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경제지표] 연말특수 실종·반도체 생산 급감… 내년 상반기 재정 65% 푼다

김동준 2022. 12. 29.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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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에 가계·기업 부담 가중
5%대 고물가에 소비 위축 악순환
산업 주력 '반도체생산' 11% 급감
정부 연초 민생안정예산 집중투입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경기둔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소비가 석 달 연속 줄어들었다. 5%대 안팎의 고물가가 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이는 국내에 국한된 상황이 아니다. 주요국 대부분이 높은 물가가 지속하면서 기준금리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소비가 위축되면 기업은 생산과 투자를 줄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내년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게 만드는 이유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소비 동향을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지수는 118.1(2015년=100)로 전월 대비 1.8% 감소했다. 단기적으로는 10월 말 발생한 이태원 참사가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추세적으로도 소비는 줄어들고 있다. 소비는 9월(-2.0%), 10월(-0.2%)에 이어 석 달째 내림세다. 특히 연말 특수와 맞물려 개선되는 조짐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국내 경기둔화 우려가 커졌고, 물가상승, 금리인상 등으로 소비심리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소폭 반등한 생산도 좋은 상황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전(全)산업생산지수는 115.3(2015년=100)으로 전월보다 0.1% 증가했다. 7월(-0.2%)부터 8월(-0.1%), 9월(-0.4%), 10월(-1.7%)에 걸쳐 넉 달 연속해 줄어들다 다소나마 반등한 것이다. 그러나 반등 폭이 크지 않은 데다,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조치와 글로벌 경기 둔화 등으로 정보기술(IT) 수요가 줄면서 반도체생산은 11.0%나 급감했다.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는 이미 10월(17.4%)과 지난달(29.8%)을 거치며 감소 폭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현재와 향후 경기를 가늠해볼 수 있는 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1.7로 전월보다 0.7포인트 내리며 7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낙폭은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5월(-0.8%포인트) 이후 가장 컸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0.2포인트 내린 99.0이었다. 해당 지수는 5개월 연속 하락세다. 어 심의관은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하락 전환했는데, 경기가 변곡점에 다다랐다고 해석할 여지가 없는 것 같지는 않다"며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글로벌 경기둔화와 반도체 경기하강, 금리상승 등으로 전반적인 경제 여건이 나빠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소비의 경우 코로나19 해소로 외국인 관광객 증가 등 긍정적 요인이 존재하지만, 5% 안팎인 고물가 등 부정적 요인도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준금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점도표상 최종금리를 상향했다. 기준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기간만큼 소비도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내년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상방 위험을 보일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정부는 소비진작과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다음주 중 설 명절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주로 농·축·수산물 등 성수품 가격 안정에 기여할만한 정책수단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또 경기위축 조기 대응을 목표로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내년 1월 2일부터 상반기까지 재정의 65%를 신속하게 집행할 방침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내년 우리 경제가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적극적인 경기 대응을 위해 내년도 재정은 상반기 중 역대 최고 수준인 65% 이상 신속 집행을 추진하겠다. 민생과 직결되는 일자리·복지·물가 안정 사업은 중점 관리대상으로 지정해 면밀히 점검하겠다"며 "상세한 재정 신속집행 계획은 다음주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혔다.

추 부총리는 "대내·외 여건이 여전히 매우 어렵고, 금융시장도 향후 주요국의 물가나 통화긴축 속도, 경기둔화 흐름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높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동준기자 blaa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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