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이태원 참사 당일 새벽 보도자료 수정 논란에 “그 일만 한 것 아냐”
여야는 29일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서 참사 당일 서울시와 용산구청의 안일한 대응을 추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서울시가 참사 당일 매뉴얼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고 지적했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주최자가 없는 행사에 대한 매뉴얼이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서울시가 구조 작업이 한창 벌어지던 10월30일 새벽 보도자료에 재난안전대책본부 가동 시점을 “사고 발생 직후”로 수정하라고 지시한 사실도 드러났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2차 기관보고에서 “10·29 참사와 같이 다중 인파가 몰리는 경우 압사 사고에 대응해야 하는 매뉴얼이 서울시에 있다”며 ”매뉴얼을 보면 압사 사고가 발생하면 사고 접수 5분 내 전파하고 20분 내 상황 판단 회의를 하고, 30분 내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해서 운영하라고 돼 있는데 서울시는 그렇게 못했다“고 지적했다.
진 의원은 ”매뉴얼 부록대로 안내요원을 배치하고 인파 압박이 예상되는 곳에 비상 차량 전용 진입로도 사전에 계획했다면 했다면 이번 참사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매뉴얼이 주로 3000명 미만 행사 축제에 적용되는 서울시 매뉴얼이라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압사 사고가 유형으로 적시된 매뉴얼은 공연행사장에서의 사고를 예정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급박하게 대응하는 과정에서 공연행사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산정한 매뉴얼에 대해서는 기억을 되살려내지 못하지 않았을까 짐작한다”고 답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저도 서초구청장 출신인데, 서리풀 페스티벌이라고 반포대로에서 10만명이 오는 행사 때도 미리 서울경찰청에 협조해서 교통을 차단했다”며 “이번에는 그렇게 못한 것이 굉장히 아쉽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가장 뼈아픈 부분”이라며 “현재 법령상으로는 모든 자치구에서 이루어지는 축제성 행사들을 서울시가 사전에 점검할 방법은 없다”고 답했다.
오 시장은 이날 국정조사 모두발언에서 “다중밀집 인파 관리를 위해 주최자 없는 행사에 대한 지자체의 안전관리 수준을 법제화하겠다”며 “재난의 종류와 상관없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복잡하고 다양한 사고 매뉴얼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구조 작업이 한창 벌어지던 10월30일 새벽 보도자료에 재난안전대책본부 가동 시점을 “사고 발생 직후”로 수정하라고 지시한 사실도 드러났다. 천준호 민주당 의원은 “참사 당일 새벽 1시50분쯤 언론담당관이 서울시 보도자료 초안이라면서 ‘서울시는 시청 지하 3층 상황실에 지휘본부를 구성하고 김의승 행정부시장이 상황을 총괄지휘 중’이라고 작성한 것을 (단체대화방에) 올렸다”고 밝혔다. 천 의원은 “이 글을 본 김 부시장은 (보도자료 내용을) ‘재난대책본부를 만들었고 사고 발생 직후 가동되는 것으로 수정하라’고 지시했다”며 “왜 허위사실을 보도자료에 기재했나”라고 물었다.
김 부시장은 “허위사실이 아니다”라며 “(재난안전대책본부 가동 시점은) 0시30분이라고 했다”고 답했다. 사고 발생 2시간15분이 지난 0시30분을 ‘사고 발생 직후’로 해석할 수 있다는 취지다.
김 부시장이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해야 할 시점인 10월30일 새벽 1시59분에 보도자료 수정을 지시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천 의원은 “1시59분은 환자들이 앰뷸런스 타고 돌고 있었던 시기”라며 “그 시기에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셨어야지, 공문서를 고치라고 한 게 본부장님이 하실 일인가”라고 따졌다. 김 부시장은 “그 일만 한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여야는 참사 당일 용산구청의 미흡한 대처도 질타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119 신고가 나온 다음에 서울소방방재센터에서 사실 확인을 위해 용산구 당직실에 10시54분부터 4차례 전화했지만, 통화에 실패하고 5번째인 11시8분에서야 연락이 됐다”며 “도대체 구청은 뭐하고 있었나”라고 물었다. 권윤구 용산구청 행정지원국장은 “당직자가 전화를 못 받았으면 그만한 사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답했다가 “답변이 부적절했다면 사과드린다”고 했다.
용산구청이 참사 당일 오후 10시29분 압사 신고가 있었음을 인지하고도 국회에는 ‘오후 10시53분 처음 인지했다’고 허위보고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서울종합방재센터 녹취록을 보면, 참사 당일 오후 10시29분에 서울소방에서 구청 상황실로 ‘핼러윈 축제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서 압사 사고당할 것 같다는 신고가 있다’고 얘기했더니 충격적이게도 구청 당직자가 ‘네, 맞아요. 이태원 해밀톤 (호텔 근처 압사 상황을) 말씀하시는 거죠?’라고 답했다”며 “이미 이태원역 앞의 해밀톤 상황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원재 용산구청 당직사령은 “저희 직원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고 해명했다.
여야는 참사 당일 마약 단속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김교흥 민주당 의원은 “형사 조끼를 입고 간 50명의 10개 (마약 단속)팀이 참사 현장 부근에 있었다”며 “50명이 호루라기라도 들고 (인파를) 통제했다면 이런 참사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형사 조끼를 입고 (범죄) 예방 활동을 했고, 현장에서 심폐소생술(CPR)도 실시했고, 인파 관리도 했다”고 답했다.
전주혜 의원은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때문에 마약과 대형참사는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없지 않나”라고 물었다. 김보성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과장은 “맞다”며 “참사 당시 이태원 일대에서 검찰은 마약 수사 활동을 한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마약 부검 권고 논란을 두고는 “유족이 요청한 희생자 세 분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부검 절차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6시20분쯤 정회해 2시간 뒤 속개할 예정이었던 국정조사는 정회 직후 용혜인 의원 보좌진의 전주혜·조수진 국민의힘 의원 간 사적 대화 무단 촬영 논란으로 파행했다. 국민의힘은 용 의원의 공개 사과와 위원직 사퇴를 요구하며 국정조사 복귀를 거부했다. 용 의원은 “제 의정활동을 기록하기 위한 보좌진이 특위에 대해 통상적으로 기록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사퇴를 거부했다. 민주당 국조특위 위원 일동은 입장문을 통해 “양당의 입장이 다른 것은 이해하나 어렵게 열린 국정조사 기관보고가 파행으로 흘러가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며 유감을 표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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