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년만에 최악' 美 인플레이션, 중산층 피해 가장 컸다

방성훈 2022. 12. 2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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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년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에서 중산층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료품, 휘발유 등 주요 생필품 가격이 급등한 데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모기지 대출 이자 부담이 확대한 탓이다.

런던 정치경제대학교(LSE) 자비에르 제라벨 부교수에 따르면 중산층의 경우 2020년부터 올해까지 3년 동안 15%를 넘는 인플레이션을 경험했지만 같은 기간 최상위 고소득층과 최하위 저소득층은 14% 미만의 인플레이션을 경험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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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회예산국 "올해 중산층 구매력 전년比 2.9% 하락"
식료품·에너지 등 생필품 위주 물가 상승이 원인
모기지 부담 확대·주식시장 침체 등 재정여력은 악화
저소득층, 구인난·정부지원으로 '이례적' 소득개선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41년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에서 중산층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료품, 휘발유 등 주요 생필품 가격이 급등한 데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모기지 대출 이자 부담이 확대한 탓이다. 반면 중산층의 주요 자산 확대 수단인 주식시장은 올해 침체했다.

미국 뉴욕시의 한 슈퍼마켓. (사진=AFP)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의회예산국(CBO)은 올해 미 중산층 가구 급여 소득자의 구매력이 1년 전보다 2.9%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소득 하위 20% 가구와 최상위 가구의 구매력은 각각 1.5%, 1.1% 구매력이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내놓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4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지난 6월 전년동월대비 9.1%로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7월(8.5%), 8월(8.3%), 9월(8.2%), 10월(7.7%), 11월(7.1%) 등 상승폭이 지속 둔화하고 있지만, 연준 목표치인 2%를 여전히 크게 웃돌고 있다.

특히 식료품 및 휘발유 가격, 수도요금, 자동차 가격 등 생활과 밀접한 물가가 크게 올랐다. 남편 및 4명의 자녀와 뉴저지주 교외 지역에 거주하는 제시카 드치코(43)는 “작년보다 수도요금이 분기마다 200달러, 전기요금이 월 100달러 인상됐다. 팬데믹 이전 장을 볼 때 200달러 정도 썼는데 가장 최근에 378달러를 썼다”며 “미용 비용 등 다른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모기지 대출 이자 부담이 확대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미 모기지 대출 보증기관인 패니메이에 따르면 지난해 말 3%에 그쳤던 30년 고정 모기지 평균 금리는 지난 10월과 11월 7%를 웃돌았다.

저소득 가구의 소득이 이례적으로 개선된 것도 영향을 끼쳤다. 당초 인플레이션은 ‘저소득 계층에 대한 세금’으로 불린다. 일반적으로는 저소득 가구가 가장 피해가 크지만 미 고용시장의 구인난 지속 및 이에 따른 임금인상 등으로 오히려 소득 형편이 나아졌다. 팬데믹 기간 정부 지원이 강화하면서 저축 여력도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중산층이 더 많은 피해를 입게 됐다는 것이다.

또 중산층은 주요 자산 증대 수단인 금융 투자에서도 올해 증시 침체로 큰 손실을 입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올 들어 34% 이상 급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약 20%,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약 9% 각각 하락했다.

중산층의 체감 물가 상승률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런던 정치경제대학교(LSE) 자비에르 제라벨 부교수에 따르면 중산층의 경우 2020년부터 올해까지 3년 동안 15%를 넘는 인플레이션을 경험했지만 같은 기간 최상위 고소득층과 최하위 저소득층은 14% 미만의 인플레이션을 경험했다고 분석했다. LSE는 중산층이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진 자동차와 휘발유에 더 많이 노출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지출이 미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만큼 중산층의 구매력 저하는 성장동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울러 내년 CPI 상승률이 둔화할 것이란 전망은 긍정적이지만, 경기침체 및 실업률 상승 전망은 부정적 요소로 꼽힌다. 연준은 미 실업률이 11월 3.7%에서 2023년 말에는 4.6%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WSJ은 “고용시장 약화는 저소득 근로자에게 가장 먼저, 가장 큰 타격을 주는 경향이 있다. 경기침체 초기 기업들이 비숙련 근로자를 해고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경향이 “중산층 가구로 확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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