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가 대신 써준 과제 교사들은 걸러낼 수 있을까
미국에서 인공지능(AI) 챗봇 ‘챗GPT(ChatGPT)’가 화제를 모으면서 일선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과제물 작성에 악용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챗GPT는 AI 연구소 ‘오픈AI’가 지난달 30일 무료로 공개한 AI 챗봇이다. 사용자가 질문을 입력하면 방대한 양의 인터넷 문서를 검색해 완성된 형태의 글로 답을 내놓는다. 어떤 질문을 하든 그럴듯한 답을 해준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공개된 지 5일 만에 사용자가 100만명을 돌파했고, ‘구글 검색은 끝났다’는 말까지 나왔다. 구글 경영진은 심각한 위기 경고를 뜻하는 ‘코드 레드’를 발령하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WP는 챗GPT는 완벽하진 않지만 실제 학생들이 내놓을 법한 수준의 답변을 만들어낸다면서 “이처럼 혁명적인 AI에 직면한 교수들과 교사들이 거의 패닉 상태에 빠졌다”고 전했다. 학생들이 챗GPT를 작문이나 컴퓨터 코딩 과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하는 건 시간 문제라는 것이다.
일부 발빠른 학생들은 이미 챗GPT를 활용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은 트위터를 통해 챗GPT의 존재를 알고나서 컴퓨터 과목 코딩 과제물을 챗GPT로 해결했다면서 시험 부정행위에 사용할 방법도 궁리하고 있다고 WP에 말했다. 미네소타주 뉴브라이턴 소재 고등학교 영어 교사인 마라 코리는 “10대들이 이 신기한 물건을 모르기를 바라는 건 헛수고”라고 말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AI에 의존할 경우 학습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보고서 같은 과제물을 챗GPT로 해결할 경우 사고력 함양이라는 교육 목표는 무용지물이 될 공산이 크다. 델라웨어 교대 부교수 조슈아 윌슨은 “글쓰기 과정은 우리의 지식을 변형시킨다”면서 “곧바로 결과물을 뽑아낼 수 있다면 과정은 무의미해진다”고 말했다.
교육 현장에서는 AI를 사용한 과제물을 가려내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코네티컷주 성심대의 데이비드 K. 톰슨 교수는 교수들이 단순한 사실이 아닌 분석적인 사고가 필요한 과제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실험한 바에 따르면 챗GPT는 ‘미국 독립 이전 남북 식민지 발전을 비교하라’는 식의 질문에 대해서는 그럴 듯한 답을 내놨지만, ‘프레더릭 더글러스(19세기 미국의 노예제 폐지론자)의 노예제 폐지 주장을 논하라’는 것과 같은 복잡한 질문에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일부 교사들은 학생들이 AI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과제물을 손으로 써오게 하거나 수업 중에 과제물을 작성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 AI의 진화를 교육 효율성을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교육 컨설턴트인 마이클 펠드스타인은 마케팅 전공 학생들은 마케팅용 광고문구를 작성하는 데 AI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며 “모두가 헤밍웨이가 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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