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2022년 반성문···“긴축 장기화 가능성 간과했다”

이윤주 기자 2022. 12. 29.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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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투자자들에게 전망을 제시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았던 한해를 정리하며 ‘반성문’을 제출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22년에 범한 가장 큰 실수는 중앙은행의 긴축 장기화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본 것이었다”고 고백했다.

김 센터장은 신영증권이 29일 펴낸 ‘2022년 나의 실수’ 보고서에서 “실수가 있더라도 장기적인 성공 확률을 높이면 훌륭한 투자자로 살아갈 수 있다”면서 “때로는 맞추고, 때로는 틀리고 하는 것이 애널리스트의 일이라면, ‘틀린 것’ 혹은 ‘틀리고 있는 것들’을 진지하게 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가장 큰 실수로 “중앙은행의 긴축 장기화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본 것”을 꼽았다. 지난해 12월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점도표로 제시한 올해 말의 기준금리는 0.75~1.0%였지만, 연준이 긴축으로 급선회하면서 미국의 기준금리는 현재 4.25~4.5% 수준이다. 김 센터장은 “인플레이션(물가오름세)의 자기강화적 속성을 감안하면 연준의 가이던스보다 물가가 훨씬 높게 치솟을 수도 있다는 점,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져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발생하면서 인플레이션의 파장이 커질 수 있다는 점 등을 전쟁 발발 초기에 인식했어야 했다”고 반성했다.

김 센터장은 “자산 가격의 움직임에서는 종종 경험할 수 있었지만, 경제 행위나 정책 의사결정까지도 일단 한 쪽 방향으로 경도되면 관성과 가속도로 표현되는 자기강화의 과정이 나타난다는 점을 2022년에 실감했다”면서 “변곡점을 맞추려 하는 것보다는 일단 만들어진 추세가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대처 전략을 짜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하는 자성을 한다”고 밝혔다.

투자전략을 담당하는 박소연 연구원 역시 잘못된 판단으로 ‘이불킥’했던 경험을 공개했다. 박 연구원은 “지난 6월 중국이 당대회를 앞두고 성장률 관리를 위해 제로 코로나를 완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담은 리포트를 냈는데, 이 전망은 보기좋게 빗나갔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지속가능하지도 않았고, ‘제2의 천안문 사태’를 떠올리게 만들 정도로 대중의 분노를 사기도 했지만 사회주의라는 체제와 공산당의 정당성을 입증한다는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면서 “필자가 과소평가한 것은 어쩌면 중국의 자존심이었을지도 모르겠다”고 밝혔다.

결국 틀렸다면 빨리 인정하고, 방향을 수정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점도 다시 다짐했다. 박 연구원은 “가격이라는 것은 굉장히 솔직해서 인간의 본성에 맞닿아있는 변수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2023년에는 인간과 시장에 대해 좀 더 밀도 있는 리서치를 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적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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