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만 확진자 ‘2억5000만명’ 나왔다는 中… 세계 각국 방역 비상인데 韓은 중국발 코로나 대응 시기 놓칠라
日, 백신 3회 미접종자 입국 전 PCR 검사…中 백신은 없어
추가로 중국인 여행객은 입국 후 코로나 검사 실시
한·중 항공편은 증편하지만, 일본은 도착 공항 제한
세계 관광시장의 ‘큰 손’인 중국인들이 다시 캐리어를 끌고 공항으로 향하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내년 1월 8일부터 해외 입국자들에게 부여한 시설 격리 의무를 폐지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시설 격리 5일과 자가 격리 3일 등 총 8일 간 격리를 해야 했지만, 내년 초부터는 일정 기간 자가 격리를 하거나 건강 모니터링만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인이 해외 여행을 사실상 할 수 없도록 막아왔던 장벽이 없어지는 셈이다. 때문에 해외 입국자 격리 폐지 발표 직후 중국에서는 한국과 일본 등 해외 관광지 검색이 급증했다. 미 CNBC 방송은 여행 사이트 트립닷컴을 인용해 방역 완화 발표 후 다음달 21~27일 춘제(春節·설) 연휴 등을 염두에 둔 해외여행 검색이 늘었다고 보도했다. 인기 해외 여행지는 일본·한국·태국·미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이달 초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한 후 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6일(현지시각)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발생한 중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2억5000만명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코로나에 감염된 상태로 중국인 여행객들이 전세계로 이동하면 각국의 방역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주요국들은 대책을 빠르게 마련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아직 대책 마련을 놓고 고심중이다.
◇日, 중국인 여행객에게 입국 전·후 PCR 검사 요구… 이탈리아·미국·인도도 검사 실시
일본은 오는 30일부터 중국발 입국자 전원을 대상으로 코로나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양성 판정이 나오면 7일 간 시설 격리를 요구하기로 했다. 방역 강화에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직접 나섰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27일 기자들과 만나 “중국 본토에서 감염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고 중앙과 지방, 정부와 민간 사이에 정보가 크게 엇갈리는 등 상세한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워 일본 국내에서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일본은 10월 11일부터 외국인이 일본에 방문하려면 코로나19 백신을 3회 이상 접종했다는 증명서를 제출하게 하고 있다. 일본 당국이 인정하는 백신은 화이자·모더나·얀센·아스트라제네카·노바백스 등의 제품으로, 대부분의 중국인들이 접종한 중국산 백신은 목록에 없다.
백신 미접종자나 일본 당국이 인정하지 않은 백신을 접종한 경우는 비행기 출발 전 72시간 이내에 PCR 검사를 받은 뒤 음성 확인서를 발급받아 제출해야 한다. 사실상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일본에 여행을 가려면 출국 전 PCR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입국 후에도 다시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는 게 일본의 방역 대책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중국발 입국자의 절반 정도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이 지난 26일(현지시각) 밀라노 말펜사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발 승객을 대상으로 코로나 검사를 실시한 결과, 첫 번째 항공편은 승객 92명 중 35명(38%)이, 두 번째 항공편은 120명 중 62명(52%)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중국에서 도착하는 모든 입국자를 검사하고, 새 변종 바이러스 발생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내년 1월 5일 0시부터 중국과 홍콩, 마카오에서 미국에 입국하는 모든 여행객은 항공기 탑승 전 248시간 이내에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한 후 음성이라는 확인서를 받아 제출하도록 했다. 국적이나 백신 접종 여부에 관계 없이 최근 10일 이내 중국에 체류한 모든 항공기 탑승객에게 제공된다. CDC는 “중국 정부가 투명한 역학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 내 확산을 막으려는 조처”라고 했다.
인도도 중국과 홍콩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에 대해 코로나 검사를 의무화했다. 대만은 다음달 1일부터 한 달간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 코로나 검사를 시행한다. 방글라데시도 중국발 입국자 방역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필리핀은 중국발 입국자에게 코로나 검사 의무화를 검토 중이다.
◇한국, 아직 중국인 입국자 대책 없어… 무증상 코로나 감염자, 국내 여행 가능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주요국과 달리, 한국은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 특별한 조치를 하고 있지 않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10월 1일 입국자부터 1일 이내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 의무를 해제했다. 3일 이내에 자율적으로 PCR 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입국 때 코로나 백신 접종이나 음성 확인서도 요구하고 있지 않다.
다만 입국장에서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체온이 37.5도 이상인 경우 유증상자로 선별해 PCR 검사를 받도록 한다. 표적 검역 대상국에서 오는 입국자는 발열 기준이 37.3도로 낮다. 방역당국은 지난 16일 중국을 인천국제공항 표적 검역 대상국에 추가했다. 입국자가 코로나 증상이 있을 경우 무증상 동반자도 코로나 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달 27일까지 해외 유입 확진자(1777명) 중 중국발 확진자는 253명(14.2%)이다.
다만 현재까지 코로나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직접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코로나에 감염됐더라도 증상이 없는 중국인 여행객이 명동이나 강남 등 번화가를 돌아다녀도 아무런 제재가 없는 상황이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중국인 입국자들은 대부분이 무증상이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2월 코로나 유행 초기 한국이 미국 등 주요국과 달리 중국발 입국자를 막지 않았던 것과 비슷한 우를 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창문을 열고 모기를 잡는 것과 같다’는 비판이 나오자, 박능후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은 “창문을 열어놓고 모기를 잡는 것 같지는 않고, 지금 겨울이라서 모기는 없는 것 같다”고 했었다. “(중국인) 입국자 제한보다 국내서 발생하는 신규 환자를 막는 데 방역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도 했다.
◇韓, 한·중 항공편 34편→50편 늘려… 日, 항공사에 ‘증편 자제’ 요청
중국에서 코로나가 폭발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과 중국을 왕래하는 항공편을 늘린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외무성은 지난 27일 중국(홍콩·마카오 포함)과 일본을 잇는 직항편의 도착 공항을 도쿄의 하네다공항, 도쿄 인근 나리타공항, 오사카 인근 간사이공항, 나고야 인근 주부공항 등 4곳으로 한정했다. 또 일본과 중국 간 항공편 증편을 하지 않도록 항공사에 요청했다.
반면 한국 국토교통부는 최근 중국 당국과 노선 운항 횟수를 주 34회에서 주 50회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내년 1월 13일부터 인천~선전, 15일부터 인천~샤먼 노선 운항을 주 1회 일정으로 재운항한다. 인천~상하이·광저우·다롄 노선은 주 1회에서 2회로, 인천~선양 노선은 주 2회에서 3회로 증편한다. 아시아나항공도 광저우 노선을 재개하는 등 현재 운항 중인 중국 노선을 주 5회 더 늘릴 예정이다.
아직은 중국의 해외 입국자 격리 의무 때문에 한·중 간 왕래가 쉽지 않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11월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중국인은 2만3711명이다. 전체 외국인(130만6535명)의 1.8%에 불과하다. 그러나 중국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에는 총 602만명이 한국을 찾아, 그해 일본인 관광객(321만명)의 두 배 수준이었다. 한국이 방역조치를 다른 나라만큼 강화하지 않는다면, 더 많은 중국인이 한국을 찾을 수 있다.
방역당국은 중국발 입국자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오는 30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논의한 후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적에 관계 없이 중국발 입국자 전원에게 코로나 신속항원검사를 받게 하고, 입국 48시간 전 PCR 검사 음성 확인서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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