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석유 팔걷은 UAE … 지금 아부다비는 '스타트업 천국'
ICT·헬스케어·핀테크 등
200개社 둥지 튼 '허브71'
규제문턱 낮고 투자기회 많아
非석유 수출 8년내 2.3배 목표
10년 거주 골든비자 요건 완화
관광 인프라에도 34조원 투입
중동의 에너지 부국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수도 아부다비. 뜨거운 사막 바람을 지나 여의도 느낌이 물씬 나는 알마리아섬의 금융 자유무역지대 '아부다비 글로벌 마켓'에 도착하니 아찔한 고층 건물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한 건물에 들어서니 이곳이 중동 한복판인지, 유럽인지 헷갈릴 만큼 거대하고 화려한 크리스마스트리들이 곳곳을 수놓고 있었다.
200개가 넘는 글로벌 기술 기업이 빼곡히 둥지를 튼 '허브 71'이 들어선 건물이다. 이곳에서 만난 샴마 파헤드 알델리 씨는 "함께 아이디어를 내고 가치를 창출하는 기술혁신 생태계가 허브 71"이라며 "허브 71의 주요 목표는 전 세계 스타트업들에 자본과 시장은 물론 고급 인재에 대한 더 많은 접근성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UAE는 세계 7위 석유 매장국이자 중동 대표 산유국이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탈석유 전략에 따라 경제 다각화에 나서며 신산업을 키우고 있다. 자원 고갈에 대한 위기감으로 다른 먹거리를 찾아 백년대계를 세우고 있는 것이다. 허브 71은 중동을 대표하는 아부다비 최대 스타트업 생태계로, 석유 기반 경제에서 기술 기반 경제로 탈바꿈하려는 아부다비의 야심 찬 계획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허브 71 진출 기업들은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자금 지원과 제품 개발에서 다양한 인센티브를 받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과 헬스케어, 핀테크, 관광 등 고성장 분야의 스타트업 수백 개가 집결해 있다 보니 아이디어와 투자 관련 기회를 얻고 인재풀을 공유하는 이점도 있다. 지난해 말 허브 71에 합류한 유전자 분석 예방의료 스타트업 프리딕티브 케어의 윤사중 대표는 "오일달러를 비롯한 투자금을 유치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만 유명 바이오 헬스 기업들과 접촉하기가 훨씬 쉬워졌다"며 "한국에선 유전자 분석을 할 수 있는 아이템을 10개 정도 정해놓는 데 반해, 아부다비에선 프라이버시만 지키면 제한 없이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비교했다. 의료 규제 관련 방향성이 완전히 다른 셈이다. 허브 71에서 창출한 고급 일자리는 지난 4년간 1000개가 넘는다.
최근 아부다비 경제개발부는 2031년까지 100억디르함(약 3조5500억원)을 들여 해외 직접 투자를 유치하고 아부다비의 제조업 규모를 두 배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내놨다. 동시에 1만3000여 개의 고급 일자리를 만들고 비석유 부문 수출 규모를 2.3배인 1788억디르함(약 63조7000억원) 규모로 키운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경제개발부 산하 아부다비투자진흥청(ADIO)이 각각 운용자산이 8290억달러와 2840억달러에 달하는 국부펀드 아부다비투자청(ADIA)과 무바달라의 투자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부다비 당국은 고급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비자 제도도 개편 중이다. 2019년 도입된 골든비자는 투자자와 기업인, 고급 인력을 대상으로 최장 10년간의 거주를 보장해왔다. 지난 10월부터 절차를 간소화하고 신청에 요구되는 월 최소 급여 요건을 5만디르함(약 1750만원)에서 3만디르함(약 1050만원)으로 낮췄다. 아부다비 당국은 내년엔 올해보다 발급이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UAE는 미국과 유럽 명문대를 유치하는 데도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국제교육과 연구 특구를 설립하는 등 중동의 지식 허브도 지향한다. 덕분에 해외 인재들을 유인할 경쟁력 있는 교육 인프라를 갖췄다. 아부다비에는 미국 뉴욕대(NYU)를 비롯해 프랑스 소르본대,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등 세계 유수 명문대학 캠퍼스가 자리하고 있다. 이들 대학들은 본 캠퍼스 못지않은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한다.
아부다비는 인구 90%가 외국인이다. 동시에 중동에서 무슬림 외 타 종교와 문화에 대해 가장 포용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양한 국적과 인종이 자연스럽게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게다가 영어가 사실상 공용어라고 할 만큼 대부분이 영어를 매우 능숙하게 구사한다. 국제화되고 열린 교육 환경을 접하기엔 최적의 환경이다.
아부다비가 문화·관광 분야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도 경제 다각화의 일환이다. 2004년부터 270억달러(약 34조원)를 쏟아부은 '사디야트 아일랜드 프로젝트'가 그 핵심 사업이다. 2017년 루브르 박물관 분관이 세계 최초로 이곳에서 개관했다. 세계적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한 루브르 아부다비는 지름 180m의 거대한 돔 외벽과 독특한 별 모양의 레이어가 8겹으로 겹쳐 있는 천장이 특징이다. 사디야트 문화지구에는 루브르에 이어 2025년 완공을 목표로 구겐하임 미술관 분관을 비롯해 아부다비 자연사 박물관, 자이드 박물관이 한창 건설 중이다.
아부다비가 롤모델로 삼는 나라는 다름 아닌 한국이다. 아부다비에서 만난 남찬우 UAE 한국문화원장은 "우리가 한강의 기적이란 말을 쓰듯, 이곳 사람들은 '사막의 기적'을 일궜다고들 한다"고 운을 떼며 "2010년대 들어 국가적 차원에서 한국에 젊은이들을 보내고 있다. 석유 없이도 성공한 비결을 찾으라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아부다비/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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