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양승태 아직 1심이라고? 해 넘어가는 재판 언제 끝나나

박준규 2022. 12. 2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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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양승태 4년째 재판... 이재용도 2년 넘어
文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재판도 3년 도달
"이재용·양승태·하명수사는 내년 마무리 가능성"
임종헌은 재판부 기피신청에 교체... 한참 걸릴 듯
법조계 "어렵더라도 재판 빨리 끝내야 신뢰 생겨"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회장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삼성·한국일보 자료사진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삼성그룹 불법 승계 의혹, 문재인 정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올해도 매주 공판을 열었는데도 해를 넘기게 된 주요 재판 목록이다. 법조계에선 "재판 장기화는 사법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법원이 의지를 갖고 주요 사건을 빨리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매주 공판했는데... 1심조차 안 끝나

정치인과 기업인 등 사회 권력층이 범죄 혐의로 피고인석에 서게 되면 일반인들보다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재판 결과에 명운이 달려 있다 보니 법정 다툼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쟁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 데다 공판 준비기일, 증거조사, 증인신문 등 필수 절차만 밟아도 재판 횟수가 확 늘어난다.

법원은 사회적 이목을 끌거나 복잡한 사건을 '주요 재판'으로 분류해 관리한다. 일반 형사사건은 대부분 1~3개월에 1번씩 공판을 열지만, 주요 재판은 최소 주 1회, 많게는 주 3회씩 공판을 개최한다. 쟁점이 많아 다른 사건과 똑같이 처리하면 선고까지 하세월이라 '집중 심리'를 하는 셈이다.

청와대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으로 기소된 황운하(왼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올해 8월 열린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2022년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1심 합의부 형사사건이 선고가 나올 때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4~7개월이었다. 하지만 수년째 진행됐는데도 아직 1심조차 끝나지 않은 재판이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재판이 대표적이다.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은 크게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의 재판 거래·개입 의혹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 거래 의혹으로 나뉜다. 임 전 차장은 2018년 11월, 양 전 대법원장 등은 2019년 2월에 기소됐으니 1심만 4년째 진행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불법승계 의혹 1심 재판도 2년 넘게 진행 중이다. 이 회장은 2020년 9월 삼성 경영권 승계를 위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고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재용 회장은 올해 10월 법원에서 회장 취임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2020년 1월 재판이 시작된 '문재인 정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도 1심 선고가 나올 때까지 3년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과 황운하 의원 등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인사들이 송철호 전 울산시장 당선을 위해 경쟁자인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대한 수사를 벌였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1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대장동 개발 사업·특혜 의혹 재판은 최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극단 적 선택 시도 때문에 연기됐지만, 휴정기가 끝나고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양승태 재판은 내년 마무리될 듯"

주요 재판들 경과일수. 그래픽=김대훈 기자

단순히 사건이 복잡해서 재판이 늦어지는 건 아니다. 양 전 대법원장 재판의 경우, 지난해 법원 정기인사로 재판부 구성이 바뀌자 새 재판부가 5개월 동안 증인 11명의 녹취를 법정에서 다시 들었다. 새 재판부가 '증언을 다시 들어봐야 한다'는 양 전 대법원장 측 요구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임 전 차장 재판도 올해 3월 재판부 전원이 교체되자 공판갱신절차를 거쳤고,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재판은 공판준비기일에만 1년이 넘게 걸렸다.

검찰과 변호인 측 설명을 종합하면 주요 재판은 대체로 내년에는 마무리될 것으로 관측된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삼성그룹 불법 승계 의혹 △사법행정권 남용(양승태 대법원장 재판) 사건이 그 대상이다. 다만 대장동 재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불법 대선자금 의혹 등과 맞물려 재판이 장기화될 수 있고, 하루에 증인 2, 3명씩을 불러 심리하고 있는 임종헌 전 차장 재판은 내년에도 마무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법조계에선 중요 사건이나 권력자에 대한 재판이 길어지면 사법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재판이 오랫동안 지연되는 건 가급적 빠른 선고를 해야 하는 형사재판 원칙에 맞지 않다"며 "특히 피고인이 유력인사라면 '봐주기' 의심이 커질 수 있어 신속한 처리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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