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제약 코로나 치료제 긴급사용승인 무산...시장 진입 가능성은?
일동제약이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공동 개발한 코로나19(COVID-19) 치료제 조코바(S-217622)의 긴급사용승인이 무산됐다. 방역 당국이 유행과 치료제 확보 현황 등을 고려했을 때 당장 구매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동제약은 국내 판권만 갖고 있어 향후 조건부 허가를 통해 빠른 시장 진입을 노릴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치료제 구매 주체가 방역 당국이라 수익 발생 여부는 결국 당국의 판단에 달려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동제약은 조코바의 긴급사용승인이 불발된 상황에서 시장 진입을 위해 조코바의 품목 허가 과정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빠르게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조건부 허가'가 유력하다. 서류, 데이터 등의 추후 제출을 조건으로 허가를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멀티도 임상시험 결과 보고서를 제출하는 조건으로 허가를 받았다. 일동제약은 국내 기업이 개발에 참여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8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조코바의 긴급사용승인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신청하지 않기로 했다며 "조코바의 긴급사용승인 요청 및 정부 구매 필요성이 낮은 것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긴급사용승인은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 정식 승인되지 않은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질병관리청이 유행 상황 등을 고려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긴급사용승인을 요청할 수 있다. 이후 식약처가 승인을 내주면 해당 의약품의 처방이 가능하다. 화이자의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 등이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방대본은 백신 접종과 자연면역 획득 등으로 유행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고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MSD의 라게브리오, 아스트라제네카의 이부실드 등 다수의 치료제가 이미 확보됐다는 점을 이유로 조코바의 긴급사용승인 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조코바는 일동제약이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공동개발한 항바이러스제로 하루 한 번 5일간 복용하는 약이다. 3CL-프로테아제를 선택적으로 억제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는 기전으로 작용한다. 일본에서는 긴급사용승인을 받았고, 미국과 유럽에서는 검토중이다.
일동제약은 조코바의 국내 판권만 갖고 있다. 국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면 수익을 내지 못한다.
허가를 받은 후에도 시판을 위해서는 당국으로부터 조코바의 필요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코로나19 치료제는 질병청이 개별 제약사와 구매 계약을 체결하고 전국 의료기관에 공급하기 때문이다.
다만 관문을 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이미 다수의 치료제 옵션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치료제들은 코로나19 고위험군에 주로 처방된다. 이달 셋째 주 기준 60세 이상 환자의 36.4%에 경구용(먹는) 치료제를 처방했다. 조코바는 기저질환이 없는 경증·중등증 환자에도 처방이 가능하지만 이 환자군은 코로나19 확진시 해열진통제 등 감기약으로 관리되고 있다.
더불어 질병청은 내년 코로나19 치료제 구입 예산을 올해(3933억원)보다 소폭 줄인 3843억원으로 확정했다. 올해에 비해 코로나19 치료제 구매 필요성이 낮다고 평가한 것이다.
국내 업체가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구매를 결정하기도 어렵다. 앞서 질병청은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인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코비원 1000만도즈를 선구매했다가 초도물량 60만도즈 발주 이후 추가 주문을 하지 않고 있다. 이 백신의 접종 참여가 낮기 때문이다. 의사들의 치료제 처방 선택을 바꾸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후발주자인 조코바의 처방률이 기존 치료제를 넘어서기는 쉽지 않다.
질병청은 치료제 효과 등과 긴급사용승인 해외 사례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방대본은 "다만 해외에서 긴급사용승인·후속 임상결과, 구매 및 활용 상황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다"고 했다.
박다영 기자 allze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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