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표 예산 부활에 노웅래 방탄까지… 브레이크 없는 巨野 독주
민생 관련 일몰연장법안 해 넘겨
법인세도 민주 뜻대로 1%P 인하
최악의 동·식물 국회로 전락 비판
과반 의석을 앞세운 거야(巨野)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독주가 계속되고 있다. 입법과 예산은 일방통행이다. 급기야 6000만원대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체포동의안도 '반대'몰표로 부결시켰다. 국민의힘은 속수무책이다.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혐의를 받는 노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지난 28일 국회 본회의 무기명 투표에서 271명 중 찬성 101명, 반대 161명, 기권 9명으로 부결됐다. 정의당 의원 6명은 이날 모두 체포동의안 찬성에 표결한 만큼, 169석의 민주당 의원들이 무더기로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된다. 당내에서도 애초부터 검찰의 '야당탄압'에 맞서기 위해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해야한다는 기류가 강했다.
그러나 '방탄정당'이라는 비난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사례는 21대 국회에서 노 의원이 처음이다. 앞서 정정순 민주당·이상직 무소속·정찬민 국민의힘 의원 등 국회로 넘어온 체포동의안은 모두 가결됐다. '이재명 방탄 예고편'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연이은 '법사위 패싱'= 민주당은 지난 2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전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법제사법위원회를 건너뛰고 본회의에 바로 회부하는 안건을 단독 처리했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법사위에서 법안 처리가 막히자 법사위 패싱을 감행한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직회부에 필요한 '재적 의원 5분의 3' 요건을 채우기 위해 민주당 출신 무소속 윤미향 의원을 끼워 넣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다른 쟁점 법안에서도 법사위 패싱을 시도할 것이란 얘기도 있다. 민주당은 지난 2일에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에서 공영방송 사장 임명 방식을 바꾸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다. 지난 9일엔 국토교통위원회에서 화물차 안전운임제의 일몰을 3년 연장하는 법안을 단독 처리했다. 이 법안들도 법사위에 묶여 있지만, 60일이 지나면 소관 상임위에서 직회부 찬반 투표를 할 수 있다. 과방위도 민주당 출신 박완주 무소속 의원이 가세하면 5분의 3이 채워지고, 국토위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찬성하면 요건이 충족된다.
본회의에 직회부된 법안은 김진표 국회의장이 여야 대표와 합의해 본회의 부의를 결정하게 돼 있다. 그러나 합의가 되지 않은 채 30일이 넘으면 부의 여부를 자동으로 무기명 투표에 부치게 돼 있다. 169석을 가진 민주당 마음대로 법안 처리가 가능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으로선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외에 저지 방법이 없다.
◇민생 법안 일몰 수순= 민생과 직결되는 일몰연장법안들은 여야 이견으로 그대로 일몰되는 수순이다. 30인 미만 영세·중소기업 사업장에 대해 주52시간 적용을 유예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지난 28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중소기업계는 추가·연장근로제를 2년 연장하거나 일몰 자체를 폐지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여야가 지난 27일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극심한 이견으로 전체회의 개의 합의에도 이르지 못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일몰 연장 거듭 촉구했지만 민주당은 "논의하고 싶은 추가근로제만 논의하느냐"며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심사 병행을 압박해 결국 결렬됐다.
노란봉투법은 노조 파업에 손해배상 청구를 막거나 '합법 파업' 개념을 대폭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어 민주노총 산하 화물연대본부의 이른바 '안전운임제' 관련 법안 일몰 연장·폐지 요구와도 맞닿아 있다. 국민의힘은 전혀 성격이 다른 법안들을 무조건 함께 심사·처리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올해 마지막날(31일)까지 여야 간 극적인 타협 없이는 추가·연장근로제 일몰이 확정적이다.
◇이재명표 예산의 부활= 민주당은 결국 임대주택·지역화폐 등 이른바 '이재명표 예산'을 되살렸다. 당초 전액 삭감된 지역화폐 발행 지원 예산은 3525억원을 편성했으며, 공공임대주택 관련 전세임대융자사업 등 확대 예산은 6600억원을 증액했다. 반면 정부·국민의힘이 요구했던 행안부 경찰국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운영 경비 등 이른바 '시행령 예산'은 절반 정도만 살려냈고, 법인세는 수정 요구대로 과세표준 구간별 1%포인트씩 인하하는 데 그쳤다. 정치적 손익을 따져봤을 때 민주당이 정부여당에 판정승을 거뒀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악의 '동·식물 국회'= 야당이 법안처리를 강행하는 '동물국회'와 법사위에서 법안처리가 막히는 '식물국회'가 이어져 "협치는 실종되고 민생은 외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식물국회와 동물국회의 나쁜 점만 빼다 박은 '동·식물 국회'가 됐다고 비판한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최근 동·식물 국회 현상은 '상호 견제'라는 균형이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면서 "선진화법이 있어 식물국회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거야(巨野)가 독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어 동물국회 일어나는, 협치는 없고 민생만 외면되는 상황"이라고 일갈했다.김세희·한기호·임재섭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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