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목 효과 없었다"…SK하이닉스 이어 삼성까지 적자 예고
한국 수출 대들보인 메모리 업계가 전례 없는 수요 절벽에 휘청이고 있다. 연말 들어 업체 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업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4분기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도 반도체사업에서 적자를 낼 것이란 전망이 잇따라 나오는 상황이다.
29일 반도체 업계 한 인사는 "(전방 사업에서) 블랙 프라이데이·사이버먼데이 등 판매 금액은 전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지만,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실질 판매 수량은 감소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메모리 업체들의 연말 성과지표 달성과 재고 소진을 위한 노력으로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모리 업체들이 할인 카드를 제시해도 완성품 업체 반응은 시들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상반기에도 수요가 반등할 가능성이 작아 완성품 업체들의 수요 확보 의지가 약한 탓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오히려 12월 들어 수요가 급격히 줄었다"면서 "가격이 계속 떨어지지만 출하량은 크게 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메모리 업체들은 불어나는 재고량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은 7년 만에 적자로 전환했고,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4분기 실적 악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달 22일 이뤄진 마이크론의 실적발표는 메모리 업계 위기가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임을 나타냈다. 마이크론은 자체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2023년 1분기(9~11월) 2억900만달러(약 270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향후 추가 실적 악화를 예상하며 인력 10% 감축을 예고했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도 4분기 반도체 부문 적자 전망이 잇따라 나오는 상황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전날까지 집계된 SK하이닉스 4분기 예상 실적은 매출 8조6650억원, 영업손실 7663억원이다. 하반기 들어 시황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실적 예상치가 급감했다. 지난 6월 기준으로 보면 4분기 예상 실적은 매출 16조9062억원, 영업이익 4조5499억원이었다.
SK하이닉스는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커지자 고강도 경영 효율화 작업에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내년도 투자 규모를 50% 이상 축소한다고 밝혔다. 설비투자를 줄여 공급과잉에 대비하는 차원이다. 이달에는 임원·팀장(리더)의 복리후생비, 활동비 등 예산을 축소하겠다는 방침도 정했다.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던 삼성전자도 수급 불균형의 여파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분기 영업이익률이 10%에 머물렀던 낸드플래시사업부의 경우 4분기 적자 전환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수요 둔화 상황이 지속되면서 내년 2분기에는 D램도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위기를 기점으로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 지위가 굳건해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DDR4에서 DDR5로의 세대교체 과정에서 다운텀이 왔다는 데 주목, 원가 개선에 장점을 지닌 삼성전자의 시장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DDR4 대비 DDR5의 칩 크기는 통상적으로 1Y 공정에서 20% 이상 크다"면서 "인텔의 사파이어 래피즈 출시 지연으로 서버용 DDR5 출시가격이 기존 대비 크게 낮은 상태에서 형성되면 넷 다이(웨이퍼당 생산가능한 칩수) 증가를 위한 EUV(극자외선) 적용의 필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12나노 D램 개발을 통해 기존 14나노와 함께 가장 적극적으로 DDR5 칩 크기를 줄이고 있다"면서 "이 부분이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과 원가율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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