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2023년 증시 오를까 내릴까
2023년, 다시 ‘삼천피(코스피 3000)’를 맛볼 수 있을까. 최근 외국계 증권사가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으며 기대감이 높아졌다. 사실 외국계가 국내 증권사보다 내년 증시를 더욱 밝게 본다는 점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그간 코스피 전망을 내놓을 때 ‘외국계는 비관, 국내 증권사는 낙관’이라는 공식이 일반적으로 통용됐기 때문이다.
JP모건도 강세론에 섰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매크로 영향으로 코스피가 2250~2550선을 오가며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으리라 봤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매크로 리스크가 사라지고 대기업 실적 예상치가 개선하면서 코스피가 2800을 향해 상승곡선을 보일 것이란 예측이다. 골드만삭스도 코스피 목표치를 2800으로 제시했다. 투자의견을 ‘중립(Market weight)’에서 ‘비중 확대(Over weight)’로 높였다.
국내 증권사는 외국계보다 조심스럽다. 내년 코스피 예상 밴드는 대체로 ‘2000~2600’선이다. 가장 보수적으로 코스피 전망치를 내놓은 곳은 SK증권으로, 내년 코스피가 2000~2450선을 오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증권사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외국계보다 더 우려하는 모습을 보인다. 외국계 증권사가 내년 인플레이션이 잦아들 것이라고 판단한 반면, 국내 증권사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인상을 멈춘다고 해도 인플레이션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하는 한, 코스피가 12월의 회복세를 이어가기는 역부족이라는 설명이다.
기업 실적도 변수다. 다수의 애널리스트들이 기업 실적 부진이 주가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봤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 자릿수 이상의 이익 성장이 예상되는 S&P500과 달리 코스피 기업 이익은 올해와 내년 전년 대비 감익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반도체 실적 둔화가 전체 실적 모멘텀 악화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다만 외국계 증권사 중에서 맥쿼리는 극단의 비관론에 선 곳도 있다. 내년 경기 침체는 이미 확정적이고, 내후년 경기도 예측하기 어렵다는 불안감이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맥쿼리가 예상한 내년 코스피는 상반기 2200∼2400, 하반기 2400∼2600의 박스권이다. 레고랜드 사태나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 같은 유동성 이벤트가 나타나면 코스피 저점은 내년 2∼3분기께 1900선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외국계와 국내 증권사가 코스피 상단에 대한 기대치는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코스피 흐름을 ‘상저하고’로 예상했다는 점이다. 또한 내년 경기침체 리스크도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고 진단한다. 따라서 개인 투자자는 내년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투자에 나서는 게 낫다고 입을 모은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주식시장은 내년 하반기로 갈수록 역금융·역실적장세에서 금융장세로 전환할 것”이라며 “금융장세 초반에 강한 금융주를 비롯해 반도체, 2차전지, 바이오 등 고수익 성장성을 보유한 종목 위주로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글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61호 (23.1.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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