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5년만에 韓 게임 7종 허가… 56兆 시장 다시 열린다

이소연 기자 2022. 12. 29.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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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한령 이후 판호 발급 막혔던 中
5년 만에 다수 국산 게임에 판호 발급
최대 게임 수출 시장 개방에 기대감 고조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게임업계 호재
자국 게임사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도 엿보여
스마일게이트 MMORPG 게임 '로스트아크'./ 스마일게이트 제공

중국 정부가 약 5년 만에 국내 게임에 대해 외자판호를 발급했다. 한한령 이후 사실상 막혀 있던 중국 진출 길이 일부 열린 것이다.

2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전날 이례적으로 국내 게임 7종을 포함한 총 44종의 외국산 게임에 외자판호를 발급했다. 넥슨의 ‘메이플스토리M’, 넷마블의 ‘제2의나라’, ‘A3: 스틸얼라이브’, ‘샵타이탄’,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 ‘에픽세븐’, 엔픽셀의 ‘그랑사가’ 등이 그 주인공이다.

판호란 중국 내에서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는 허가권을 뜻한다. 자국 게임사 게임에는 ‘내자판호’를, 해외 게임사 게임에는 ‘외자판호’를 발급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우리나라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도입 이후 이에 대한 보복조치로 2017년부터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을 중단해왔다. 이 때문에 2016년까지 매년 수십 개의 국내 게임이 판호를 획득하며 넥슨 ‘던전앤파이터’, 스마일게이트 ‘크로스파이어’ 등을 통해 연 매출 1조원 이상을 벌어들였던 한국 게임업계는 사실상 중국 시장 진출을 포기한 상태였다.

2020년 컴투스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가 한한령 이후 한국 게임사로는 처음으로 외자판호를 받았고, 2021년 펄어비스 ‘검은사막 모바일’도 판호를 받았으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판호를 허가받는 게임이 극히 일부에 불과했고 이마저도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에는 카카오게임즈 계열사 님블뉴런의 게임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모바일 게임 ‘이터널 리턴: 인피니트’가 외자판호를 발급받았으나, 개발과 서비스를 중국 게임사가 맡고 님블뉴런은 IP를 제공하는 대가로 로열티만 받는 방식에 그쳤다. 이번처럼 중국 정부가 한국산 게임에 외자판호를 대거 발급하는 것은 5년 만에 처음이며, 국내 게임에 대한 외자판호 발급은 지난해 6월 펄어비스 이후 1년 반 만이다. 이번 판호 발급 재개로 한국 게임사가 현지 개발사에 게임 IP를 제공하고 로열티를 받는 형태의 제한적인 수익화 방법뿐 아니라 현지 퍼블리셔를 통한 직접 진출도 다시 가능해졌다고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미국과 더불어 가장 큰 콘텐츠 시장인 중국 빗장이 다시 풀릴 조짐이 보이면서 게임업계 내 기대감은 고조되고 있다. 중국게임산업연구원이 발간한 중국게임산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중국 게임 시장 규모는 2965억위안(약 56조원)에 달한다. 2020년 기준 국내 게임의 국가별 수출 비중은 중국이 35.3%로 동남아시아(19.8%), 북미(11.2%), 유럽(8.3%) 등보다 확연히 높은 비중을 차지했었다.

18일 지스타 2022가 열린 부산 벡스코에서 중국 게임사 호요버스의 게임 '원신' 캐릭터 코스프레를 한 모델을 관람객이 촬영하고 있다./ 이소연 기자

전문가들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접은 중국이 신년부터 새로운 정책을 펼치기 위해 개방적인 모습을 외부에 전시하기 위해 다수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전병서 경희대 객원교수는 “시진핑 3기 정부의 국정 아젠다는 해외 개방과 내수 확대다”라며 “게임 콘텐츠에 대한 판호를 발급하지 않는 것은 이러한 아젠다에 맞지 않고 ‘속 보이는 행동’이기에 변화를 감행한 것이다”라고 했다.

전 교수는 이번 중국 정부의 외자판호 발급이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게임업계를 대상으로 한다며 중국 게임 시장 전면 개방의 서막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한국에 국한해서만 한한령을 해제한 것이 아니라 적절한 시기에 ‘이 정도면 개방해도 중국이 안전하겠다’라는 생각에 일본 등 모든 국가에 대한 규제를 해제한 것이다”라며 “한국에 대한 특별 대우를 해주는 것은 아니고 시장 자체를 개방한 것이다”라고 했다.

실제 중국 정부가 판호를 발급한 대상은 한국 게임뿐 아니라 리그오브레전드(LoL)로 유명한 미국 라이엇게임즈의 ‘발로란트’, 일본 IP 기반의 ‘포켓몬: 유나이트’ 등 다양하다. 이러한 변화로 수혜를 보는 것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주요 게임업체라는 의미다.

중국 정부의 변화에는 자국 게임 콘텐츠에 대한 자신감도 엿보인다고 업계는 진단했다. 게임 국경을 닫아뒀던 사이 중국 게임사의 자체 콘텐츠 경쟁력이 급속하게 높아진 가운데 자국 업체에 시장 개방이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미미하겠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한국 등 해외 게임사의 중국 진출이 수년간 가로막혔던 사이, 중국 게임사는 오히려 해외에 별도 법인을 만들어 안정적으로 자사 게임을 서비스하며 몸집을 키워 왔다”라며 “중국 게임사의 수준도 높아진 만큼 한국 게임업계는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시장 개방의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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