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예산 위해 공휴일 없앨 것”…총리 제안에 뒤집힌 덴마크
공휴일 폐지해 경제 활동 늘려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안보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른 덴마크에서 국방예산 확보를 위해 일부 공휴일을 없애겠다는 정부의 제안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9일(현지시간) 덴마크 정부가 내놓은 국방예산 증가 방안과 관련해 덴마크 내부에서 일고 있는 논쟁을 소개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지난 14일 연립정부 출범 기자회견에서 국방 예산의 증강을 위해 덴마크의 11개 공휴일 중 하나인 ‘대기도절’(Store Bededag)를 폐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독교 전통에 따라 300여 년 전에 제정된 이 공휴일은 부활절 뒤 네 번째 금요일로, 평화를 기원하며 기도를 올리는 날이다.
덴마크 정부 측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에 전쟁 위협이 커졌기에 향후 몇 년간 군비를 늘려야 하며, 이를 뒷받침하려면 공휴일을 일부 폐지해 경제 활동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덴마크가 소속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회원국들에 향후 3년 내로 국방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높여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덴마크 정부는 대기도절 폐지에 따른 경제 활성화가 공공 재정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재정에 기여할 수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덴마크 국민들이 이미 수년간 휴가를 사용해 대기도절 전후를 보내왔기에, 공휴일이 없더라도 경제 활성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이번 제안은 국가 방위와 종교, 경제, 노동이 얽힌 문제이기에 각계의 비판도 잇따랐다. 특히 덴마크 성직자협회는 “덴마크인들이 총과 평화 사이에서 선택하게 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의 제안을 비판했다. 협회의 또다른 관계자는 “나토의 목표를 달성하기를 원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선택할 수 있는 다른 방안들이 있을 것”이라며 세금 감면 폐지 등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덴마크 정치인들이 공휴일 폐지를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2년 헬레 토닝 슈미트 총리가 비슷한 제안을 내놨으나 무산된 바 있다. 덴마크에서는 그간 국가 경제가 성장하며 노동자들에게 주어지는 휴가 일수가 급격히 늘어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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