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에서 정치인으로, 尹정부와 대립하며 존재감 키우는 김동연

2022. 12. 2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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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와 차별, 이태원 참사에서 정부와 대립각

[허환주 기자(kakiru@pressian.com)]
"왜 자꾸 이재명을 언급하느냐. 나는 김동연이다."

지난 10월 18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 화두는 ‘이재명’이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관련된 여러 의혹을 제기하며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상대로 질의를 이어나갔다.

경기도의 수장인 김동연 지사 입장에서는 난처했다. 이미 나흘 전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국감에서도 '이재명' 관련 질의가 이어졌다.

국감은 피감 기관장이 공격받는 무대이기도 하나, 진가를 보여줄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2013년 여주지청장으로 국감에 출석한 그는 일약 전국구 유명인사로 자리잡았다. 당시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은 박근혜 정부로부터 핍박받지만 자기 원칙은 지키는 캐릭터를 확실하게 해주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김동연 지사의 "나는 이재명이 아니라 김동연"이라는 발언도 마찬가지다. 기획재정부 장관 출신의 김 지사는 지난 대선에서 새로운물결 대선 후보로 출마한 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단일화를 이뤄냈다. 이후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을 받은 뒤, 이재명 대선후보의 뒤를 이어 경기도지사에 안착했다.

그런 김 지사에게 '이재명'이라는 이름이 따라붙는 것은 수순이다. 국감장에서의 "나는 이재명이 아니다"라는 발언은 김 지사에게 그간 따라붙었던 '이재명'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정치인으로서 존재감을 보여주기 충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연합뉴스

기본소득 대신 기회소득

한발 더 나아가 김동연 지사는 전임 지사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차별화된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이 대표가 역점을 뒀던 '기본소득' 정책을 '기회소득' 정책으로 틀은 게 대표적이다.

김 지사는 지난 국정감사에서 이 대표가 지사가 진행한 기본소득 정책 관련해서 "기본소득을 보편복지로 표현했는데 저는 생각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기본소득은 조건을 따지지 않는 소득 보전 사업이나 재정 부담이 크지만 김동연 지사가 추진하는 기회소득은 특정 직역을 중심으로 한 수당으로 재정 부담이 적으나 포괄 범위가 협소한 측면이 있다.

추진도 빠르다. 경기도의회는 지난 17일 본회의를 열어 33조8104억 원의 2023년 경기도 본예산을 의결했다. 여기에는 김동연 지사의 기회소득 예산으로 △ 예술인 기회소득 사업비 66억 원(1인당 연 120만 원)과 △ 장애인 기회소득 시범사업비 10억 원(1인당 월 최고 5만 원)이 새로 신설됐다.

예산안 통과에도 정치력을 발휘했다. 78대78 여야 동수인 경기도의회 상황에서 이 지사가 구상하는 예산을 추진하기란 쉽지 않다. 김 지사는 이를 풀기 위해 경기도의회 양당이 함께하는 '여야정협의체'를 구성했다. 이를 토대로 예산안이 의결됐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만들어진 여야정협의체는 도정의 주요 정책, 조례안·예산안, 도의회 정책·전략사업 등을 합의하는 기능을 한다.

관료에서 정치인

관료에서 정치인으로 존재감을 넓혀나가는 김 지사는 윤석열 정부를 향해 날선 비판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김 지사는 국회에서 639조 원 규모의 2023년 정부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것과 관련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을 열흘 이상 넘겼다"며 "나라 살림을 오랫동안 책임지는 자리에 있었지만, 법인세가 예산의 걸림돌인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간 윤석열 정부가 진행한 정책 관련해서도 김 지사는 "노동자의 권익 보호에 역행하는 反 노동정책, 정부의 잘못된 신호로 고사 직전인 신재생에너지 산업 등 걱정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긴박하게 돌아가는 국제 정치·경제 환경 속에서 그야말로 '내우외환' 격"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김 지사는 최근 선언한 '문재인 케어' 폐지를 언급하며 "진보, 보수 상관없이 역대 모든 정부가 확대해 온 건보 보장성과 국가 책임을 후퇴시키겠다는 정부는 처음 본다"며 "무조건적, 마구잡이식 정책 뒤집기를 멈추고, 야당과 대화와 협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지난 25일에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반쪽' 사면을 두고 "반대 여론이 높음에도 국민통합을 이유로 이 전 대통령을 사면한다면서, 사면을 거부한 김경수 전 지사에 대한 잔여 형 면제는 '구색 맞추기', '끼워 넣기'에 불과하다"며 "잔여 형 면제가 아니라 사면복권 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인구 1400만 경기도는 그야말로 작은 대한민국"이라며 "현재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서울시보다 훨씬 지자체 목소리를 잘 대변할 수 있다"고 경기도지사의 국무회의 참석을 윤석열 정부에 요구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와 대립각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을 당시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뿐만 아니라 한덕수 국무총리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상민 장관 등이 '선수습 후책임'을 내세우는 것을 두고 자신의 사례를 예로 들며 "제가 중앙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과 (경제)부총리를 하면서 두 번 다 사표를 제출한 적이 있다"며 "국무위원들은 이런 일들이 있을 때 자기 거취 문제에 있어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맞다"고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김 지사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도청 광교 신청사 1층에 분향소를 마련하고 매일같이 출근 전 분향소를 찾았다. 또한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 명칭을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로 변경하기도 했다.

행정안전부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사망자'로 표기할 것을 전국 17개 시,도에 전달했으나 김 지사는 이를 거부한 것이다. 통상 사고와 사망자는 단순 사실을 전달할 때 사용하지만, 참사와 희생자는 사고·자연재해 등 어떤 원인으로 목숨을 잃었거나 대형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경우 사용하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이태원 참사를 대비하기 위해 재난안전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실제 상황을 연상케 하는 대규모 합동훈련도 진행했다. 경기도는 윤석열 정부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김 지사는 이러한 윤석열 정부 비판을 각종 언론 인터뷰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쉼 없이 쏟아내고 있다. 그러면서 경기도라는 지자체장으로만 머무르는 게 아니라 본격 중앙 정치에도 발을 담그는 모양새다. 이는 중앙 정치에서의 몸집도 키워나가는 과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앞으로 김 지사의 존재감이 어느 정도까지 커질지 두고 볼 일이다.

[허환주 기자(kakiru@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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