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지 못했던 '모자 왕국'…조선은 왜 모자에 꽂혔을까

김예나 2022. 12. 2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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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첫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였던 '킹덤'이 공개됐을 때 뜻하지 않게 주목받은 게 있었다.

역사연구가 이승우 씨가 최근 펴낸 책 '모자의 나라 조선'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거나, 또는 잊고 있었던 수많은 조선의 모자를 들여다보는 책이다.

조선 사회에서 모자는 장식품이나 장신구의 역할을 넘어선 삶의 한 부분이었다.

책의 마지막 부분은 그 많던 조선의 모자가 왜 그렇게 빨리 사라졌는지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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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연구가 이승우의 신간 '모자의 나라 조선'…"갓은 수공예 결정체" 평가
다양한 색상의 갓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넷플릭스의 첫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였던 '킹덤'이 공개됐을 때 뜻하지 않게 주목받은 게 있었다. 바로 'K 갓'이었다.

드라마를 접한 외국인 시청자들은 등장인물이 착용한 다양한 형태의 '갓'에 관심을 보였다. '갓 때문에 킹덤을 본다', '멋진 갓을 볼 시간이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처럼 과거 조선은 '모자의 천국'이라고 일컬어질 만큼 모자의 종류가 다양했다. 왕이 쓴 모자만 하더라도 면류관(冕旒冠), 원유관(遠遊冠), 익선관(翼善冠) 등 때와 장소에 따라 달랐다.

역사연구가 이승우 씨가 최근 펴낸 책 '모자의 나라 조선'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거나, 또는 잊고 있었던 수많은 조선의 모자를 들여다보는 책이다.

조선 사회에서 모자는 장식품이나 장신구의 역할을 넘어선 삶의 한 부분이었다.

그렇다면 왜 많은 종류의 모자가 필요했을까. 저자는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신분제에서 실마리를 찾는다.

조선에서 모자는 의복의 장식품이나 장신구 역할을 넘어 신분과 계급, 직업, 나이, 성별을 상징하고 분별하는 일종의 '사회적 코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조선의 선비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반드시 관모를 갖춰 썼다.

패랭이, 초립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조정에서는 신분과 지위에 따라 입어야 하는 옷과 입지 말아야 할 옷, 써야 할 모자와 쓰지 말아야 할 모자를 엄격하게 구별하기도 했다.

책은 공고한 체제에서도 미의식을 버리지 않았던 열망이 수많은 종류의 모자를 꽃피웠다고 본다. 같은 종류의 모자라도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고자 모양과 장식을 달리한 결과인 셈이다.

책은 왕실에서 쓰던 각종 관모부터 남성과 여성용 관모 등 다양한 모자를 설명한다. 특히 문관, 무관, 선비, 중인, 서민, 천민, 특수계층 등 신분에 따라 어떤 모자를 썼는지 사진과 함께 보여준다.

어른이 된 남자가 머리에 쓰던 의관인 갓을 다룬 부분도 눈여겨볼 만하다.

저자는 갓을 '원과 직선의 만남'이라고 소개하며 "초미세한 재료들이 숙련되고 섬세한 장인의 손을 거쳐야 비로소 완성될 수 있는 수공예의 결정체"라고 평가했다.

책의 마지막 부분은 그 많던 조선의 모자가 왜 그렇게 빨리 사라졌는지 질문을 던진다.

"사람들이 상투를 틀지 않으므로 상투를 가리던 망건과 탕건, 갓을 쓰는 풍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누구도 갓을 쓰지 않자 사람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갓과 조선의 모자는 그렇게 우리의 곁을 떠났다."(348쪽)

주류성. 368쪽.

책 표지 이미지 [주류성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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