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한전 사장 9명 중 7명이 '官'출신

박동환 기자(zacky@mk.co.kr) 2022. 12. 29. 17: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근 3명 연속 산자부서 나와
전력시장 이해도 높은건 강점
경영독립성 훼손 논란 불가피

전력산업 구조개편 계획안이 확정된 1999년부터 현재까지 재임한 한국전력 사장 9명(대행은 제외) 가운데 7명은 관료 출신이다. 민간기업 재직 후 사장에 오른 사례는 2차례에 그쳤다.

한전 업무와 전력시장에 대한 이해도·전문성 등을 고려하면 부처 출신 관료가 임명되는 게 낫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관료들이 한전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주고받으면서 경영 독립성이 훼손되고 개혁 의지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전영환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공기업이 자구책을 세워야 함에도 모든 것을 정부가 결정하는 한국의 전력산업 구조에서는 한전이 스스로 혁신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며 "정부와 한전 양측의 '올드보이(OB)'들이 소통하는 가운데 개혁하는 건 매우 어려워 보인다"고 비판했다. 한국의 전력산업은 2001년 발전시장에 경쟁이 도입돼 한전 발전 부문이 자회사로 분리되고 민간 발전회사도 일부 들어와 전기를 공급하고 있지만 큰 틀에서는 변화가 없었다.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재임한 최수병 13대 사장은 제5대 공정위원장이자 제19대 보건사회부 차관을 역임했던 인사다. 14대 강동석 사장(2002~2004년)도 교통부(현 국토교통부) 공무원 출신으로 제10대 해운항만청장을 지냈다. 한전 사장으로 재직한 뒤에는 다시 제12대 건설교통부 장관에 임명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08년부터 2012년 사이 17~18대 사장은 각각 김쌍수 전 LG전자 부회장과 김중겸 전 현대건설 사장 등 민간 출신 인사가 맡았다. 다만 그 직전이었던 15~16대 사장과 19~20대 사장은 모두 산업자원부에서 고위 공무원을 지낸 인사들이 임명됐으며 현재 정승일 사장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출신이다.

전문가들은 한전의 인사 관행은 차치하더라도 전력산업 구조개혁을 위한 논의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공무원이라고 개혁적인 인사가 없을 수 없고, 민간 출신이라고 해서 반드시 개혁적이라는 법도 없으니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전력산업 혁신은 공기업 사장 혼자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현 정부에서 아주 깊게 고민해 뼈대를 만들어야 그나마 다음 정부에서 조금씩 개혁해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또 "적자 문제뿐 아니라 탄소중립 목표 앞에서 발전 자회사에 대한 구조조정이나 재생에너지 증가에 따른 송전설비 확충, 지역 민원 사안 등을 그대로 덮어놓고 간다면 언젠가 터지게 될 폭탄 돌리기가 될 것"이라며 "인사를 떠나 지금은 한전의 정상화를 넘어 전력산업 전반에 대한 체제 개편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박동환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