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채이자 25조 역대최대… 불황때 쓸 '재정실탄' 모자랄판

홍혜진 기자(honghong@mk.co.kr) 2022. 12. 2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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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민간 부채 빨간불

글로벌 경기 하락에 직면한 한국 경제의 최대 뇌관은 역시 '부채'다. 기업과 가계뿐 아니라 정부도 채무 부담이 커지면 그만큼 '운신의 폭'이 줄게 된다.

문재인 정부 때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 투입으로 인해 적자 국채 발행이 누적된 상태에서 금리까지 오르자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할 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정부부채와 민간부채를 합친 국가 총부채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약 30% 증가해 60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2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 국고채 상환 예산은 올해보다 4조1000억원 늘어난 24조8000억원이다. 이는 내년 본예산 638조7000억원의 3.9%에 해당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이 예산이 내년에 모두 집행된다면 국고채 이자 상환 부담은 올해(20조1000억원)보다 4조7000억원 급증한다.

1년 사이에 국고채 이자 부담이 4조원 넘게 증가할 것으로 정부가 예상하고 있는 셈이다. 국고채 이자 비용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는 16조~18조원대를 유지해왔다. 그러다가 올해 20조원으로 불어났고, 내년에는 역대 최대 폭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국고채 규모가 매년 꾸준히 늘어왔음에도 그간 이자가 비교적 일정 수준을 유지해온 것은 저금리 추세에 따라 조달 금리가 1%대로 낮게 유지된 덕분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등에 따라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위해 적자국채를 발행하면서 국채 발행 규모가 대폭 늘었다. 여기에 금리 상승으로 국고채 평균 조달금리가 3%대로 뛰면서 내년부터 이자 부담이 대폭 늘어나게 됐다.

국고채를 포함한 국채 발행 잔액은 1000조원을 넘긴 상태다. 국채 발행 잔액은 2018년 640조원에서 이날 기준 1061조원으로 4년간 65.7% 증가했다. 공공기관이 발행해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보증하는 특수채까지 합치면 잔액은 1313조원에 달한다.

이 같은 국채 발행 잔액은 미래 세대가 나중에 갚아야 할 빚이다. 당장 내년부터 상환 부담이 급증할 전망이다.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국고채 규모는 86조5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다.

국고채 상환 금액은 매년 50조원 후반에서 많아야 71조원 수준을 유지해왔다. 그러다가 내년에는 올해(56조원) 대비 약 30조원 확 늘어나는 것이다.

이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2020년과 2021년에 대규모로 발행한 국채 만기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돌아오는 영향이다. 내년에는 2020년에 발행한 국고채 3년물, 2021년에 발행한 2년물 만기가 함께 찾아온다. 정부부채를 나타내는 또 다른 지표인 국가채무(중앙정부 부채)는 3분기 기준 1029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 말의 723조2000억원(D1)보다 42.3% 증가한 것이다. D1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회계·기금을 따져 계산한 것으로, 비영리공공기관 부채와 비금융공공기업 부채까지 합하면 국가채무 규모는 더 커진다.

정부부채뿐 아니라 민간부채도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가계·기업·정부 등 국내 3대 경제 주체가 짊어진 부채 규모가 5000조원을 넘어 6000조원에 육박한 셈이다.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른 '영끌' 대출 급증 등이 맞물린 결과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가계신용과 기업신용을 합친 민간신용은 4790조2000억원으로 나타났다. 가계신용이 2252조7000억원, 기업신용이 2537조5000억원이다. 각각 2019년 대비 23.2%, 30.2% 증가한 수치다.

정부부채까지 합치면 전체 잔액은 5819조3000억원이다. 2019년 말의 4499조9000억원과 비교해 약 3년 만에 30% 가까이 급증했다.

지금 같은 속도로 부채가 증가하면 정부, 기업, 가계 경제 주체 모두가 빚 부담에 짓눌려 경제 활력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심화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와 성장 잠재력 하락 등 중장기 재정 여건을 고려하면 재정준칙 법제화 등 건전성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내년 재정을 최대한 빨리 풀어 경기 둔화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내년 1월 2일부터 재정을 즉시 집행해 하루라도 빨리 정책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내년 우리 경제가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적극적인 경기 대응을 위해 내년도 재정은 상반기 중 역대 최고 수준인 65% 이상 신속 집행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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