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정보소자 구현할 새 물질 발견

고재원 기자 2022. 12. 2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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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상 물질'은 연속적인 변형에도 변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

이런 위상학적 안전성을 이용하면 외부 잡음에 강하고 에너지 손실이 적은 정보 소자를 구현할 수 있다.

국내 연구팀이 차세대 정보소자 구현을 위한 새로운 위상물질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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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성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자제어 저차원 전자계 연구단 학연연구위원. IBS 제공

‘위상 물질’은 연속적인 변형에도 변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 이런 위상학적 안전성을 이용하면 외부 잡음에 강하고 에너지 손실이 적은 정보 소자를 구현할 수 있다. 국내 연구팀이 차세대 정보소자 구현을 위한 새로운 위상물질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김준성 원자제어 저차원 전자계 연구단 학연연구위원 연구팀이 새로운 위상물질을 합성하고 그동안 이론으로만 예측했던 위상 전자상태에서만 나타나는 고유한 양자 효과를 최초로 관측했다고 29일 밝혔다.

위상물질은 그 성질을 결정하는 전자구조에 위상학적인 특이성이 있는 물질이다. 뫼비우스 띠를 아무리 변형시켜도 찢지 않으면 정상적인 띠로 만들 수 없는 것처럼 위상물질이 가진 전자구조의 꼬임 역시, 물질의 화학 구조가 아예 바뀌지 않는 한 계속 보존이 된다.

외부 변화에도 안정적인 위상물질의 특성은 두 개의 에너지 띠가 서로 교차하는 지점에서 나타난다. 일반적인 물질에서는 두 에너지 띠 사이가 벌어지면서 에너지 갭이 생긴다. 그러나 두 에너지 띠가 지닌 대칭성이 다를 때 두 에너지 띠가 에너지 갭 없이 교차하면서 마디를 이루게 되는데, 바로 이 마디 지점이 위상학적인 특이성을 나타내는 지점이 된다.

위상물질은 기존 물질에서 나타나지 않는 특이한 ‘위상 양자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위상 양자 효과는 전자의 파동함수가 기존의 ‘양자 전도 효과’와 다르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양자 전도 효과는 고체 내부의 전자의 움직임을 양자역학적인 파동함수로 이해해야만 설명이 되는 현상을 뜻한다. 

위상학적 안정성과 위상 양자 효과를 이용하면, 외부 잡음에 월등히 강하고 정보 손실 없는 새로운 양자 정보 소자를 구현할 가능성이 있다. 위상물질에 대한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한 이유다. 

특히 위상물질군 중 하나인 ‘위상 마디선 준금속’이 주목받고 있다. 위상 마디선 준금속은 두 에너지 띠의 교차 마디가 ‘선(line)’ 형태로 존재하는 물질이다. 위상부도체 등 일반적으로 에너지 띠 교차 마디가 점 형태로 존재하는 다른 위상물질들과 달리 위상 마디선 준금속은 위상학적인 특이성이 길게 이어진 선 형태로 존재하기에 다른 위상물질보다 더 민감하고 강한 위상 양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추측된다.

연구팀은 이론적으로 위상 마디선 준금속으로 예측된 스트론튬-비소 화합물 (SrAs3)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SrAs3의 특징적인 위상학적 전자상태를 관측하기 위한 물질을 합성했다. 이 물질을 관측한 결과, 위상마디선 준금속의 ‘등에너지면’의 형태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두에너지 띠가 겹쳐있는 상태일 때만 도넛모양의 등에너지면만이 나타난다”며 “이론상으로만 예측했던 위상 전자상태에서만 나타나는 고유한 양자 효과를 확인한 것”이라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다양한 위상물질 연구의 기반을 마련할 뿐만 아니라 향후 차세대 정보 소자 활용에 첫 단추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는 차세대 정보 소자에 활용 가능한 중요한 소재를 확보한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지난달 25일 온라인으로 공개됐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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