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산 ‘죽음의 감기약’, 우즈벡까지 번졌다

김서영 기자 2022. 12. 2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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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침 시럽 복용한 아동 18명 숨져
‘부동액 원료’ 에티렌 글리콜 영향
앞서 감비아·인도네시아서도 문제
인도의 ‘의약품 관리 부실’ 도마에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에 있는 주마 모스크의 전경. 기사 본문과 무관. 게티이미지

우즈베키스탄에서 인도산 기침 시럽을 복용한 아동 18명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로이터통신·힌두스탄타임스 등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 보건부는 28일(현지시간) 인도 제약회사 마리온 바이오텍이 제조한 시럽(Doc-1 Max)을 섭취한 아동 21명 중 18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들은 급성 호흡기 질환을 앓아 파라세타몰이 주성분인 해당 시럽을 복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시럽은 의약품 공급업체 큐라맥스 메디컬을 통해 우즈베키스탄으로 수입됐다.

우즈베키스탄 보건부 조사 결과 해당 시럽에는 독성 물질인 에틸렌 글리콜(EG)이 함유돼 있었다. 에틸렌 글리콜은 부동액 원료로 흔히 사용된다. 기침 시럽 용매로 사용되는 프로필렌 글리콜에 미량 첨가되기도 하나, 독성 때문에 인체에서 간 및 신장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피해 아동들은 의사의 처방 없이 부모 혹은 약사의 판단에 따라 가정에서 해당 시럽을 복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우즈베키스탄 보건부에 따르면 아동들은 시럽 2.5∼5ml를 2∼7일 동안 복용했다. 현재로선 피해 아동 전부 혹은 일부가 권장량 이상을 복용했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마리온 바이오텍과 큐라맥스 메디컬 그리고 인도 정부 측은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인도 보건부가 해당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로이터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직원 7명 등 일부 관계자를 징계했으며 모든 약국에서 문제의 시럽을 회수하고 있다.

앞서 감비아에서 인도 제약사 메이든의 기침 시럽을 복용한 어린이 70명 이상이 사망한 바 있다. 감비아의 피해 아동들 역시 디에틸렌 글리콜(EDG)과 에틸렌 글리콜이 함유된 파라세타몰 시럽을 복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한 아동의 연령은 5개월~5세가 대부분이었으며 사인은 급성 신장 질환이었다. 이들은 문제의 시럽을 복용한 뒤 3~5일 내로 신장에 증세가 발발했다. 사건 직후 인도 정부의 조사 결과 메이든사가 품질 검사 미비, 유통기한 미표기 등 12건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인도네시아에서도 급성 신장 질환으로 아동 141명 이상이 숨지며 이들이 복용한 약의 에틸렌 글리콜과 디에틸렌 글리콜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 아동들이 복용한 약이 인도산인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인도네시아가 의약품 대부분을 인도와 중국에서 수입한다는 점 때문에 앞선 감비아 사례와 연관성이 불거졌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로 ‘세계의 약국’을 자처하는 인도의 의약품 관리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로이터에 따르면 인도의 의약품 수출은 지난 10년간 두 배 이상 증가해 연간 245억달러에 달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아동들이 사망한 이후 자이람 라메시 인도 의회 사무총장은 “모디 총리는 인도를 ‘세계의 약국’이라고 자랑하는 것을 중단하고 가장 엄격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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