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오겜’ 없었다…넷플릭스 ‘지우학’마저 없었다면 [TV보고서]

박정민 2022. 12. 29.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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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박정민 기자]

제2의 '오징어게임'은 없었다. 지난해 '오징어게임'으로 영광을 누린 넷플릭스는 올해 실험정신으로 똘똘 뭉친 작품들을 내놨다. '글리치', '썸바디'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고, '모범가족', '더 패뷸러스', '안나라수마나라' 등 여러 작품이 큰 화제성 없이 묻혔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원작 아성을 깨지 못했다. 그나마 '지금 우리 학교는'과 '수리남', '소년심판'이 넷플릭스 체면을 살렸다. 넷플릭스의 도전은 콘텐츠 다양성 확대 측면에선 의미있었지만, 성과가 미미한 작품이 많아도 과감한 투자가 계속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글리치·썸바디' 이 난해함을 어쩌나

'글리치'는 외계인이 보이는 지효(전여빈 분)와 외계인을 추적해온 보라(나나 분)가 사라진 지효 남자친구 시국(이동휘 분) 행방을 쫓으며 미확인 미스터리 실체에 다가서는 과정을 그렸다. '글리치'는 외계인 존재에 대한 의문을 사이비 종교와 결합시켜 믿음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하지만 다양한 장르가 복합적으로 다뤄져 산만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썸바디' 역시 심오하다. '썸바디'는 소셜 커넥팅 앱 썸바디를 매개로 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개발자 김섬(강해림 분)과 친구들이 연쇄살인마 윤오(김영광 분)과 얽히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김영광의 열연이 인상적이었지만, 윤오가 연쇄살인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랑에 빠진 김섬 모습이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

▲소리소문 없이 묻힌 '모범가족·안나라수마나라·블랙의신부·더 패뷸러스'

'모범가족'은 파산과 이혼 위기에 놓인 평범한 가장 동하(정우 분)가 우연히 죽은 자 돈을 발견하고 범죄 조직과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스릴러. 주인공이 평범한 인물인만큼 현실에 발붙인 전개가 오히려 패착이 됐다. 한국의 '브레이킹배드'를 노린 듯하지만 빠르고 속시원한 권선징악 전개 구조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에게 '모범가족'은 답답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모범가족'은 글로벌 순위 51위로 진입했다. 국내 일일 차트에서만 몇 차례 1위를 차지하며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뮤지컬 드라마 '안나라수마나라'는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꿈을 잃어버린 아이 윤아이(최성은 분)와 꿈을 강요 받는 소년 나일등(황인엽 분)이 마술사 리을(지창욱 분)을 만나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다뤘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익숙하지 않은 뮤지컬 드라마라는 장르가 진입장벽으로 작용했다.

김희선 주연의 '블랙의 신부'는 놀라울만큼 구시대적이다. 결혼정보회사를 소재로 한 '블랙의 신부' 속 인물들은 모두 결혼에 집착한다. 사랑보다는 조건에 목숨을 걸고 돌진하는 인물들, 시대를 역행하는 대사들이 이어진다. 공개 1주차 넷플릭스 톱10 TV 비영어권 부문 글로벌 3위를 기록했으나 3주차엔 10위로 내려가며 하락세를 보였다.

패션계에 인생을 바친 청춘들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더패뷸러스'는 화려한 패션이 많아 볼거리는 풍부하다. 청춘을 향한 메시지는 명확하지만 개연성이 떨어지고 클리셰가 아쉬움을 남겼다.

▲원작 아성 못 깬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공개 전략이 패착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이하 '종이의 집')은 동명의 스페인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넷플릭스에서도 대대적으로 홍보에 나서며 기대를 걸었던 작품. 파트 1은 지난 6월 24일에, 파트 2는 지난 12월 9일에 나눠 공개됐다. 하지만 파트 1은 원작 드라마 스토리를 답습했다는 지적을 면치 못했다. 파트 2는 파트 1의 혹평을 극복하지 못하고 흥행 면에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지우학', '수리남', '소년심판' 넷플릭스 체면 살렸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 아포칼립스를 겪는 학생들의 모습을 통해 다양한 인간군상을 그려내며 호응을 얻었다.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전 세계 1위를 차지하며 '오징어게임' 영광을 이어갔다. 하지만 학교 폭력 가해자 남학생들이 여학생의 교복 상의를 강제로 벗기는 장면을 그대로 담으며 선정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황정민, 하정우 등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한 '수리남'은 마약왕 조봉행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마약왕 정체를 숨긴 교회 목사에 의해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민간인이 국정원 비밀 임무를 수락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공개 5일 만에 넷플릭스 세계 3위에 오르며 상승세를 보였다. 유튜브에서 여러 파생 콘텐츠가 생산되며 화제성도 입증했다. 다만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이 평면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또한 실제 국가인 수리남을 제목에 사용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소년심판'은 촉법소년 문제를 균형있게 다뤄 호평을 받았다. 이연 등 다채로운 신인들의 얼굴을 소개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공개 후 상승세를 보이던 '소년심판'은 넷플릭스 TV프로그램 부문 전 세계 7위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사진=넷플릭스)

뉴스엔 박정민 od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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