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월드컵, 국뽕 그리고 플랫폼 규제

장용승 기자(sc20max@mk.co.kr) 2022. 12. 2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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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알리바바 '때리기'서 '지원'
유럽, 美빅테크 규제·자국 보호
韓, '카톡 먹통'후 플랫폼 제재
디지털 생태계 위축 경계해야

카타르월드컵이 아르헨티나의 우승으로 최근 막을 내렸다.

한국도 12년 만에 16강에 진출하며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안겨줬다. 특히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는 월드컵이 끝난 이후에도 국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울림을 주는 화두가 됐다.

월드컵 때만 되면 태극기를 흔들고 '대한민국'을 외치는 애국심이 온 나라에 넘쳐난다. 남녀노소 모두가 '붉은악마' 복장을 하고 한국 선수들을 응원한다. 이에 딴지를 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월드컵 얘기다.

기업들이 '애국심 마케팅'에 치중했다간 국수주의를 지칭하는 '국뽕'(국가와 히로뽕이 결합된 단어)으로 조롱받을 수 있다.

국산, 외산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편리함이든, 감성이든 제품이 주는 매력에 소비자들은 지갑을 연다. 특히 10~20대 젊은 층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뚜렷하다.

아이폰 선호도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6월 18세 이상 스마트폰 사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18~29세의 52%가 애플 아이폰을 사용했다. 삼성 갤럭시의 사용 비중은 44%였다. 전 연령대를 통틀어 유일하게 아이폰의 사용 비중이 높았다.

국내 소비자들이 외산을 샀다고 비판할 일은 아니다. 정보기술(IT) 발달로 세계가 가까워진 시대에 소비자들은 '국뽕'에 취하지 않고 가장 매력적인 제품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또 이들의 선택을 받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은 혁신의 동력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선순환의 작동 기반인 세계화가 큰 위협을 받고 있다. 특히 세계화 역행 흐름을 세계 경제대국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전 도널드 트럼프 시절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와 유사한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를 밀어붙이고 있다. '미국 내 생산'을 기치로 각종 조치를 내놓으면서 지난 8월 북미산 전기차에만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발효시켰다.

자국 우선주의는 비단 구경제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디지털 전환 시대를 주도하고 있는 빅테크 영역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확인된다.

무엇보다 중국의 입장 변화가 주목된다. 데이터 장악에 대한 경계심으로 중국 공산당은 그동안 자국 빅테크 '때리기'에 집중해왔는데 앞으로는 '지원' 쪽으로 정책 방향이 바뀌는 분위기다. 지난 15~16일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중국 경제 성장을 위해 빅테크 기업들의 역할을 주문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SCMP는 "이 발언은 지난 2년간 빅테크에 대한 엄격한 압박이 종료될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라고 해석했다. 알리바바, 텐센트 등이 대표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유럽연합(EU)은 지난 3월 빅테크의 반경쟁 행위를 규제한다는 명목으로 '디지털시장법(DMA)'에 합의했는데 사실상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미국 빅테크를 겨냥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디지털 플랫폼 시장을 미국 빅테크에 내준 EU가 보호막을 치면서 사업자를 키우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경제 복원'을 내걸었다.

하지만 '카카오 먹통' 사태 이후 핵심 계열사들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가 진행되는 등 '자율규제' 정책 기조가 꺾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독과점에 따른 소비자 피해와 불공정 경쟁을 막기 위한 규제는 필요하다. 다만 이러한 규제가 자칫 디지털 혁신 생태계를 위축시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점을 '국뽕'으로 치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반세계화 흐름이 거세지고 있는 것은 엄중한 현실이다.

[장용승 디지털테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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