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웅래 다음은 이재명? 민주당의 ‘체포동의안 딜레마’
李, 대선 당시 불체포특권 폐지 주장…향후 검찰 수사 대응 촉각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 '거대 의석'(169석)을 앞세운 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노 의원은 구속 위기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후폭풍이 거세다. 여당뿐 아니라 정의당까지 나서 민주당이 '제 식구 감싸기'를 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체포동의안 부결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이른바 '방탄' 논란이 더 가열될 것이란 시각에서다. 과거 이 대표는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폐지를 주장한 바 있다. 그랬던 이 대표가 자당 동료, 혹은 본인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에 앞장 설 경우 민심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제기된다.
'거대 야당' 힘으로 지켜낸 노웅래
"부정한 돈을 주고받는 현장이 이렇게 생생히 녹음된 사건은 본 적 없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전날 노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국회 본회의장에 출석해 "노 의원이 청탁을 받고 돈을 받는 현장이 고스란히 녹음된 파일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장관은 이어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맞는 결정을 하는 것을 국회의 새로운 전통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체포동의안 통과를 당부했다.
그러나 한 장관의 호소는 통하지 않았다. 28일 열린 노 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한 무기명 투표 결과 재석 271명 중 찬성 101명, 반대 161명, 기권 9명으로 부결됐다. 가결 요건은 재석 의원 과반수 찬성이다. 정의당은 소속의원(6명) 전원이 찬성투표 하겠다고 밝혔고, 국민의힘은 자유투표 입장을 내놨다. 의석수(169석)를 감안하면 민주당의 표심이 부결을 이끌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표결에 앞서 민주당 지도부는 '검찰의 정치 탄압'을 주장하며 당의 '단일대오'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른바 '윤석열 사단'이 표적 수사를 개시, 이재명 대표와 노 의원을 코너에 몰았다는 주장이다.
28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윤석열 사단 정치 검찰에게 공정한 수사는 중요하지 않다. 정적을 제거하고 야당을 파괴하면 그만"이라며 "정치를 총칼, 공권력으로 유린했다"고 주장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민주당은 일치단결로 똘똘 뭉쳐 무도한 야당 파괴와 민주주의 말살 책동을 저지하기 위해 국민과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민주당 동료들의 지원 덕에 노 의원은 구속 기로에서 벗어났다. 노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로 검찰은 이번 회기에 그를 체포할 수 없게 됐다. 21대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정정순(민주당)·이상직(무소속)·정찬민(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모두 가결됐다.
불체포특권 폐지 주장했던 이재명의 선택은?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자 여당은 반발했다. 검찰이 노 의원의 목소리와 돈봉투 소리가 담긴 녹취록을 증거로 제시했음에도, 민주당이 정략적 이유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다는 주장이다. 여당은 한발 더 나아가 민주당이 이른바 '이재명 지키기 예행연습'을 단행했다고 비판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9일 비대위 회의에서 "민주당은 1년 내내 국회를 열어두고 이재명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올 때마다 부결시키겠다는 계산"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은 깨끗한 정치를 입에 올릴 자격이 없는 부패 정당이 됐다"면서 "민주당의 행태에 대해 국민은 분노하고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당뿐 아니라 민주당 일각에서도 이번 체포동의안 부결에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 의원과 이 대표의 케이스가 다른 상황임에도 같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내세운 것은 '전략의 실패'라는 주장에서다. 향후 이 대표를 둘러싼 '방탄 논란'도 더 가열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경기도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한 의원은 "검찰의 일방적 피의사실 공표를 믿을 수는 없다"면서도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더라도 바로 구속되는 게 아니다. 노 의원이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방어권을 주장할 수도 있었다. 체포동의안 부결이 본인과 당을 위한 최선의 선택지였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초선의원 역시 "이 대표를 둘러싼 검찰의 무작위적인 수사와 노 의원의 사례가 같은 선상에 있지 않다"며 "그러나 이번 (체포동의안) 부결로 자칫 민주당이 '릴레이 체포동의안 부결'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민주당의 이번 결정이 '이재명의 신념'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국회의원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 폐지를 공약했다. 삼권분립이 확립된 시대에 국회의원에게만 '특권'을 주는 것은 국민과의 역차별이라는 시각에서다. 지난 7월6일 당 대표에 출마했던 강병원 민주당 의원도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당이 이 의원의 사법 리스크를 감싸 안는 데 매몰되는 건 옳지 않다"며 "이재명 의원 역시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방탄으로 쓰지 않을 거라 믿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랬던 민주당이 자당 동료와 당 대표에 대해 불체포특권을 연이어 적용할 경우 '역풍'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지금 같은 고금리 시대에 장롱에 현금을 보관하는 국민은 없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노 의원 뇌물수수 정황)은 분명 '이상한' 것"이라며 "하지만 민주당은 결국 '명방위 훈련'을 했다. 민주당도 후폭풍이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밝혔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실내 마스크 이어 ‘7일 격리’도 풀리나…해외는 어떻게? - 시사저널
- 《재벌집 막내아들》 열풍 이끈 3가지 키워드 - 시사저널
- “마블리 코믹스로 돌아왔습니다” - 시사저널
- 러-우크라 전쟁, 종전은 아니라도 휴전 가능성은 있다 - 시사저널
- 3년만에 ‘월세 12배’ 롯데타워 입성한 “빗썸 브로커” 中 청년의 수상한 행적 - 시사저널
- ‘윤핵관 저격수’ 이준석이 돌아온다? - 시사저널
- [단독] “모든 것은 목사의 것” 신도 딸 수차례 성폭행한 ‘인면수심’ 목사 - 시사저널
- 팔리지 않는 아파트, 그 씁쓸한 추억 - 시사저널
- 이어지는 연말 술모임…숙취 더 악화시키는 해장법 3 - 시사저널
- ‘10초’ 만에 조기사망 위험 예측하는 방법 있다? - 시사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