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실사격 없었던 ‘반쪽’ 北 무인기 대응·격멸훈련

김승겸 합참의장 주관…2m급 敵 무인기 상정
지작사·공작사·육군 항공사 참가 ‘비사격 훈련’

북한 소형무인기 대응 및 격멸훈련이 29일 실시된 가운데 육군 제5군단 장병들이 방공 무기체계인 20㎜발칸을 운용중이다. [합참 제공]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한 무인기 영공 침공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합동참모본부가 29일 오후 경기도 양주시 가납리 일대에서 북한 소형무인기 대응 및 격멸훈련을 실시했지만 실사격 훈련은 이뤄지지 않았다.

합참은 이날 “적 소형무인기 대응 및 격멸훈련을 실시했다”며 “실전적인 훈련으로 북한의 공중 위협 대응태세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승겸 합참의장 주관으로 실시된 이날 훈련은 2m급 소형무인기 대응 작전개념 정립과 실전적 작전수행 절차 숙달에 목표를 두고 진행됐다.

KA-1 전술항공통제기와 아파치·코브라헬기 등 20여대의 유·무인 전력자산이 참가했다.

육군 방공무기체계인 20㎜ 발칸과 단거리 지대공미사일 천마 등 지상대공무기도 동원됐다.

훈련은 먼저 KA-1 조종사가 육안으로 식별한 침투 적 무인기를 GOP(일반전초) 후방지역에서는 아파치 헬기, 그리고 민가가 밀집한 지역으로 침투한 적 무인기는 민가 피해 우려로 교전이 제한되는 만큼 500MD 헬기가 드론건으로 타격하는 형태로 실시됐다.

이번 훈련은 지난 26일 군이 우리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 5대를 탐지·식별하고도 결과적으로 격추시키지 못한 가운데 북한 소형무인기 위협에 최적화된 작전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차원에서 마련됐다.

군은 향후 저속·저공 비행하는 북한 소형무인기 위협에 대응해 KA-1과 공격용 헬기, 초음속 전투기 등 속도가 상이한 군용기들의 합동성을 강화하는 전술을 고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번에 민간 피해를 우려해 격파 사격을 시도하지 못한 만큼 민간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북한 무인기를 파괴하는 방안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소형무인기 대응 및 격멸훈련이 29일 실시된 가운데 단거리 지대공미사일 천마 발사대가 사격 대공방어를 취하고 있다. [합참 제공]

다만 이날 훈련은 적 무인기가 공중침투하는 다양한 상황을 가정해 탐지 및 식별 후 추적해 요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실사격 없는 비사격 훈련으로 이뤄져 ‘반쪽’에 그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군은 지난 26일 북한 무인기 5대가 우리 영공을 침범하자 전투기와 공격헬기 등 20여대의 군용기를 투입하고, 공격헬기의 20㎜ 기관포 100여발 사격을 가하는 등 격추를 시도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하고 말았다.

이후 북한 무인기가 서울 북쪽 상공을 5시간가량 휘젓고 다닌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공방어망이 무너진 것 아니냐는 국민적 불안과 우려도 커졌다.

또 이번 훈련이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 이튿날 국무회의에서 “지난 2017년부터 무인기, 드론에 대한 대응 노력과 전력 구축이 제대로 되지 않고 훈련이 전무했다”고 언급한 뒤 추진됐다는 점에서 비사격 훈련은 이 같은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합참은 애초 이번 훈련과 관련 ‘식별 후 추적해 격추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가 ‘추적해 요격하는 방식(비사격 훈련)’이라고 정정하기도 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훈련 강도나 실질적인 훈련, 적 상황을 상정한 실질적 훈련에 대해서는 취약했다는 측면에서 말씀드리고 싶다”면서 “합참 주도의 모든 자산을 통합해 운영하는 차원의 훈련은 없었다는 점에서 전무하다는 표현이 사용된 것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합참은 “이번 훈련을 실시한 결과 확인된 문제점을 보완하고 각 부대·기능별 임무수행 절차를 숙달해 북 공중위협 대응태세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무인기 천적’으로 알려진 ‘비호 복합’이 최근 5년간 실전적 훈련을 실시하지 않았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제대별로 임무 수행을 위한 기본적인 훈련은 해왔다”면서 “다만 합동성 등을 강화하기 위한 보다 대규모 부대, 또는 다양한 상황을 상정한 훈련의 발전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