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아나' 김수민, 3년 만에 SBS 퇴사 이유 "재능 없어 괴로웠다"
[스포티비뉴스=정서희 기자] 전 아나운서 김수민이 SBS 입사 3년 만에 퇴사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27일 김수민은 "서울예고 다니면서 제일 많이 했던 생각은 어쩌면 내 생각보다 나는 미술에 재능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그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서 더 성실해지고 열심에 목을 맸지만, 고3 때가 되어서는 인정해야 했다"고 전했다.
이어 "친구들은 쉽게 붙는 서울대 미대 1차 탈락을 했을 땐 정말 인정해야만 하는 것 같았다. 재능이 없다는걸. 그래서 운 좋게 한예종에 붙었을 땐 바득바득 우겼다. 한예종이 내 재능없음 논란을 잠재워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도 부모님은 우리가 보는 너는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제너럴리스트인데 왜 종합대학을 가지 않느냐 꽤 오래 설득하셨다. 예종 가면 후회할 거라고"고 했다.
김수민은 "그런데 한예종이라도 가지 않으면 정말 스스로 재능이 없다고 믿게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고집을 잔뜩 부려서 예종에 갔다. 그리고 제대로 느꼈다. 내가 재능이 없다는걸. 학교에서 세 시간 내내 비만 내리는 태국 예술영화를 함께 보던 날이었는데 모두가 극찬하는 영화의 예술성이 나는 하나도 공감이 가지 않더라. 그 대화에 낄 수 없어 슬펐다. 그래서 그만둬야겠다고 다짐했었다"고 털어놨다.
이후 김수민은 만 21에 SBS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그는 "그렇게 (학교에서) 도망쳐 방송국에 왔는데 또다시 재능 없음을 확인해야 했다. 모니터링이 괴로웠다. 화면 속 나는 정말 예뻐 보이지 않았다. 방송하는 내가 좋지 않았다. 방송하는 재능에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능력이 포함이라면 나는 분명 재능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또다시 도망쳤다"며 입사 3년 만에 SBS를 돌연 퇴사한 이유를 밝혔다.
김수민은 "문득 돌이켜 보니까 나는 평생 도망쳐왔다. 근데 그게 싫지 않다. 내가 도망칠 수 있었던 건 내 자신에게 비겁하지 않아서였다"며 "이걸 온갖 짝사랑으로부터 도망치고 나서야 알았다"고 덧붙였다.
김수민은 2018년 만 21세라는 어린 나이에 SBS에 입사, '최연소 SBS 아나운서'라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SBS에서 퇴사했고, 결혼을 깜짝 발표해 화제가 됐다. 최근 첫 아이를 출산했다.
다음은 김수민 인스타그램 글 전문이다.
낯부끄럽지만 오늘 저녁 사랑하는 사람들과 한참을 통화하며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니 왠지 용기가 나서 길어질 말들을 적어보아요. 주제는 재능 없음과 도망입니다.
서울예고 다니면서 제일 많이 했던 생각은 어쩌면 내 생각보다 나는 미술에 재능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어요. 그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서 더 성실해지고 열심에 목을 맸지만, 고3 때가 되어서는 인정해야 했어요. 모의 시험때 그림과 같이 글을 제출할 때면 선생님은 늘, '수민아 근데 나는 니 그림보다 글이 더 좋다' 하셨고 미대 말고 연대 문화인류학과 어떠니 다른 진로를 제안해주시기도 했거든요. 물론 수시 카드 6개를 쓰려니 들었던 고민이었지만 어쨌든 그땐 그게 속상했어요.
친구들은 쉽게 붙는 서울대 미대 1차 탈락을 했을 땐 정말 인정해야만 하는 것 같았어요. 재능이 없다는걸. 그래서 운 좋게 한예종에 붙었을 땐 바득바득 우겼어요. 한예종이 내 재능 없음 논란을 잠재워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때도 부모님은 우리가 보는 너는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제너럴리스트인데 왜 종합대학을 가지 않느냐 꽤 오래 설득하셨거든요. 예종 가면 후회할 거라고. 그런데 한예종이라도 가지 않으면 정말 스스로 재능이 없다고 믿게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고집을 잔뜩 부려서 예종에 갔어요. 그리고 제대로 느껴야 했어요. 재능이 없다는걸.
학교에서 세 시간 내내 비만 내리는 태국 예술영화를 함께 보던 날이었는데 모두가 극찬하는 영화의 예술성이 저는 하나도 공감이 가지 않더라고요. 슬펐어요. 나는 그 대화에 낄 수 없어서. 그래서 그만둬야겠다고 다짐했어요. 미술은 이제 안녕.
그렇게 도망쳐서 방송국에 왔는데 또다시 재능없음을 확인해야 했어요. 모니터링이 괴로웠거든요. 화면 속 나는 정말 예뻐 보이지 않았어요. 방송하는 내가 좋지 않았어요. 방송하는 재능에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능력이 포함이라면 나는 분명 재능 없는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또다시 도망치고.
문득 돌이켜 보니까 나는 평생 도망쳐왔어요. 근데 그게 싫지 않아요. 내가 도망칠 수 있었던 건 내 자신에게 비겁하지 않아서였다고 믿거든요. 올해 반년 정도 부족한 글솜씨로 글을 쓰며 느꼈는데, 저는 글 쓸 때 제일 괴롭고 제일 행복하더라고요. 이걸 온갖 짝사랑으로부터 도망치고 나서야 알았어요. 이제서야 10대부터 지금까지 기쁘고 괴로울 때 내가 계속 손에서 놓지 않았던 건 글쓰기뿐이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글쓰기는 재능이 있네, 없네 한 번도 스스로 묻지 않았었거든요.
유레카! 진로를 찾았다! 그런 마무리는 아니고요. 지금 누군가 도망치고 싶어 한다면 부디 그러라고 말하고 싶어서요. 재능 없음이 슬프다면 마음껏 슬퍼하되 실망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서요. 주제넘지만 그래도 된다고 말하고 싶어요. 죽을 것 같은 날들도 결국은 지나가고 누구나 도망치고 싶은 순간은 있답니다. 그리고 아무 이유 없이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는 기적처럼, 아무 성과가 없어도, 누가 시키지 않아도 온 마음 주게 되는 일도 만나게 될 거예요. 다 잘될 거예요 .나를 찾는 여정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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