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일한 숙련 외국인노동자는 체류기간 10년까지 확대한다

노동부, 고용허가제 개편방안 의결
‘4년10개월’ E-9 비자 최대 10년으로
폐기물수집운반업 등에도 시범 발급

박종필 고용노동부 기획조정실장이 2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비전문 외국인력을 공식적으로 도입하기 위한 고용허가제 개편방안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노동부가 장기근속 숙련 외국인 노동자에게 체류기간 등 특례를 주는 방향으로 고용허가제를 개편한다. 비전문 취업비자(E-9)를 발급받아 한국에 들어와 장기간 숙련도를 쌓은 외국인 노동자의 체류 기간을 최대 ‘10년’까지 대폭 늘리기로 했다. 이주노동단체들이 가장 많이 요청한 ‘사업장 변경’은 허용 사유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노동부는 지난 28일 제36차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고용허가제 개편방안을 심의·의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장기근속 외국인노동자 특례다. 노동부는 E-9 비자로 입국해서 한 사업장에서 일정 기간 이상 일한 외국인에게 최대 10년까지 국내에서 머물 수 있는 체류기간 특례 부여를 추진한다. 현재 E-9비자의 취업활동 기간은 4년 10개월이며 이 기간이 지나면 출국해야 한다. 노동부는 장기근속 외국인노동자에게 직업훈련, 사업장 변경과 연계된 인센티브도 검토한다.

노동부는 “그간 고용허가제는 특정 분야에 숙련되지 않은 비전문 외국인력만 활용하고, 체류기간도 제한적으로 운영해왔다”며 “기업은 장기간 근무한 숙련인력을 활용하기 어렵고, 더 오래 일하기를 희망하는 외국인력에는 불법체류의 유인으로 작용하는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농업·제조업·건설업 등 업종에 제한됐던 E-9 비자를 폐기물수집운반업, 식육운송업 등의 상하차 직종에도 시범적으로 발급하는 등 고용허가 기준을 확대한다. 노동부는 2023년에는 인력난이 심한 일부 서비스업 상하차직종에 외국인력 고용을 허용하고 여러 업종과 직종의 인력수요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인력수요 분석을 위한 독립적인 전문가 자문기구도 둔다.

‘사업장 변경’은 허용 사유 확대 검토

외국인 노동자의 열악한 주거권과 관련해서는 지방자치단체 공공기숙사 확충 등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산업재해로 처벌받은 사업장은 외국인 고용을 제한하도록 최근 조치했고, 내년부터는 5인 미만 농어가도 농어업인안전보험 가입을 의무화한다. 올해 3000개소를 대상으로 시행한 사업장 지도·점검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이주노동단체들이 강조해 온 ‘사업장 변경의 자유’와 관해서는 사용자의 노동조건 위반에 따른 사업장 변경 허용 사유 확대를 검토한다.

박종필 노동부 기획조정실장은 “숙련된 외국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국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외국인력이 필요한 기업은 지원할 수 있는 새로운 고용허가제 2.0의 기본방향을 제시하고자 했다”며 “내년 관련 법령의 개정안 마련을 추진하는 한편 충분한 노사·전문가 의견수렴 및 관계부처 협의를 진행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