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이커머스 시대에 마트가 쉬면 …
새벽 7시, 과거와 달리 집집마다 우유와 신문을 넣어두던 주머니가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 대신 집집마다 문 옆으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들의 보랭박스가 눈에 띈다. 쿠팡의 프레시백, 컬리의 퍼플박스, SSG닷컴의 알비백 등이다. 한 집 건너 한 집꼴이 아닌 거의 모든 집 문 앞에 보랭박스가 놓여 있다. 계단을 타고 아래층과 위층을 가도 풍경은 거의 판박이다.
저녁 7시 전후로는 보랭박스 옆으로 골판지 박스가 가득 쌓인다. 새벽배송이 필요 없는 공산품이 가득하게 쌓여 있다. 요새는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이 하루 만에 도착한다. 오래 걸려봐야 이틀이다. 해외에서 직구하는 상품도 일주일이 채 안돼 도착하는 시대다. 손가락 몇 번 튕기면 전 세계 모든 상품이 문 옆에 놓인다.
어떤 물질이 내외부 작용으로 다른 상태로 변한 뒤 원래 상태로 되돌아갈 수 없는 성질을 비가역성이라고 한다. 코로나19는 이커머스 온라인 쇼핑을 일상으로 들여왔다. 한 번 편리함을 경험하고 났더니 다시는 오프라인 위주 쇼핑으로는 돌아가기 힘들어진 것이다. 유통의 '비가역성'이 발휘되는 지점이다.
화장지, 샴푸 등 공산품을 넘어 계란, 생선, 돼지고기 등 마지막까지 온라인 배송을 고민하게 하던 신선식품도 온라인으로 주문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온라인 식품 거래액은 17조7196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6.6% 늘었다. 온라인으로 한 달에 1회 이상 식품을 구매하는 가구 비중도 2020년 37.9%, 2021년 52.3%, 2022년 56.3%로 3년 연속 증가세다.
심지어 5060 베이비붐 세대마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온라인으로 넘어왔다. 지난해 온라인 쇼핑 이용 비중이 2019년과 비교해 50대는 110%, 60대도 142%가 늘어났다.
이제 와서 대형마트의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겠다느니, 의무휴업일을 기존 일요일에서 평일로 바꾸겠다느니 하는 이야기는 늦어도 너무 늦었다. '요즘' 사람들은 마트가 쉬면 이커머스를 이용한다. 지금 즉시 필요한 상품은 편의점에서 산다. 마트가 쉬는 일요일을 참고 월요일에 마트에 가는 것은, 전화로 배달 주문을 하는 것만큼이나 어색하다.
[홍성용 유통경제부 hsyg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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