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전자 결산] '수요 부진'에 가전·스마트폰 한파…돌파구 마련 절실
[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올해 가전, TV, 스마트폰 등 소비재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타격을 입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뜻밖의 특수를 누리며 최근 1~2년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진 모습이다. 전자업계는 내년에도 경영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고민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29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내년 기업경기전망지수(BSI) 전망치는 74로, 코로나 팬데믹 영향이 컸던 지난 2021년 1분기(75)와 유사한 수준을 기록했다.
BSI는 100 이상이면 해당 분기의 경기를 이전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본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특히 반도체를 포함한 IT·가전은 68을 기록, 시장 전망이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미래 먹거리 '스마트홈' 경쟁…신가전 내세워 수요 공략
가전업계는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스마트홈' 확장에 힘을 싣고 있다. 수요 부진 속 서비스 강화에 보다 집중하며 기존 고객을 유지하고, 미래 잠재 고객을 확보한다는 전략에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 LG전자는 'LG 씽큐' 등 자사 스마트홈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를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 9월 'IFA 2022'에 이어 내년 1월 'CES 2023'에서도 '스마트홈'을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와 고효율 기술을 결합해 '에너지 효율 1위 가전'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세운 상태다. 이미 유럽의 에너지 소비효율 최고 등급보다 에너지 사용량을 10%가량 더 절감한 제품들도 개발했다.
삼성전자는 HCA 창립 멤버로, 가전 간 상호 연결성 협의를 주도하고 있기도 하다. HCA는 다양한 가전업체의 자체 스마트홈 플랫폼을 서로 연동하기 위해 결성한 협의체로, 삼성전자와 LG전자, 일렉트로룩스, 하이얼 등이 참여하고 있다.
LG전자는 'LG 씽큐'를 통해 제품을 연동하고 제어하는 것을 넘어 구입 후에도 기능을 지속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업(UP) 가전'을 내세우고 있다. 업가전은 지난 1월 국내에 처음 도입했으며, 내년 1월 미국을 시작으로 '씽큐 업'이라는 브랜드로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LG전자의 경우 '신가전'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시장 침체 속 신가전으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올해 하반기에만 해도 전면 패널 색상을 바꿀 수 있는 '무드업 냉장고', 테이블형 공기청정기 '퓨리케어 에어로퍼니처', 신발 관리 기기 슈케이스·슈케어 등을 선보인 바 있다.
◆삼성 'GOS'·애플 '생산 차질'로 고심…폴더블폰은 '훨훨'
삼성전자는 올해 초 불거진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 사태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GOS는 고사양 게임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하면 CPU·GPU 등 성능을 강제로 낮추는 기능으로, 지난 2월 출시한 갤럭시S22에 강제로 적용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소비자가 GOS 기능을 끌 수 있도록 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에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신고를 당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에게 집단 소송을 당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이와 관련해 사과하기도 했다.
이같은 이슈와 애플, 중국업체들의 공세로 삼성전자는 올해 스마트폰 사업에서 부침을 겪었지만, 폴더블폰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하반기 내놓은 갤럭시Z플립4와 갤럭시Z폴드4는 사전 판매에서 97만 대 판매되며, 역대 폴더블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하루 평균 사전 판매 대수는 13만8천여 대로, 역대 갤럭시 시리즈 중 최고 성적을 냈다.
폴더블폰은 시장 침체 속에도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3분기 폴더블폰 출하량은 608만 대로 전년 동기보다 63% 증가했다.
애플은 최대 생산 기지인 중국 정저우 폭스콘 공장의 인력 이탈로 생산 차질을 겪고 있다. 현재도 아이폰14는 미국에서 구매 후 3~4주가량을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내년 상반기까지 생산 차질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생산 차질로 애플의 실적 역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비저블알파가 시장 추정치를 집계한 결과, 애플의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달성한 1천239억 달러(약 157조원)를 하회하고,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상황 속에도 애플은 아이폰14를 내세워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4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이 점유율 24.6%를 기록하며 삼성전자(20.2%)를 제치고 1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3분기만 해도 삼성전자가 22.2%의 점유율로, 애플과 4.6%포인트 차이를 보이며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불황' 버텨온 렌털업계도 '주춤'…현대렌탈케어, 사모펀드 품으로
렌털업계는 코로나19는 물론 경기 침체, 인플레이션 등에도 실적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견조한 성적표를 내왔다. 가전 수요가 줄어도 기존 계약 고객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과 초기 비용 부담이 적어 신규 수요가 꾸준하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전반적인 수요 부진으로 인해 판매를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었고, 수요를 끌어들이기 위해 마케팅, 광고에 힘을 실으면서 비용 증가로 인해 영업이익이 쪼그라들었다.
실제 3분기 렌털업체들의 실적은 희비가 엇갈렸다. 코웨이의 경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성장세를 이어간 반면 SK매직과 쿠쿠홈시스는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렌털 시장도 정체가 예상되자 현대렌탈케어는 사모펀드 품으로 들어가게 됐다. 최근 현대홈쇼핑은 사모펀드 운용사인 시에라인베스트먼트에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80%를 1천37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당초 현대홈쇼핑은 렌털 사업을 신성장 동력 중 하나로 키워왔지만, 수요 부진으로 실적 확대가 제한적일 것이란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현대홈쇼핑은 지난 2015년 현대렌탈케어를 설립해 렌털 사업에 진출, 7년여간 사업 확대를 노렸지만, 코웨이, SK매직, LG전자, 청호나이스, 웰스 등 경쟁사들을 제치지 못하고 하위권에 머물러왔다.
업계 관계자는 "렌털업은 다른 업종에 비해 경기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편이지만, 전반적인 소비가 크게 줄어들면서 렌털 역시 타격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수요 부진 속 사업을 확장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지 기자(jisseo@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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