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신건강 스타트업들, 잇달아 마약 관련 조사 받는 이유
불면증과 불안,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에게 원격 상담과 온라인 약물 처방을 해주는 미국의 정신건강 스타트업 서리브럴은 올해 5월부터 미국 법무부와 연방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주의력 결핍증(ADHD) 치료 목적으로 쓰이는 각성제 애더럴을 고객 유지와 회사 성장을 위해 과잉 처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서리브럴의 전문 간호사들이 각성제를 처방하라는 회사의 압력을 느꼈다”고 보도했다. 한 달 뒤에는 해고당한 서리브럴의 전직 임원이 부당해고에 대한 노동소송을 제기하며 “고객 유지율을 높이기 위해 회사가 직원들에게 더 많은 각성제를 처방하는 방법을 찾도록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온라인 약국을 운영하는 월마트와 CVS는 서리브럴이 발급한 처방전 조제를 중단했고, 서리브럴 이사회는 의혹의 당사자인 카일 로버트슨 설립자 겸 CEO를 곧장 해임했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을 등에 업고 급성장한 정신건강 스타트업들이 약물 오남용과 부실 운영으로 잇따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개인맞춤형 ADHD 치료를 표방하는 미국의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돈 글로벌은 회사 소속 임상의들이 각성제를 처방하라는 회사의 압박을 느꼈다고 폭로한 이후 마약단속국(DEA) 조사를 받았다. 펜타닐 같은 마약성 진통제 중독과 알코올중독을 원격으로 치료해주는 정신건강 스타트업 워크잇 헬스는 소속 심리상담사가 지나치게 적어 약물 처방에만 집중할 뿐 상담 치료는 등한시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가입 회원만 1만명이 넘는 이 회사가 고용한 상담사는 120여 명으로, 상담사 1명당 80명 이상의 회원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신건강 스타트업은 코로나 팬데믹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로 꼽힌다. 사회적 거리 두기 여파로 정신질환이 늘고 대면 치료가 어려워지자 연방정부와 주 정부가 나서 비대면 원격 정신건강 진료를 전격 허용한 덕분이다. 미 비영리단체 카이저가족재단에 따르면, 작년 3~8월 미국에서 정신질환이나 약물중독으로 치료받은 외래환자 중 36%가 원격 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폭발적인 성장에 투자금도 쏟아져 지난해 관련 스타트업들이 유치한 투자액만 48억달러(약 6조1500억원)에 달한다. 서리브럴의 경우 설립 2년 만에 고객 42만명 이상을 끌어모았고, 48억달러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3억달러를 투자받았다.
승승장구하던 정신건강 스타트업의 연이은 스캔들을 두고 미국에서는 원격 의료의 가능성과 한계가 단적으로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병원 진료가 어려운 환자에게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지만, 과도한 약물 처방과 부실 운영 같은 부작용을 방지할 장치가 없으면 득보다 실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팬데믹 초기 정신질환에 대한 비대면 원격 진료와 처방이 잠시 허용됐다가 약물 오남용 우려가 제기되자 향정신성 의약품에 대한 원격 처방이 작년 11월 이후 제한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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