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탈북어민 강제북송’서 국정원 매뉴얼 위반 정황 포착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lee.sanghyun@mkinternet.com) 2022. 12. 29. 14: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통일부가 공개한 2019년 11월 탈북어민 북송 당시 판문점 현장 모습. [사진 출처 = 통일부,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당시였던 지난 2019년 11월 발생한 ‘탈북어민 북송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당시 북송 관련 상황을 규정한 국가정보원의 매뉴얼을 위반한 정황을 포착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는 문재인 정부가 탈북어민 2명을 강제 북송하는 과정에서 국정원 내부 지침(매뉴얼)을 어겼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정원 매뉴얼에는 귀순 또는 탈북한 이가 북한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귀북 의사’가 분명한 경우 북송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검찰은 당시 탈북어민 2명이 귀북 의사가 없었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북한의 추격을 피해 도망치다 월남한 어민들이 강력한 처벌을 예상한 만큼 북한으로 돌아가려 할 이유가 없었다는 점, 또 북송 중 판문점에서 강력히 반발했다는 점 등이 판단 근거다.

검찰은 또 이를 고려할 때 탈북어민에 대한 국정원 합동조사를 조기 종료시키고, 강제 송환을 지시한 것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당시 정부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보고서 내용 일부가 삭제되거나 고쳐진 정황도 검찰이 수사하고 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북한 어민을 나포한 지 이틀만인 2019년 11월 4일 청와대 대책 회의에서 이들의 강제 북송을 결정했다. 국정원에는 ‘합동 조사보고서를 통일부에 전달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검찰에 따르면 국정원 지휘부는 합동 조사보고서에서 ‘귀순 의사 표명 및 강제수사 건의’를 삭제하고 ‘대공 혐의점 없음 결론’을 적어 통일부에 보냈다. 검찰은 이같은 행동이 북송 결론에 맞춘 허위공문서 작성 지시라고 판단했다.

통일부가 공개한 2019년 11월 탈북어민 북송 당시 현장 모습. [사진 출처 = 통일부, 연합뉴스]
서훈 전 국정원장 등 문재인 정부의 주요 안보 책임자들은 검찰 조사에서 관련 의혹을 모두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 매뉴얼은 실무자들이 업무에 참고하는 지침일 뿐, 의사결정권자가 반드시 따라야 하는 규율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 보고서에서 삭제되거나 수정된 부분은 ‘사실’에 관한 것이 아닌 실무자의 ‘의견’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미 상부에서 송환 결론을 내려 무의미해진 내용을 수정한 것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해당 사건과 관련, 서 전 국정원장과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등을 조사했다. 당시 상황을 총괄한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곧 소환한 뒤 내년 초께 관련자에 대한 기소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북송된 어민들은 지난 2019년 11월 2일 민간 어선에 타고 국경을 넘어 남하하다가 동해 북방한계선(NLL) 해상에서 우리 해군에 나포됐다. 이들은 조업하던 중 동료 승선원 16명을 살해하고 도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나포 닷새 만인 같은 해 11월 7일 판문점을 통해 이들을 북송했다.

당시 정부는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보호 대상이 아니며, 우리 사회 편입 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된다고 발표했다.

통일부가 공개한 판문점 북송 당시 사진에는 탈북어민들이 군사분계선을 넘지 않고자 저항하며 자해를 시도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