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영화 ‘스위치’
톱 배우지만 안하무인인 톱스타와 그의 뒤처리를 전담하는 매니저, 이 두 남자의 인생이 하룻밤 사이에 바뀐다. 소중했지만 잃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알게 되는 존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선사하는 영화다. 권상우표 코믹 연기가 진가를 발휘한다.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위치’는 하룻밤에 모든 것이 뒤바뀐 주인공이 자신이 과거에 선택하지 않은 인생을 살게 되면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두 남자의 인생이 바뀌는 ‘인생 스위치’라는 설정에 대해 “거울을 보는 듯한 미묘한 느낌이 재미있었다”고 밝힌 권상우는 안하무인 배우 ‘박강’ 역을 맡아 하루 아침에 인생이 뒤집어진 웃픈 상황에 처한 남자의 심경을 권상우표 생활 연기로 실감나게 그려낸다. “자신만만하고 제멋대로인 톱스타의 모습부터 인생이 뒤바뀐 후 선보이는 생계형 배우의 짠한 모습까지 그야말로 ‘박강’ 그 자체였다”는 감독의 극찬을 받은 그는 친근하고 코믹한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함은 물론, 180도 달라진 삶에 고군분투하는 짠한 가장의 모습을 설득력 있게 선보인다. 오정세의 감초 코믹 연기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스위치’에서만큼은 권상우가 한판 신명 나는 난장을 만든다. 캐릭터 장인 오정세가 스캔들 메이커 ‘박강’의 뒤처리로 고생하는 매니저에서 치명적인 매력의 톱스타로 반전되는 친구 ‘조윤’ 역을, 이민정이 ‘박강’의 첫사랑 ‘수현’ 역을 맡았다. 유학 후 잘나가는 신진 아티스트의 모습과 생활력 만렙 투잡러, 결혼 10년 차 현실 아내의 모습을 보여준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담보’를 통해 혜성 같이 나타난 천재 아역 박소이와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우주’ 역할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김준이 쌍둥이 남매 ‘로희’와 ‘로하’ 역을 맡았다. 실제 가족같은 아역 배우들과의 케미가 영화의 리얼리티를 살려낸다. 타인이 될 기회를 겪으며 소중한 것들에 대해 각성하는 영화는 지금까지 많이 나왔었다. ‘스위치’는 여기에 한국식 유머와 가족애를 더해 맛깔스럽고 영리하게 버무려냈다. ‘덕혜옹주’, ’더 폰’, ‘탐정: 더 비기닝’, ‘방황하는 칼날’ 등의 시나리오를 각색했던 마대윤 감독이 각본, 연출을 맡았다. 유머를 직조해나가는 방식이 유난스럽거나 억지스럽지 않다.
현재형이라 잘 터지는 한국식 유머 코드에 큰 점수를 보태는 것은 믿고 보는 권상우표 생활 코믹 연기. 대본도 재미지만 셀프 디스하는 ‘소라게’ 장면과 실제로 절친인 톱배우를 언급하는 신에서는 크게 웃음이 터진다. 화장실, 조폭, 성 관련 농담 없이도 2시간 가까이 웃길 수 있는 한국 영화가 나왔다. 쿠키영상 같은 결말에서도 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장치를 심어놨다. 러닝타임 113분.
글 최재민 사진 ㈜하이브미디어코프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61호 (23.1.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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