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타곤서 싸우는 프로태권도 조만간 출범"
"스포츠도 변해야 살아남아"
메이웨더 같은 스타 육성 목표
한국이 세계에 준 선물 태권도
국제 스포츠 지위 더 확고히
국제대회 초기 가로세로 길이가 12m×12m였던 태권도 경기장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10m×10m로 작아졌다. 경기장이 넓어 박진감이 떨어진다는 분석을 반영한 결과였다. 경기장 크기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8m×8m로 더 줄었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팔각형 형태로 바뀌었다.
세계태권도연맹(WT)은 이처럼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태권도 경기 규칙과 장비를 개선하고 있다. 전자호구 도입, 총득점제에서 라운드별 점수제로의 전환 등도 WT 기술위원회가 과거 경기들을 분석해 혁신한 결과다. WT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승인을 받아 올림픽 태권도를 관장하는 국제경기연맹이다. 회원국은 212개국이며, 내년 초 아프리카 나미비아가 가입하면 213개국이 된다. 조정원 WT 총재(사진)는 2023년 다가오는 WT 설립 50주년을 맞아 태권도가 세계 스포츠로서 더욱 확고히 자리 잡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WT는 태권도의 인기를 높이기 위해 프로태권도를 활성화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WT가 주축이 돼 프로리그를 운영하면서 프로복싱의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은메달), 겐나디 골로프킨(2004년 아테네올림픽 은메달)과 같은 스타 선수를 배출하는 것이 목표다. 조 총재는 "프로태권도가 활성화되면 선수층과 팬층 모두 두껍게 할 수 있다"며 "방송 중계 등 미디어와 결합하면 프로복싱처럼 거액의 대전료를 받는 선수도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WT는 프로리그 도입을 위한 전초전으로 지난 16∼18일 강원도 고성군에서 WT 옥타곤 다이아몬드 게임을 개최했다. WT 옥타곤 게임은 벽이 있는 팔각형 구조물에서 하는 경기로 선수들이 벽을 밟고 화려한 발차기 기술을 선보일 수 있다. WT는 경기 규칙과 시스템을 손봐 1~2년 내 WT 옥타곤 게임을 정식 경기로 자리 잡게 할 계획이다. 조 총재는 "프로경기용으로 개발한 경기지만 반응이 좋으면 2028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에도 내놓을 수 있다"고 밝혔다.
WT는 창립 50주년을 맞아 'Peace in Mind, Taekwondo at Heart'를 기치로 내세우고 있다. 세계 스포츠로서 지난 수십 년간 태권도가 추구해 온 평화의 가치를 계속 이어간다는 취지다. WT는 요르단 아즈락 캠프 등 난민촌에 휴머니테리안태권도센터를 설립해 태권도를 보급하고 있다. 전쟁으로 고통받는 난민들에게 활력과 희망을 주기 위해서다. 조 총재는 "태권도는 환경이 좋지 않아도 개인의 재능과 노력으로 충분히 메달을 딸 수 있는 종목"이라며 "태권도에서 전 종목 최초로 올림픽 메달을 따는 난민 선수가 나오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WT는 과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수여했던 태권도 명예 단증을 철회하고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대회 출전을 금지하기도 했다. 앞선 2월 단행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평화를 강조하는 태권도의 정신에 어긋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 총재는 태권도가 세계인의 스포츠로서 앞으로도 확고한 지위를 유지할 것을 자신한다.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태권도가 보유한 금메달은 8개다. 파리장애인올림픽에서는 기존 6개에서 10개로 늘었다. 세계대학경기대회(유니버시아드)에서는 23개로 육상, 수영 다음으로 많다. 1억명(WT 추산)에 달하는 수련 인구가 태권도를 지지한 결과다. WT는 스위스 로잔 IOC 올림픽박물관에 태권도 동상을 건립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IOC 올림픽박물관에 동상이 있는 종목은 육상, 레슬링, 체조 등 소수에 불과하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에게 승낙을 받아 현재 동상을 제작 중이고 내년 말 WT 설립 50주년을 기념해 세울 예정이다. 조 총재는 "태권도는 한국이 세계에 준 선물"이라며 "평화에 기여하고 인류에게 희망을 주는 스포츠로 굳건히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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