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의 이사회 여전히 독립적이지 못해”
“세계적인 전자·자동차 회사가 많은 한국은 제조업 기업이 어떻게 탄소 감축 목표를 모범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지를 보여줄 국가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독립적이지 못한 이사회 등은 개선해야 할 요소로 보입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어드바이저(SSGA)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략을 담당하는 캐런 왕 ESG·지속가능투자 글로벌 최고책임자는 최근 서울을 방문해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가 기후변화 문제 등 ESG를 중시하는 이유는 기업의 건실한 ESG가 결국 투자 수익률을 올려준다는 믿음 때문”이라고 했다. 운용자산이 4조달러(약 5078조원)인 SSGA는 블랙록·뱅가드와 함께 글로벌 3대 자산운용사로 꼽힌다. 한국 투자자에겐 ‘SPDR’(보통 ‘스파이더’라고 읽음)이란 ETF(상장지수펀드)로 익숙하다.
ESG는 환경·사회·지배구조를 고려한 기업 활동을 뜻한다. 자산운용 업계의 ‘큰손’들이 ESG를 투자 원칙으로 내세우면서 지난 몇 년 사이 일반 기업으로 확산한 트렌드다. 투자한 기업이 ESG 원칙에서 벗어날 경우 SSGA가 투자 자금을 회수하지는 않는다. 대신 경영진에 문제 개선을 꾸준히 요구하고 때로는 이사 선임 등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면서 주주로서 기업과 소통하는 방식을 쓴다. 왕 책임자는 “투자한 모든 기업이 204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거나, 최소한 관련 전략을 수립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인데 이를 위해 기업과 많은 소통을 하고 있다”라고 했다.
왕 책임자는 ESG에 대한 과도한 압박이 초래하는 부작용도 안다고 했다. 환경에 나쁜 활동을 친환경으로 포장해 홍보하는 ‘그린워싱(green washing·녹색 세탁)’, 환경을 해치는 부문만 떼어내 분사시키고 탄소 배출량을 줄였다고 주장하는 ‘브라운스피닝(brown spinning·갈색 분리) 등이 대표적이다. 왕 책임자는 “아직은 기업의 ‘셀프 보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여러 부작용이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당국과 업계가 힘을 모아 객관적 ESG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했다.
SSGA는 2017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앞에 월가(街)와 맞서는 모습의 ‘당당한 소녀(Fearless Girl)’ 동상을 세웠다. 동시에 선진국 주요 지수에 편입된 기업에 여성 이사를 1명 이상 두도록 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후 여성 이사가 없었던 1486사 중 58%(862사)가 여성 이사를 새로 선임했다. 내년부터 이 기준은 ‘30% 이상’으로 올라간다. 중국계 미국 이민자 출신으로 두 딸의 어머니인 왕 책임자는 “‘당당한 소녀’ 캠페인은 투자 업계의 ESG 노력이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낸 사례”라며 “할머니·어머니와 비교해 나는 여성으로서 많은 기회를 부여받았다고 믿는데 여러 노력이 모여 미래 세대에겐 기회의 문이 더 넓어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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