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석과 문가영, 신계급사회의 선 넘는 사랑 가능할까('사랑의 이해')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2. 12. 2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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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멜로 아닌 ‘사랑의 이해’, 스펙 사회에서 사랑하기의 어려움

[엔터미디어=정덕현] "나는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선을 긋는다는 걸. 때론 사소하게 때론 너무 노골적으로. 그리고 그걸 당연하게 여긴다. 출발이 다르니까. 공평한 기회처럼 보이는 일도 교묘한 차별일 뿐. 선밖에 있는 사람은 선 안쪽으로 쉽게 넘어갈 수 없다. 상처받지 않는 방법은 그냥 인정하는 것. 이곳에서 나는 선 밖에 서 있는 사람이다."

JTBC 수목드라마 <사랑의 이해>에서 수영(문가영)은 KCU은행 영포점 예금창구에서 4년 차 주임으로 일해 온 소회를 그렇게 말한다. 그저 직장이고 그래서 그 안에서 함께 일하는 이들이 모두 다 같은 동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선이 있다. 고졸로 입사해 예금창구에서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수영이나 은행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종현(정가람)은, 대졸자로 종합상담팀에서 일하는 상수(유연석)나 PB팀에서 VIP를 상대하는 미경(금새록)과는 다르다. 그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선이 있다.

그래서 중요해보이지 않는 자질구레한 일들은 모두 수영이나 종현 같은 이들 몫이다. 커피를 사다 달라는 그런 일들은 당연하다는 듯 수영이나 종현에게 부여된다. 이구일(박형수) 같은 팀장은 노골적으로 이들을 차별하고, 육시경(정재성) 지점장은 수영을 딸 같다면서 손을 잡는 성추행도 일삼는다. 수영의 말대로 선 밖에 있는 이들은 선 안에 있는 저들과 어우러지지 않는다. 드러내진 않아도 거기에는 스펙으로 구분되는 신계급사회의 선이 그어져 있다.

<사랑의 이해>는 바로 이 KCU은행 영포점이라는 공간이 보여주는 신계급사회의 시스템 속에서 과연 그 선을 넘는 사랑이 가능한가를 묻는다. 수영에게 호감을 갖고 그 마음을 드러냈던 상수는 하필이면 데이트 약속을 했던 날 회사일로 제 때 퇴근을 못해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 그 일은 살짝 열리려 했던 수영의 마음을 다시 닫게 만든다. 상수에게는 그다지 큰 잘못이라 생각되지 않는 그 일이 수영에게는 큰 일로 다가온다. 선 밖에 있는 사람과 선 안에 있는 사람이 느끼는 실감이 다르기 때문이다.

마침 종현이 수영에 대한 마음을 드러내고, 영포점으로 오게 된 상수의 같은 과 후배 미경은 상수에 대한 호감을 드러낸다. 수영은 종현과 상수는 미경과 각각 함께 시간을 보내며 가까워지지만, 그렇게 멀어지는 것처럼 보였던 수영과 상수 사이에는 여전히 어떤 감정이 남아 있다. 수영은 상수에게 그날 그가 회사일 때문에 못 온 게 아니고 안온 거라며, 무언가를 "다 봤다"고 말한다. 그게 무엇인지는 아직 드러내지 않았지만, 아마도 그건 이들 사이에 놓인 보이지 않는 '선'에 관련된 상수의 어떤 행동이 아니었을까.

<사랑의 이해>는 가진 것으로 또 스펙으로 나뉘는 신계급사회에서의 사랑의 양태를 다룬다. '이해'는 그래서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이해관계'의 의미와 분별하고 해석한다는 의미가 그것이다. 이 드라마의 배경이 굳이 은행인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은행은 어찌 보면 자본주의사회가 가진 전형적인 신계급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손님도 얼마나 가졌는가에 따라 일반과 VIP, VVIP 같은 등급이 나뉘고,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계약직과 정규직이 다르고 창구직원과 상담직원이 하나의 계급처럼 나뉜다.

그렇다면 사랑도 그 선 안과 선 밖의 사람들로 나뉘어 하게 되는 걸까. 수영과 상수는 과연 선 넘는 사랑을 보여줄까. 만일 그런 사랑을 보여준다면, 그들을 보는 주변사람들의 시선은 어떨까. 그 사랑의 과정은 어떤 '이해관계'의 틀을 넘어 진정 타인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어줄까. 아니면 결국 이해관계의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삐거덕거리게 될까. 이처럼 <사랑의 이해>는 평범한 멜로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신계급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이 드리워짐으로써 보다 흥미진진해졌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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