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키움·최정…이토록 아름다운 2022년의 2등들
2022년이 저물어간다. 달력에 ‘2’가 넘실댔던 탓인지 많은 2인자들이 올해 빛을 봤다. ‘2의 화신’이라 불리던 전직 프로게이머 홍진호는 포커로 종목을 바꿔 세계대회 정상에 섰고, 당대 최고의 축구 선수임에도 월드컵에서는 준우승이 전부였던 리오넬 메시는 화려한 ‘라스트 댄스’로 조국 아르헨티나에 트로피를 안겼다. 아울러 새로운 이들이 2위에 자리했다. 이 중에는 이미 1위를 해본 이도, 여전히 1위는 언감생심인 이들도 있다. 모두 절치부심해 다시 1위를 노리겠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2등도 (엄청) 잘한 거다.”(홍진호) 2등들에게 박수로 연말인사를 전한다. 〈한겨레〉 스포츠팀
킬리안 음바페와 프랑스
펠레의 브라질 이후 60년 만에 월드컵 2연패를 노렸던 ‘디펜딩 챔피언’의 꿈이 무산됐다. 프랑스 남자 축구대표팀은 지난 19일(한국시각) 2022 카타르월드컵 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에 패했다. 전세계의 축구팬 대다수가 메시의 대관식을 염원하는 상황에서 프랑스는 아르헨티나의 턱밑까지 몰아붙였고, 그 중심에는 홀로 세 골을 쏟아낸 킬리안 음바페(24)가 있었다. 24살 나이로 월드컵 역사상 결승전 최다골(4개), 카타르 대회 득점왕(8골) 등 대기록을 쓴 차기 ‘축구 황제’가 맛본 가장 쓰린 패배다.
이정후와 키움 히어로즈
고척 돔을 뜨겁게 달군 영웅들의 야구도 ‘준우승 엔딩’을 맞았다. 키움 히어로즈는 에스에스지(SSG) 랜더스와 2022 KBO리그 한국시리즈에서 2승4패로 졌다. 우승은 놓쳤으나 선수단 연봉 지출 9위가 1위를 상대로 벌인 값진 승부였다. ‘포스트시즌도 어렵다’는 평을 듣던 키움은 3위로 정규리그를 마친 뒤 플레이오프에서 2위 엘지(LG) 트윈스를 꺾고 결승까지 질주했다. 타격 5관왕의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이정후(24)와 마운드를 휘어잡은 안우진(23)의 분투는 키움의 자산으로 남았다.
여자기사 최초 메이저 준우승한 최정
최정 9단(26)이 바둑의 역사를 새로 썼다. 2022 삼성화재배에서 이치리키 료, 양딩신, 변상일 등 일본·중국·한국의 강호들을 연달아 꺾으며 파란의 중심에 섰다. 마지막 결승에서는 신진서 9단과 세계대회 최초로 반상의 성 대결을 벌였다. 결과는 2패로 끝났지만, 여자 기사가 세계대회에서 준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것은 처음이다. 과거 루이나이웨이 9단이 응씨배 4강에 진출(1992년)했던 성과도 뛰어 넘었다. 세계 정상급 남자 선수들을 쓰러뜨리며 결승까지 오른 최정의 새해 활약이 기대된다.
김상식 감독과 전북 현대
K리그 6연패를 정조준했던 ‘전북 왕조’가 무너졌다. 전북 현대는 올 시즌 K리그1 38경기 21승10무7패로 승점 73점을 기록, 3점 차로 울산 현대에 밀려 2위에 머물렀다. 시즌 초 한때 강등권(11위)까지 떨어지며 삐걱댔던 전북은 점차 궤도에 올라 또다시 역전 우승 시나리오를 쓰는가 싶었지만 파이널 라운드 ‘현대가 더비’에서 울산을 넘지 못했다. 팬들은 김상식 감독(46)을 비판하며 트럭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전북은 타이틀 탈환을 위해 이동준, 아마노 준 등을 영입하며 뼈를 갈고 있다.
KLPGA ‘박민지 천하’ 위협한 김수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는 올해도 박민지 천하였다. 2년 연속 투어 6승에 상금 10억원을 돌파했다. 올해 상금 10억원을 돌파한 이는 또 있다. 김수지(26)다. 김수지는 27개 출전 대회에서 26차례나 컷을 통과(우승 2회)하며 10억8200만원의 상금을 수령했다. 하반기에 특히 무서웠는데 13개 출전 대회에서 두 차례 우승 포함, 열 차례나 톱10에 들어 ‘가을 여왕’ 애칭이 붙었다. 그는 다승왕과 상금왕은 놓쳤지만 대상 포인트에서는 박민지를 밀어내고 1위를 기록했다.
곽윤기와 쇼트트랙 계주 대표팀
지난 2월 베이징겨울올림픽 현장에서 가장 유쾌한 장면은 남자 쇼트트랙 계주 은메달을 따낸 한국 대표팀 시상대에서 나왔다. ‘계주 전문 요원’으로 태극 마크를 단 대표팀 맏이 곽윤기(33)는 간이 시상대에서 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 춤을 추며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을 자축했다. 긴 머리를 ‘핫 핑크’로 물들인 곽윤기는 황대헌, 김동욱, 이준서, 박장혁 등 후배들을 이끌고 행복한 2등을 차지했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 ‘꽉잡아윤기’ 구독자 100만 명을 돌파한 건 덤이다.
대한축구협회 올해의 선수 2위 최유리
대한축구협회(KFA) 선정 여성부 올해의 선수는 지소연(수원FC)이었다. 지난 여름 WK리그 데뷔전을 치른 ‘레전드의 귀환’이다. 아울러 기억될 올해의 선수 2위는 인천 현대제철의 공격수 최유리(28)다. 이번 시즌 최유리는 리그 10골로 득점 공동 1위(문미라)를 차지, 데뷔 후 첫 두 자릿수 득점으로 현대제철의 역사적인 10연속 통합우승 중심에 섰다. 대표팀에서도 콜린 벨 감독의 주포로 8경기 4골을 넣었다. 첫 리그 결산 시상식에서는 초대 ‘올해의 공격수’에 뽑혔다. 다음 무대는 2023 호주·뉴질랜드여자월드컵이다.
‘뉴 마린보이’ 수영 황선우
도쿄에서 파리까지 거침없이 물살을 가르는 황선우(19)는 올해 더 빨라졌다. 황선우는 지난 여름 헝가리에서 2022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선수권 남자 자유형 200m 은메달을 따냈다. 한국 선수 첫 세계선수권 자유형 200m 메달이고 기록(1분44초47) 또한 한국 신기록이다. 1년여 전 도쿄올림픽과 달리 마지막 50m까지 능숙한 페이스 조절을 선보인 그는 한 단계 올라섰다. 황선우에게는 루마니아의 수영 천재 다비드 포포비치라는 맞수가 있다. ‘뉴 마린보이’의 역영은 이제 시작이다.
‘스마일 점퍼’ 육상 우상혁
수영에 황선우가 있다면 육상에는 우상혁(26)이 있다. 우상혁은 지난 7월 미국에서 2022 세계육상선수권 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5를 넘으며 2위를 기록, 한국 선수 최초로 실외 세계육상선수권 대회 은메달이라는 신기원을 이룩했다. 이미 3월 실내육상대회에서 세계 정상에 섰고 올해 세계 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던 우상혁의 다음 무대는 2023 부다페스트 세계육상선수권과 2024 파리올림픽이다. ‘무중력 점퍼’라 불리는 카타르의 무타즈 에사 바심을 넘어 챔피언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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