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참사 생존 후 사망 학생’ 어머니 “제 아이도 참사 희생자···너무 억울하고 답답”

이태원참사진상규명과재발방지를 위한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29일 국회에서 열려 최성법 용산소방서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창길기자

지난 12일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태원 참사 생존자 고등학생 A군의 어머니 B씨가 “제 아이는 이번 참사로 인한 희생자”라며 A군이 죽음에 이른 억울한 사정을 살펴봐달라고 호소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29일 오후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주 전에 이태원 참사의 10대 생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것이다. 어제 유가족분께 문자를 한 통 받았다”며 문자 내용을 소개했다.

용 의원이 밝힌 문자 내용에 따르면 B씨는 “2주 전 10·29 참사 때 두 친구를 잃고 트라우마로 인해 생을 마감한 A군의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제가 연락드린 이유는 유가족 지원을 위한 원스톱 통합지원센터라든지 어떤 기관으로부터도 우리 아이가 죽은 이후로는 연락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B씨는 “한덕수 총리가 치료 의지 부족이 아쉽다고 저희 아이에 대해 말씀하시더니 결과적으로는 개인의 의지 부족으로 인한 죽음으로 정부는 여기는 모양”이라며 “제가 원스톱지원센터에 하도 답답해서 이틀 전 직접 연락을 했더니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이며 행안부에서 직접 전화를 한다고 했고, 오늘 행안부에서 온 전화는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 내용으로 일관했다”고 했다.

B씨는 또 “저희 가족 같은 경우에 현행법 상으로는 유가족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따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절차를 알아보고 있었다는 믿을 수 없는 답변만 늘어놓았다”며 “굳이 원스톱센터에 문의를 안 했으면 정부 어느 부처에서도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 뻔한데 왜 저한테 그럼 아이가 죽은 2주가 지나도록 전화 한 통 없었냐고 물으니 행안부는 유가족의 연락처를 모르기 때문에 연락할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 아이는 이번 참사로 인한 희생자”라며 “참사 직후 그 극심한 혼란 상태에서 제대로 된 정신상담 치료 한 번 못 받고 죽었다. 부상자이자 생존자였고 가장 소중한 친구 둘을 잃은 상황이었는데 정부는 진료비, 약값을 청구하면 주겠다는 말밖에 없었다”고 했다. B씨는 “너무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에 두서없지만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연락드렸다. 불쌍하게 삶을 마감한 우리 아이의 억울한 상황을 한번 살펴봐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용 의원은 “국무총리는 의지가 더 강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피해자 탓을 하기도 했다”며 “심지어 이틀 전 기관보고에서조차 사망자 수를 158명으로 집계하면서 이 10대 생존자 학생의 죽음을 없는 양 취급했다. 언론도 시민들도 모두 159명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국무총리실이 158명을 고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태원 참사 국조특위 위원장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혹시 이 문제에 대해서 행정안전부에서 검토할 수 있는지는 한번 권고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상처받고 그래서 더 이상의 극단적인 선택을 하시는 분이 없도록 심리치료와 정부의 세밀하고 따뜻한 접촉 여러 가지가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앞서 이태원 참사를 겪은 고등학생 A군은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의 한 숙박업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족 의사에 따라 부검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A군은 참사 당일 현장에 있다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함께 이태원에 갔던 친구 2명은 숨졌다. A군은 병원에 입원한 지 이틀 만에 죽은 친구들 장례식에 가야 한다며 퇴원했다고 한다. 참사 발생 일주일 만에 등교한 A군은 정신적 충격으로 힘들어했고, 이 때문에 정기적으로 심리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A군은 특히 악성 댓글에 상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5일 A군이 숨진 데 대해 “본인 생각이 좀 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겠다는 생각이 더 강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원스톱 종합지원센터에 (A군이) 어려움을 충분히 제기했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