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외양간 고친 군···무인기 대응 합동훈련 실시
적 소형무인기 대응 및 격멸훈련
북한 무인기의 수도권 영공 침범을 계기로 허술한 방공망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군이 29일 무인기 도발 상황을 상정한 합동방공훈련을 진행했다. 지난 26일 서울 상공에 침투한 북한 무인기 격추에 실패한 지 사흘 만이다.
합동참모본부는 김승겸 합참의장 주관으로 경기 양주시 가납리 일대에서 지상작전사령부와 각 군단, 공군작전사령부, 육군항공사령부 등이 참가한 가운데 적 소형무인기 대응 및 격멸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2m급 소형 무인기 대응 작전 개념을 정립하고 실전적 작전수행 절차 숙달을 위해 실시한 이번 훈련에는 공군 KA-1 전술통제기와 아파치·코브라 공격헬기 등 20여대의 유·무인 전력이 참가했다.
이날 훈련은 적 무인기가 공중 침투하는 다양한 상황을 가정해 탐지 및 식별 후 추적해 요격에 임하는 비사격 훈련 방식으로 진행됐다. 적 무인기를 KA-1이 육안 식별하면 GOP(일반전초) 후방 지역에서는 아파치 헬기가 실제 사격하기 직전까지의 절차를 훈련했다.
민가 지역으로 적 무인기가 침투했다고 가정한 상황에서는 민가 피해 우려로 교전이 제한되는 점을 고려해 500MD 헬기에 장착한 드론건(재머)으로 타격하는 절차를 숙달했다. 드론건은 군이 전력화한 정식 편제 장비는 아니라 시험용으로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훈련에서 20㎜ 벌컨포와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 ‘천마’ 등 지상 대공무기의 대 드론 운용성을 높이는 절차도 함께 숙달했다.
지금까지는 육·해·공군, 해병대 각급 부대가 각자 방공 훈련을 해왔으며 가용한 자산을 모두 동원하는 실전적 훈련은 2017년 이후 처음이다.
북한 무인기는 2014년에 경기 파주, 인천 백령도, 강원 삼척에서 각각 추락체로 발견됐고, 2017년에도 강원 인제에서 추락한 채 발견됐다. 북한 무인기 위협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합동방공훈련이 제대로 실시되지 않은 것이다.
앞서 북한 무인기 5대가 지난 26일 남측 영공을 침범해 강화, 파주 등 상공을 비행하고 이중 1대는 서울까지 침투했다. 군은 헬기의 20㎜ 포로 100여발 사격을 가했으나 격추에 실패했다. 벌컨포, 비호복합 등 지상 배치 대공무기들은 자체 탑재한 탐지장비로 목표물을 포착하지 못해 한 발도 사격하지 못했다. 2019년 도입한 드론 테러 방어용 레이더(SSR)와 주파수 무력화 시스템이 있었는데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앞서 김승겸 합참의장이 16일 경기 북부 육군 제3보병사단을 방문해 “북한의 무인기 위협도 증대되고 있다”며 방공작전태세 확립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불과 10일 만에 수도권 방공망의 허점을 그대로 노출한 것이다. 27일과 28일에는 정체불명의 항적이 포착돼 북한 무인기로 추정하고 전투기를 출격시켰으나 각각 새 떼와 풍선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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