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천장 녹아 불똥이 비처럼 쏟아져"

지홍구 기자(gigu@mk.co.kr), 박나은 기자(nasilver@mk.co.kr), 이상헌 기자(mklsh@mk.co.kr) 2022. 12. 2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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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경인道 방음터널 화재
방음벽 터널이 타면서 연기
불과 함께 인명피해 키워
2시간20분만에 진화됐지만
고립된 차량 45대 전부 소실
30일 사고 구간 개통 결정
29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터널 구간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달려가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대낮 수도권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로 사상자 40여 명이 발생했다. 불은 경기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터널 구간에서 오후 1시 49분께 이곳을 지나가던 집게차에서 불이 나면서 발생했다. 집게차에서 발생한 불길이 터널의 강화 플라스틱으로 옮겨 붙으면서 연소가 확대돼 순식간에 터널 내부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이 차량은 안양에서 성남 방향으로 운행 중이던 집게차로, 폐기물 수집 차량으로 알려졌다.

방음터널 절반가량이 불에 타면서 내뿜은 연기와 화기는 터널 안에 갇힌 차들을 급습했다.

소방당국은 펌프차 등 장비 94대와 소방관 등 인력 219명, 소방헬기 등을 동원해 화재 발생 2시간20분 만인 오후 4시 12분께 화재를 진화했다. 이번 화재로 인해 차량 45대가 소실됐으며 구체적인 재산 피해는 조사 중이다.

이날 화재로 터널 내 차량 등에서 5명이 숨진 채 발견됐고, 중상 3명, 경상 35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중상자는 안면부 화상, 경상자는 단순 연기흡입 등의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 장소가 긴 방음터널 구간인 점이 인명 피해를 키웠다. 화재 발생 당시 영상을 보면 방음터널 내 수백 m에 달하는 구간이 모두 시뻘건 불길에 휩싸여 불에 타고, 터널 양옆으로는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방음터널 내부는 화염에 완전히 휩싸였고, 뜨거운 열기로 인해 터널 천장이 녹아 불똥이 비처럼 떨어지는 모습도 보인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방음터널은 자체가 어둡고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제한돼 있어 사고가 나면 사람들이 쉽게 패닉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정 교수는 "방음터널 내 대형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불에 강한 재질을 사용하고, 환기시설과 가까운 거리에 대피 공간을 곳곳에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이 난 방음터널은 철 골조에 강화플라스틱 재질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 직후 소방당국에는 주변을 지나던 운전자와 인근 주민의 119 신고가 200여 건 넘게 접수됐다.

화재 당시 해당 구간을 지나던 운전자 A씨는 "현장에서 누군가 대피하라고 말했고, 대부분 운전자가 차를 버리고 터널 바깥 쪽으로 내달렸다"고 말했다. 인근 도로를 달리던 B씨는 "제2경인고속도로 부근을 지나다가 터널에서 시뻘건 불길과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보고 곧바로 119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이날 화재로 사고 구간과 방음터널 하부 47번 국도 등 인근 도로는 극심한 교통 정체를 빚었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30일 오전 사고 구간에 대한 안전진단을 한 뒤 재개통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방음터널 하부를 지나는 47번 국도는 화재로 인한 낙하물 때문에 양방향이 통제됐다가 안양에서 서울로 가는 상행선을 시작으로 정상 개통 수순을 밟고 있다.

지홍구·박나은·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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