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새 바람 불었기에···베테랑이 더 빛난 순간들[2022년 결산]
박병호(36·KT)는 올해 개인 타이틀을 차지한 국내 타자 중 유일한 30대다. 1998년생 이정후(키움)가 타격 5관왕을 휩쓸고 1995년생 박찬호(KIA)가 도루왕을 가져간 올해, 1986년생 박병호는 홈런왕을 차지했다. 30대 홈런왕은 여럿 있었지만 만 36세에 홈런왕에 오른 박병호는 2005년 래리 서튼(만 35세)을 17년 만에 넘어선 역대 최고령 홈런왕이다.
박병호는 프로야구 최초의 4년 연속 홈런왕(2012~2015년)이자 최초의 2년 연속 50홈런(2014~2015년) 타자다. 30대 중반으로 접어들며 홈런 개수가 부쩍 줄었던 박병호는 역대 최다인 6번째 홈런왕 등극 자체보다 3년 만에 다시 ‘거포’의 최소 기준인 30홈런을 넘겼다는 사실에 의미를 뒀다. 올해 유일한 30홈런 타자다.
박병호는 홈런에 관한 한 최고의 기록들을 가졌고 메이저리그에서도 뛰고 돌아왔지만 하필 부진한 시점에 첫 자유계약선수(FA)가 돼 명성에 미치지 못하는 계약을 했다. 그러나 부진했는데도 FA 이적을 할 수 있었던 것 자체에 감사하며 새 출발했고 완벽하게 일어섰다. 부활, 회춘이라는 수식어가 시즌 내내 따라다녔다.
이적과 함께 내놓으려 했던 주전 1루수의 몫도 13살 후배 강백호의 부상으로 박병호에게 다시 주어졌다. 박병호는 골든글러브까지 거머쥐었다.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이 날개를 활짝 펴기 시작한 2022년, 박병호의 부활이 시즌 내내 리그의 균형을 잡아줬다면 김강민(40·SSG)은 포스트시즌의 절정을 장식했다. 한국시리즈 5차전의 끝내기 3점 홈런으로 SSG 우승을 결정지었다. 포스트시즌 최고령 홈런 기록과 함께 역대 한국시리즈 최초의 대타 끝내기 홈런으로 한국시리즈 최고령 MVP를 거머쥐었다.
김강민은 1982년생, 현재 리그 최고령 세대 중 한 명이다. 은퇴투어까지 하며 유니폼을 벗은 이대호와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온 추신수, 아시아 세이브왕 오승환까지 화려한 동기생들 틈에서 김강민은 조용히 선수 생활의 종반부를 달렸다. 만 40세에도 여전히 살아있는 ‘짐승 어깨’와 빠른 발로 대수비, 대주자로 출전하며 후배들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던 김강민은 가을야구의 한복판에서 결정타 한 방으로 주인공이 되었다.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역대급의 질주를 한 키움의 돌풍에서는 이용규(37)와 이지영(36)의 열정이 빛을 냈다.
이용규는 치기 어려운 공은 한도 없이 파울로 걷어내는 특유의 ‘용규놀이’를 버리고 가을야구에서는 초구 승부로, 최다 번트로 팀을 위한 희생의 타격을 했다. 빅이닝을 만들고도 LG의 추격에 쫓기던 어린 후배들을 모은 플레이오프 2차전의 더그아웃 미팅은 선배가 왜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았다.
포수 이지영은 시즌 내내 기복 많은 어린 투수들을 끌었고, 포스트시즌에서는 15경기 전부 선발 출전해 타율 0.340의 맹활약을 했다. KBO가 수여하는 골든글러브 페어플레이상 수상으로 올해 모범 선수의 표본으로 인정받았다.
팀 스포츠인 프로야구는 선수 한 명이 빛나서는 이길 수 없는 종목이라는 사실을 매경기 보여준다. 리그의 중심 세대가 급격히 이동해버린 2022년에도 베테랑 선수들은 살아있었다. 각자의 스토리로 리그 역사를 만들어온 선배들이 결정적인 순간 어떻게 빛나는지, 미래를 이끌어갈 세대들도 모두 지켜보았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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