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 순위 조작 의심땐, 검색 데이터 요구 가능해질듯
앞으로 네이버쇼핑, 쿠팡, 배달의민족 입점 업체가 해당 플랫폼에 검색 알고리즘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에 관한 데이터를 요청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플랫폼이 특정 제품을 몰아주는 불공정 거래를 하는지 입점 업체가 데이터를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동안 공정거래위원회가 주로 플랫폼 갑질 여부를 판단해왔는데 앞으로는 자율규제 원칙에 따라 민간에서도 플랫폼 갑질을 견제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29일 정부는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디지털 플랫폼 발전 대책을 통해 '검색·추천 투명성 및 데이터 접근 방안'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입점 업체가 플랫폼 내 관련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이 포함됐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플랫폼과 이용자 및 종사자 간 갈등은 일률적 규제보다는 이해당사자 간 시장 자율규제를 원칙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플랫폼 자율규제 원칙'이 본격 가동된다는 의미다.
이 기조하에 거대 플랫폼의 시장지배력 남용 행위와 무분별한 확장에 대해선 엄정 대응하면서 한국 플랫폼 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대책은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위원회 등 관계부처가 함께 마련했다.
향후 글로벌 경제는 디지털 플랫폼 경제 중심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미국 빅테크들의 시가총액이 국가 규모를 넘어설 정도로 커지면서 미국 빅테크 중심의 '디지털 제국화'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도 토종 플랫폼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가장 주목되는 플랫폼 자율규제의 핵심은 입점 업체에 데이터 접근 권한을 주는 것이다.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대형 플랫폼이 생겨나면서 국내에서도 플랫폼 갑질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네이버쇼핑이 검색 알고리즘을 바꿔서 자사 스마트스토어 상품을 홈페이지에 더 노출시켰다가 2020년 과징금 265억원을 부과받은 바 있다. 네이버는 상고를 검토 중이다.
앞서 공정위는 네이버쇼핑, 카카오모빌리티 등에 대해 플랫폼 갑질을 조사해왔고 일부선 과징금을 부과했다. 다만 과징금이 부과되더라도 국고에 귀속될 뿐 피해 입점 업체는 단 1원도 보상받지 못한다.
반면 입점 업체가 직접 데이터를 확보해 이를 견제한다면 자율적으로 플랫폼 갑질을 견제할 수 있고, 동시에 플랫폼이 정당하지 못한 방식으로 돈을 벌 경우 추후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해진다.
자율규제 논의에 참여한 한 핵심 인사는 "플랫폼 업체의 영업 비밀인 검색 알고리즘 자체를 사전에 공개하라는 것은 과도한 규제에 해당된다"며 "플랫폼 자율규제 논의 과정에서도 입점 업체가 사후적으로 데이터를 통해 이를 검증해보자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카카오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플랫폼 규제를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높았다. 당시 공정위는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 제정을 내세우며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온라인 플랫폼이 가장 민감해하는 '검색 노출 기준을 계약서 필수 기재사항으로 의무화'하는 방안을 포함했다. 당시 플랫폼업계는 검색 시 상품 노출 기준을 공개하라는 조항에 '맛집 레시피(음식 만드는 법)'를 공개하라는 격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모빌리티 플랫폼 전문가인 김동영 한국개발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검색 알고리즘을 세세히 노출시키면 이를 악용한 어뷰징(의도적으로 중복된 것을 올려서 불공정한 행위로 돈을 버는 방법) 등이 성행할 수 있다"며 "그보다는 데이터를 확보해 사후 검증하는 형식으로 가는 게 맞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 측은 이 같은 데이터 접근권을 통한 사후 검증시스템은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고 답했다.
정부는 독과점 플랫폼의 시장지배력 남용 행위에 관해서는 공정위 제재 조치 등을 통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앱마켓의 인앱결제 강제, 경쟁 플랫폼 이용 제한 등이 주요 심사 대상이다. 플랫폼 기업에 자율규제란 당근을 주면서 동시에 독과점 횡포에 대해선 언제든지 채찍을 휘두를 수 있다는 신호를 준 것이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가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 제정과 '기업결합 심사기준' 개정을 추진 중이다.
한편 이날 정부는 진흥 관점에서 플랫폼 기업 육성 전략도 내놨다.
서비스형 클라우드 생태계 구축, 사이버보안 기술 확보, 대규모 인공지능(AI) 컴퓨팅 자원 구축 등이 대표적인 예다. 아울러 정부는 내년 경제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것에 대응해 재정을 최대한 빠르게 집행할 방침이다.
추 부총리는 "우리 경제의 대내외 여건은 여전히 매우 어렵고, 대외 여건 악화 등으로 내년 상반기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내년 1월 2일에 재정을 즉시 집행해 하루라도 빨리 정책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설명했다. 내년 상반기 중 재정 집행률 65%를 달성하겠다는 것이 정부 목표다.
[나현준 기자 /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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