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전시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유럽 최고의 명문가인 합스부르크 가문이 모은 예술품을 볼 수 있는 기회이다. 합스부르크 사람들은 예술에 대한 철학과 애정을 바탕으로 예술품을 수집해 그 의미가 특별하다. 한국과 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 기념하여 열리는 이번 전시는 유럽 역사의 중심에 있었던 이 특별한 가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합스부르크 가문 출신으로 스페인령 네덜란드 총독이었던 레오폴트 빌헬름 대공은 일생 동안 1400여 점의 명화를 수집했고 이 작품들은 현재 빈미술사박물관 회화관의 명성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그리스로마 신화의 역동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한 파울 루벤스, 최고의 궁정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스, 사계절에 피는 꽃으로 이상적인 꽃다발을 만든 얀 브뤼헐 1세 등 시대를 풍미한 거장의 명화들이다.
전시는 5부로 구성된다. 유럽의 패권을 장악했던 15세기 막시밀리안 1세를 시작으로, 시대에 따른 황제나 대공 등 주요 수집가들의 역할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1부 ‘황제의 취향을 담다, 프라하의 예술의 방’은 프라하에 수도를 두고 수집 활동을 벌인 루돌프 2세를 다룬다. 그는 탁월한 안목으로 ‘예술의 방’에 진기한 예술품을 전시했고, 이는 현재 빈미술사박물관 공예관의 기초가 되었다. ‘십자가 모양 해시계’, ‘누금(금으로 세공하는 기법) 장식 바구니’ 등을 볼 수 있다. 2부 ‘최초의 박물관을 꾸미다, 티롤의 암브라스 성’은 티롤을 다스린 페르디난트 2세 대공을 소개한다. 그는 암브라스 성에 전용 건물을 지어 진열장 설계와 전시품 배치까지 직접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16세기 유럽에 전해진 야자열매로 제작한 공예품 2점이 함께 소개된다.
3부 ‘매혹의 명화를 모으다, 예술의 도시 빈’은 빈미술사박물관 회화관의 명성을 높인 명화를 선보인다. 카를 5세부터 약 200년간 이어진 스페인 합스부르크 왕가에서 수집한 예술품과 빌헬름 대공이 수집한 이탈리아 등의 수준 높은 작품이 있다.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흰 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와 파울 루벤스의 ‘주피터와 머큐리를 대접하는 필레몬과 바우키스’, 반 다이크의 ‘야코모 데 카시오핀’이다. 4부는 18세기 마리아 테레지아 시대이다. 18세기 궁정 행사의 장대함을 볼 수 있는 ‘마리아 크리스티나 대공의 약혼 축하연’과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있다. 마지막은 19세기 프란츠 요제프 1세이다. 요제프 1세와 황후의 초상화는 당시 이들의 비극적인 황실 분위기를 전한다. 요제프 1세는 1857년부터 30년 프로젝트로 빈을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로 탈바꿈시켰다. 황제는 합스부르크 가문의 수집품들을 체계적으로 분류, 전시하기 위해 빈미술사박물관의 건축을 공표했다. 600년에 걸친 수집과 후원의 결과가 고스란히 담긴 곳이 바로 빈미술사박물관으로, 그 단편적인 모습을 한국에서 만나볼 수 있는 전시다.
글 김은정(프리랜서)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61호 (23.1.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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