를 검토한다"는 입장을 냈다. 그간 국민연금은 KT와 같은 소유분산기업에서의 전문경영인 장기 집권과 후계 공백 등 지배구조 문제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왔다.
국민연금이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힘에 따라 시선은 내년 3월 예정된 주주총회로 쏠린다.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KT의 주요 주주로는 국민연금공단(10.35%)을 비롯해 현대차·현대모비스(7.79%), 신한은행·신한투자·신한생명(5.48%) 등이 꼽힌다. 또 실체스터인터내셔널인베스터즈LLP(5.2%)를 포함해 전체 주식 중 외국인 지분이 43.5%에 달한다.
구 대표 취임 이래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 변신을 추진해온 KT에 신한금융그룹(금융)과 현대자동차그룹(모빌리티)은 신세계(유통), CJ ENM(콘텐츠), 메가존(클라우드)와 함께 디지털 생태계 구축을 위한 주요 파트너다. 구 대표가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과 함께 사상 첫 서비스 매출 16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두 회사는 우호 지분으로 분류된다. 이에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져도 구 대표가 연임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과거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행사했던 사례를 살펴봐도 의도대로 성사된 적은 사실상 거의 없다. 원안대로 통과됐던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만약 주총까지 가서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행사하더라도 대세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우호세력이 여론이나 정부의 의지를 의식해 태세를 바꿀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구 대표 본인의 정치·사법 리스크와 맞닿아 있다. 구 대표는 2016년 국회의원 13명에게 이른바 '쪼개기 후원'을 해 회삿돈 1400만원을 유용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약식기소됐으며, 이에 불복하고 현재 정식 재판을 진행 중이다. 앞서 올초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았던 박종욱 당시 KT 각자대표는 사내이사 재선임 투표를 앞두고 자진사퇴했다. 이때도 국민연금이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영국계 투자사 실체스터의 의결권 또한 변수로 꼽힌다. 이 회사는 일본 자본시장에선 거침없이 의결권을 행사하고 실적 부진 시 압박하는 '큰손'으로 알려졌다. 2020년 KT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하면서 본격적으로 의결권 행사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가치투자를 중시하는 곳이라 구 대표가 낸 실적에 따라 호의적인 입장일 수도 있고, 리스크를 최대한 제거하기 위해 반대표를 던질 수도 있다.
주총 표 대결까지 가지 못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번 복수후보 경선이 경영일정 때문이지만 외부 공모 없이 급히 진행됐던 만큼, 일각에선 이를 문제 삼아 재경선 필요성을 제기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앞서 박 대표가 자진사퇴했던 것처럼 구 대표가 대내외적 압박으로 하차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선을 자청했을 만큼 연임에 대해 강한 의지와 자신감을 표명한 구 대표지만 여론이나 정치적 압박의 강도에 따라 의지에 손상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한 대학 경영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이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CEO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긍정적이지만, 정치적으로 필요한 인사를 선임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개선돼야 할 행태"라고 전제하면서 "정치와 여론 때문에 우호세력이 흔들리면 이사회에서 흐름이 바뀔 수도 있다. 결국 앞으로 구 대표의 의지와 결심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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