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앞으로 파업 함부로 못 한다…사업자단체로 판단

고가혜 기자 2022. 12. 29.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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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공정위, 건설노조 부산지부에 1억원 과징금
"건설노조 사업자단체, 공정거래법 적용해야"
화물연대 역시 공정위 제재 피할 수 없을 듯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민주노총 건설노조 회원들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노조법 2,3조 개정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2022.12.28.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상 처음으로 건설기계 차주들로 구성된 건설노조를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로 규정하면서, 특수형태근로자들로 구성된 단체의 집단행동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이에 따라 지난달 대대적인 파업을 진행했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역시 공정위의 제재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전날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의 파업행위를 '사업자단체 금지행위'로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1억원을 부과했다. 이는 민주노총 건설노조 구성원이 사업자이며 이들이 조직한 노동조합이 사업자단체임을 밝힌 첫 사례다.

공정위는 건설노조 부산지부가 한국노총 소속 사업자를 건설현장에서 배제할 것을 건설사에 요구하면서 레미콘 운송 건설기계 운행을 중단한 행위에 대해 이같이 결정했다.

건설노조 부산지부의 행위는 노동조합법에 따른 정당한 행위가 아닌 경쟁사업자단체 소속 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해 건설사에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에 해당된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건설기계 차주는 사업자단체로 규정돼 공정거래법상 가격 결정·유지 또는 변경 행위, 다른 사업자의 사업 방해나 제한 행위 등이 금지된다.

이태휘 부산지방공정거래사무소장은 "노동조합 여부와는 별개로 2인 이상의 건설기계 대여 사업자가 공동의 이익을 증진할 목적으로 조직한 결합체이므로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라며 "해당 단체는 사업자로 조직된 사업자단체인데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면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이태휘 공정거래위원회 부산지방사무소장이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가 경쟁사업자단체 소속 사업자를 건설현장에서 배제할 것을 건설사에 요구하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레미콘 운송 중단, 건설기계 운행 중단 등의 압력을 행사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히고 있다. 2022.12.28. ppkjm@newsis.com


이는 앞서 건설노조와 화물연대 등이 정식 노동조합이 아닌 사업자단체라고 말하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원 장관은 지난 20일 건설노조 불법행위 관련 현장 간담회에서 "건설노조가 건설현장에서 월례비를 받는 것은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위반으로 불법"이라며 "공정위에서 월례비와 관련한 전면적 조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지난달 화물연대 파업 당시에도 "철도노조의 경우 코레일과 정식 노조사이기 때문에 정당한 노조의 권리는 당연히 보장한다. 그렇기에 이들에게는 업무개시명령 제도도 없다"며 "화물연대와 우리는 협상당사자가 아니다. 우리는 화물연대를 위한 사용자가 아니기에 (화물연대를 만나는 것은) 교섭도, 협상도 아니다"라고 못 박기도 했다.

실제 대법원은 최근 당사자 간 거래 관계, 경제적 종속성 등을 고려해 특수형태근로자 중 학습지 교사, 골프 캐디는 근로자로 인정했지만 레미콘 차주 겸 운송기사는 근로자임을 부정하고 있다.

한편 건설업계에서는 공정위의 이번 결정에 따라 그동안 특수차량을 소유한 개인 사업자들이 노동조합 활동이라 주장하며 해 오던 파업 등 집단행동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골조업계 한 관계자는 "화물연대 파업 당시 레미콘과 철근이 현장에 도착하지 않아 하루하루 벌어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노동자들에게 큰 어려움이 있었다"며 "건설노조를 상대하다보면 노조가 그동안 무서운 게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경찰도, 국토부도 무서워 하지를 않았는데 지금처럼 정부가 정책적으로 질서를 계속 잡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노조의 불법행위로 단순 비용손실뿐만 아니라 사업장 관리 책임자 입장에서 안전확보가 취약해진다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번 화물연대 파업을 겪으면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기에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이 사실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근로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가 건설노조에게 '사업자단체'로서의 첫 제재를 내림으로써, 앞서 화물연대 파업 미참여 차주들에게 협박 및 폭력 등을 행사했던 화물연대에게는 더 무거운 제재가 가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 공정위는 화물연대의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등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해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화물연대가 현장조사에 불응하자 조사방해 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조만간 소회의를 열고 화물연대의 '조사 방해' 안건을 심의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gahye_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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