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친윤계 공천' 예고편?… 사고 당협위원장 임명 두고 갈등

당협위원장 42명 중 친윤·검사 다수 임명
비윤계 "친윤 아니면 다 나가라는 말이냐"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대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이 29일 사고 당원협의회(당협) 42곳의 조직위원장 인선을 완료했다. 친윤석열(친윤)계와 검찰 출신 인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지자, 비윤석열(비윤)계에서는 "친윤이 아니면 다 나가라는 것이냐"라며 반발이 터져 나왔다. 이번 인선된 이들은 차기 총선 공천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친윤계 공천'의 예고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조직강화특위가 보고한 당협 조직위원장 인선안을 의결했다. 조강특위는 당협위원장이 공석인 당협 68곳 중 26곳을 공석으로 두고 나머지 42곳에 대한 조직위원장을 임명했다. 조직위원장은 이후 해당 지역 당협의 당협위원장으로 선출된다.

관심을 모았던 서울 동대문을 조직위원장에는 김경진 전 의원이 임명됐다. 김 전 의원은 대선 당시 상임공보특보단장을 지내 친윤계로 분류된다. 검사 출신으로 지난 20대 국회에서 국민의당 소속으로 광주광역시 북갑에서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이준석 전 대표 체제 당시 서울 동대문을에 내정됐다가 이번에 탈락한 허은아 의원은 "친윤이 아니면 다 나가라는 것이냐"라며 "친윤이고 검사 출신이면 노력하지 않아도 되고 이리저리 당협 쇼핑도 할 수 있는, 당의 현실이 부럽기보다는 부끄럽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허 의원은 이준석 전 대표 시절 수석대변인을 지냈고, 친윤계가 주도한 이 전 대표 징계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김웅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처음부터 조강특위의 활동에 대해 (비윤계) 솎아내기라는 우려가 많았다"며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오직 친윤 호소뿐인 친윤 원툴('친윤계라는 것 빼고 볼 게 없다'는 의미)들에 비해 허은아의 잘못은 권력에 아양 떨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에 가세했다.

김석기 사무총장은 이번 결정에 대해 "김 전 의원은 지역구 의원이었기 때문에 지역구 관리 경험이 있다"며 "서로 낯선 지역인데 김 전 의원이 좀 더 인지도가 있다. 또 (지역에서 가까운) 고려대를 나왔다"고 설명했다. 김 전 의원 외에 윤 대통령과 가까운 전주혜 의원(서울 강동갑), 유종필 전 국회도서관장(서울 관악갑) 등이 이번 인선에 포함됐다.

김경진 전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검찰 출신도 약진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출신 심재돈 변호사가 인천 동미추홀갑, 대구지검 1차장 출신 최기식 변호사는 경기 의왕과천,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2비서관 출신 김진모 변호사는 충북 청주서원에서 각각 조직위원장에 임명됐다.

조강특위가 이번에 비워둔 지역구의 경우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대통령실 인사들을 배려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조직위원장 선임에서 제외된 서울 마포갑은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옛 지역구였다. 이에 김 사무총장은 "용산(대통령실) 수석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나중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 있으면 충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