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기반 스타트업 창업자는 공학 전공의 석박사...SKY 출신은 19%"

권택경 2022. 12. 2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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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권택경 기자] 기술 기반 창업은 일반적으로 다른 창업 형태보다 잠재적 기업 가치나 해외 진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특정 분야의 전문 지식, 고도화된 기술이라는 확실한 강점을 지니고 출발선에 서기 때문이다. 이를 적절한 제품과 서비스와 접목하는 데 성공한다면 경쟁에서 우위를 쉽게 차지할 수 있다. 새로운 기술과 이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독주하거나, 압도적인 기술 우위를 확보하는 일도 불가능하지 않다.

출처=셔터스톡

하지만 실제로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들도 다른 창업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창업 초기에는 무수히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산업진흥원(SBA)이 기술 기반 스타트업 200곳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 대부분의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 매출이 10억 이하로 아주 영세한 수준에 머무는 곳으로 조사됐다. 투자 단계도 대부분 10억 원 이하의 시드 단계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구체적으로는 200개 기업 중 60%가 지난해 매출 10억 원 이하를 기록했으며, 매출이 없는 스타트업도 13%에 달했다. 업력을 살펴보면 8년 차 이내가 91.5%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9년 차 이상은 8.5%에 불과했다.

출처=SBA

대부분 기술 기반 스타트업들이 창업 3년~7년 전후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이른바 죽음의 계곡(데스밸리)에 허덕이며, 기업 규모를 키우는 스케일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기술 기반 스타트업 또한 데스밸리를 버텨낼 수 있는 자구책과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다른 스타트업들과 크게 차이가 없다는 의미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하나로 짐작해볼 수 있는 건 경영 역량의 부재다. 대부분의 기술 기반 스타트업은 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후 기업에서 5~20년간 연구개발 업무를 맡은 이들에 의해 주로 창업된다. 하지만 매출 측면에서는 기업에서 기획·전략 업무를 맡다가 창업한 사회과학·인문학 전공 출신 창업자들이 더 두각을 드러내는 경향이 나타났다.

출처=SBA

공동창업자가 있는 스타트업 대부분이 공동창업자가 연구개발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기획·전략가 출신 창업가들은 연구개발자 출신과 공동창업하며 부족한 면을 채우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기획·전략이나 마케팅·영업에 전문성을 갖춘 공동창업자를 두는 사례는 소수에 불과했다.

결국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라도 매출 신장, 투자 유치 등의 기업 외연 성장을 위해서는 연구개발 역량뿐만 아니라 기획·전략이나 마케팅·영업 역량을 충분히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이번 조사를 담당한 SBA 창업정책팀 김진환 수석은 “기술 기반 스타트업은 공동창업을 하거나, CTO 혹은 CMO를 충원하는 방식으로 단독 창업자에게 부족한 점을 메우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출신 학교보다 전공과 사회 경험이 더 큰 영향을 미쳐

벤처캐피탈(VC) 업계는 창업자가 서울대와 카이스트(KAIST) 출신인 스타트업을 유독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과 달리 다양한 학교에서 창업자들을 배출하고 있다. 학부를 기준으로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이른바 SKY 출신은 19%에 불과했으며 포스텍, KAIST를 합해도 27.5%에 그쳤다. 김진환 수석은 "공부 머리가 사업 머리와 같다고 볼 수 없다"며 "지방 소재 대학을 비롯해 많은 대학에서 창업자를 배출하는 만큼 그에 적합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출처=SBA

실제 조사에서도 출신 대학이나 지도교수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보다 본인의 전공 및 사회생활, 주위에서 창업한 지인들이 창업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창업 동기 면에서는 아이디어 구현이 가장 높았으며 경제적 자유 확보, 의사결정권 확보, 사회적 지위 향상이 그 뒤를 이었다. 조사에 참여한 한 창업자는 "자아실현과 경제적 성공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쫓고 있는 존재가 창업가"라고 말했다.

SBA 창업정책팀 김진환 수석. 제공=SBA

김 수석은 기술 기반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서는 사내 벤처 활성화 또한 중요하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창업자가 기업에서 연구개발 업무를 맡은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에 나서기 때문이다.

사내 벤처 제도는 이런 창업자들이 기업 재직 때부터 적절한 지원 아래 안정적으로 열정과 창의력을 생산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또한 향후 분사하더라도 든든한 우군 역할을 하며 모 기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김 수석은 “기업과 창업자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는 제도와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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