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난제 환자 진단하듯 경청 … 공교육 되살릴 해법 찾겠다

문가영 기자(moon31@mk.co.kr) 2022. 12. 29. 17: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배용 국가교육委 초대위원장에 듣는다
이배용 초대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최근 정부서울청사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며 교육 정책과 각종 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이승환 기자>

"퇴계 이황 선생님도 착한 사람을 많이 길러내는 것이 교육(학문)의 목표라고 하셨습니다."

지난 9월 새로 출범한 국가교육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이배용 초대 위원장은 이화여대 사학과 교수와 총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을 지내며 평생 교육계에 몸담아 온 교육자이자 역사학자다. 우리나라 중장기 교육 정책을 설계하는 중책을 맡게 된 그는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역사학자답게 교육 역시 근본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이배용 위원장은 "인공지능(AI)이다, 세계화다 이야기해도 인의예지신으로 대표되는 사람의 인성과 관련된 덕목이 여전히 중요하다"며 "이는 고리타분한 이야기가 아니며 최근 기업들이 중시하는 ESG(환경·책임·투명경영) 역시 자연을 중시하고 함께 사는 사회를 중시하는 등 결국은 전통의 덕목들과 같은 이야기"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가교육위원회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교육 정책의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목적에서 출범했다. 국교위가 다뤄야 할 우리나라 교육계의 문제점은 뭐가 있을까?

▷우리나라 교육 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혹은 시대에 따라 너무 자주 바뀌면서 일관성이 없어 학부모들의 혼란을 초래해왔다. 이런 정책은 신뢰를 주기 힘들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하지만 국교위는 우선 10년 단위의 중장기 계획을 세워 안정된 교육 정책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교육과정은 당연히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가야 한다. 4차 산업혁명에 대처하고 인재 양성의 틀이 다양하게 전개되도록 하는 것이 과제다.

교육 현장의 안전도 문제다. 학교 폭력 등으로 아이들을 안심하고 학교에 보내기가 어렵다. 교권 보호도 근본적인 부분 중 하나다. 학생들이 교사를 존경하고 교사도 학생들을 아껴주면서 서로 신뢰하도록 해야 하는데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교육을 하면서 생긴 문제점도 많다. 학우들과 부딪히면서 배우는 부분도 많은데 그런 부분을 놓쳤다. 또 다른 문제점은 학습 격차가 커졌다는 점이다. 특히 소득에 따라 온라인 지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이 생기면서 교육 격차 문제도 심각하다.

저출생으로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것도 교육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부분이다.

―과도한 사교육비와 경쟁 체제가 저출산의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옛날에는 그런 풍조가 없었는데 요즘은 학교가 끝나면 다 학원으로 간다. 공교육 활성화를 통해 그런 역할을 대체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면에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학교가 부모님 퇴근시간보다 일찍 마치다 보니 아이들이 필요 이상으로 학원에 가는 측면도 있다. 제도적인 여건을 더 검토해야 하지만, 최근 늘봄학교를 통해 그저 돌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교육을 펼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렇다면 누가 가르칠지, 어떤 환경에서 가르칠지 등 여러 고려할 사항이 많다. 학교가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이 혜택을 보고 교사들도 보람을 느끼는 사례를 많이 봐왔다. 공교육을 살리는 문제에 대해 다양하게 집중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공교육을 살리자'는 말이 더 이상 구호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수월성 교육도 분명 중요하고 못 따라오는 학생들에 대한 대처도 매우 중요하다. '대기만성'이라는 말처럼 인내심을 갖고 붙잡아주면 학생들도 따라올 수 있다.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이 희망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이 직면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어떻게 기여할 생각인지.

▷국교위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현장의 문제점을 짚어내고 다양한 대책을 세우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국교위 위원들끼리 대책을 세우는 게 아니라 전문위원회, 특별위원회를 통해 전문가들을 동원하고 학부모들을 만나서 다양한 애로사항을 들을 필요가 있다. 서울과 지방, 서울에서도 강북과 강남 등 지역별로 애로사항이 다를 텐데 다양한 지역의 학부모를 많이 만나려고 한다. 의사가 환자를 진단하듯이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는 뭔지 들을 계획이다.

현장과 소통하기 위해 500명 규모 대국민 참여단을 만들 계획도 세우고 있다.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수렴하면서 교육계 현안을 짚어나가고 중장기 계획을 세우는 게 국교위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국교위가 현장과 소통하는 창구이자 다양한 방면에서 계획을 검토하는 기본적인 터전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

―위원들 간 정파적 대립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최근 교육과정 개정안 심의 과정에서 이러한 모습이 드러난 듯하다. 위원장으로서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보는가.

▷국교위가 출범하자마자 당면한 과제가 가장 예민한 쟁점인 교과서 속 표현이었던 게 원인이 됐다. 자유민주주의, 성소수자 표현과 같이 첨예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는 부분에 대해 먼저 얘기를 하니 합의가 어려웠다. 입시제도와 같이 앞으로 다룰 문제들은 경험으로 체감할 수 있는 것들이다. 국교위 위원들은 모두 경험이 풍부하고 제대로 된 교육 방향을 세우자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 앞으로 미래 세대에게 좋은 길을 열어주기 위해 더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한평생 교육계에 몸담았는데 위원장님이 생각하는 교육이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인성이다. 과학 인재니 뭐니 다 중요하지만 나는 교육자로서, 역사학자로서 따뜻한 인성을 키워줄 수 있는 틀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재능도 중요하지만 가슴이 있는 인성도 중요하다. 그래야만 신뢰받는 인간상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나만 사는 게 아니라 같이 사는 것이고, 오늘만 사는 게 아니고 멀리 보고 가는 것이다. 다른 분야보다도 교육 분야에서는 이러한 인성을 갖춘 인재를 기르는 것이 약속이고 희망이고 신뢰다.

[문가영 기자]

▷이배용 위원장은… △1947년 서울 출생 △1969년 이화여대 사학과 학사 △1971년 이화여대 한국사 석사 △1984년 서강대 한국사 박사 △2006~2010년 이화여대 13대 총장 △2010~2012년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 2대 위원장 △2013~2016년 한국학중앙연구원 16대 원장 △2022년 9월~ 대통령 소속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